[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가장 아름다운 모습일 때 떠나고 싶다는 명실상부 대한민국 최고의 여가수 패티김(본명 김혜자ㆍ74)의 인생은 매순간의 ‘최초의 역사’였다. 어느새 데뷔 54주년을 맞고 패티김 자신의 인생처럼 당당하게 은퇴를 말하고 팬들 곁을 떠나가지만 그의 자리는 모든 최초의 것들이 말해주듯 ‘절대로 잊지 못할’ 기억이 됐다. ‘잊지 않겠다’는 것은 패티김의 말이다. 패티김의 파란만장했던 55년 가수 인생이 7일 밤 SBS 토크쇼 ‘힐링캠프-기쁘지 아니한가’를 통해 전파를 탔다.
이날 방송에서 패티김은 “노래를 너무 하고 싶은 나머지 시켜주지 않으면 한강에 뛰어들겠다”고 가족들을 위협했던 어린시절, 똑똑한 신여성이었던 어머니와 가족들의 반대에도 결국 가수로서의 길을 걷게 된 계기, 첫사랑이었던 트럼펫 연주자 베니킴 단장과 전남편이자 최고의 음악동반자 고 길옥윤 작곡가와의 러브스토리가 전해졌다.
패티김에겐 그 다난한 긴 여정에서도 늘 처음이라는 이정표가 세워졌다. 광복 이후 일본 정부가 초청한 최초의 한국가수였고, 솔로가수 최초로 미국에 진출했던 원조 한류스타였다.
때는 1960년 2월이었다. 당시는 한일 문화교류가 없었던 시절, 그렇기에 겨우 22세의 젊은 여가수가 일본에 발을 디딜 당시 양국의 관심을 패티김에게로 쏟아졌다.
패티김은 당시를 떠올리며 “내 공연을 본 일본 NHK, AFKN 방송국 직원이 일본 진출을 제의했다“면서“그 당시 남자를 불신했는데 열여덟살에 교통사고로 하반신 마비가 된 마스터스가 사심이 아닌 내 노래를 듣고 진심으로 일본 진출을 제안했다는 생각이 들어 일본 진출을 하게됐다”고 전했다.
결국 그 제안이 패티김의 성공적인 가수 인생을 여는 계기가 됐다. 물론 패티김은 가수를 꿈꾸며 스스로 “분명 성공할 줄 알았다”고 했지만 패티김에게 일본진출을 제안했던 마스터스는 ‘최고의 은인’이었다. 패티김은 “마스터스의 적극적 지원 하에 일본에 진출했지만 50년 전의 일본인들은 한굿사람을 무시했다”면서 “결국 빼어난 실력때문에 인정했지만 보이지 않는 무시와 차별은 늘 존재했다”고 털어놨다.
한국인으로서의 긍지와 가수로서의 자부심에 대한 패티김의 의지는 때문에 “사생결단의 심정으로 일부러 키가 더 커보이게 굽 높은 신발을 신고 고개도 더 높이 들고 더 도도하고 섹시하고 당당하게 행동”하는 것으로 표현했다. 당시를 돌아보며 패티김은 “외국에 나가 차별과 무시를 받으니 정말 애국자가 됐다“고 웃어보였다.
이후 1963년에는 더 큰 세상을 찾아 미국으로 향했고 그 곳에서 느끼던 감정은 ”비록 콧대는 꺾이지 않았지만“ 더 큰 인종적 차별이었다. 아무리 높은 하이힐을 신고 고개를 들어도 올려다봐야했던 땅이었다. 패티김은 이후 한국으로 돌아오고, 1966년 최초 리사이틀 공연을 갖는다. 이듬해인 1967년 자신의 이름을 딴 ‘패티김 쇼’를 최초로 진행하고 1978년 대중가수 최초 세종문화회관 공연을 가졌다. 최초의 역사는 아직 끝나지 않는다. 이후 1989년 한국가수 최초로 미국 카네기홀에서 공연을 가졌던 패티김의 역사가 바로 그의 가수인생 55주년이었다. 심지어 고 길옥윤 작곡가와 이혼기자회견을 가진 것도 패티김이 최초였다.
한국 대중문화사에 수많은 최초를 만들어낸 패티김이지만 그는 자신에게 ‘국민가수’라는 별칭이 듣는 것을 거부한다.
패티김은 ”진짜 국민가수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사람은 이미자, 조용필 두 사람 뿐“이라면서 ”조용필과 이미자는 국민의 50% 이상이 좋아한다. 저 먼 시골의 농민부터 아이, 노인까지 좋아해야하는데 난 국민의 10%밖에 좋아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전했다.
패티김은 그저 ‘가수 패티김’으로 영원히 남고싶을 뿐 국민가수라는 호칭을 굳이 붙이고 싶지는 않다는 의미였다.
이제 패티김은 자신이 가장 아름다울 수 있는 순간에 떠나기를 결심했다. 20대에 부르던 노래를 지금도 같은 음역대로 부를 수 있는 마지막 모습으로 팬들에게 안녕을 고하는 것이다. 어쩌면 팬들은 이렇게 떠나버린 ‘냉정한 사람’을 ‘어쩌다 생각하고 보고파할 수도 있다. 지난 54년 함께 했던 ’그렇게 사랑했던 기억을 잊을 수(‘이별’)‘만은 없기 때문. 이에 패티김은 오는 26일 경북 안동 공연을 시작으로 데뷔 55주년을 맞는 내년까지 가수인생을 마무리짓는 은퇴기념 글로벌 투어 ’이별콘서트‘로 마지막 아쉬움을 달랠 계획이다. 이제 남은 1년, 패티김은 그 사이 또다른 ‘최초의 역사’를 만들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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