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 18대 총선에서 한나라당은 선거 한 달여를 앞두고 적지에서조차 상대를 압도하는 여론조사 결과를 받아 보며, 흐뭇해했다. 탄핵역풍이 불 때 한나라당은 “제발 살려달라”고 애원했고, 2008년 봄 열린우리당의 후신인 통합민주당도 같은 호소를 하고 다녔다.

2004년 3월 하순 전국이 탄핵 반대 시위로 들끓는 동안 열린우리당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200석을 내다봤다. 한나라당은 영남을 중심으로 50석을 건지면 다행이라는 말을 했고, 이는 엄살이 아니었다.

2008년 3월 한나라당도 마찬가지였다. 일부 낙관론자들은 220석까지 내다봤다. ‘진보의 몰락’과 성장론의 득세, 그 이유를 분석하는 논평도 쏟아졌다. 한나라당은 시간이 가면서 의석수가 조금씩 줄어든다는 견해를 내놓았지만 ‘경제 회생’이라는 2007년 대선 때 시대정신의 관성은 이어졌다.

그러나 결과는 기가 막혔다. 17대 총선에서 국민들은 오만해질지도 모를 열린우리당에 과반수를 겨우 넘겨주었다. 아울러 한나라당에 120석 이상을 주면서 ‘견제’를 윤허했다. 재보선을 거치면서 열린우리당의 과반은 몇 달 가지 않아 무너지고 만다.

18대 총선에서도 국민은 한나라당에 과반수를 겨우 넘겨줬다. 17대 때의 열린우리당보다 1석 많은 153석이었다. 친박연대 등 범여권을 모두 합쳐 무려 180석을 선물했지만, 당시 여당 주류였던 ‘친이’에겐 ‘야당보다 무서운’ 친박계를 60~70석 끼워넣어, 입법부 다수 의석을 꿰찬 권력실세의 과반을 허용하지 않았다.

김대중 대통령 집권기인 16대 총선에서는 여권이 들고나온 남북 정상회담, IMF 위기 조기 극복 카드를 외면한 채 한나라당에 제 1당을 줬다. 한나라당 133석이지만, DJP연합(민주+자민련)이 국정에서 끌려가지 않도록 132석을 배당하는 배려도 잊지 않았다. 14대 총선에서는 국민 전체의 뜻과 무관하게 3당 합당을 감행한 민자당에는 과반수에 2석 모자란 149석을 안겼다.

이번 총선에서 정권 심판과 기존 정치권의 환골탈태를 바라는 유권자들이 어떤 황금비율의 의석을 내놓을지 궁금하다. 현재로선 어느 정당도 혼자서 과반수를 차지하기는 쉽지 않으리란 전망이 우세하다.

함영훈 선임기자/abc@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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