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릭스, IMF투표권 확대요구·개발銀설립 등 ‘독자 목소리’

서방독점 구조 깰 대안 부상 경제패권 둘러싼 신경전 치열

내부 정치·경제적 입장 달라 한목소리 못내 한계도

미국과 유럽 등 서방이 독점하는 세계 경제구조에서 브릭스(브라질ㆍ러시아ㆍ인도ㆍ중국ㆍ남아프리카공화국) 국가들이 독자 행보에 나서면서 세계 경제패권을 둘러싼 신경전이 본격화되고 있다.

브릭스는 전 세계 인구의 45%를 차지하고 있고, 세계 경제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경제 규모를 바탕으로 재정위기에 빠진 미국과 유럽을 대신해 국제금융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워왔다.

브릭스는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의 투표권을 더 많이 넘길 것을 요구하고, 개도국의 이익을 대변할 자체 개발은행 설립을 추진하는 등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에 따라 국제금융을 지배해온 서방의 오랜 독점구조를 깰 수 있는 대안 세력으로 브릭스가 자리 잡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브릭스, IMF 투표권 더 달라=파이낸셜타임스(FT)는 브릭스 지도자들이 29일 폐막한 4차 정상회의에서 서방국가들을 향해 IMF의 투표권을 더 많이 넘길 것을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정상들은 IMF 투표권이 추가 확보되지 않을 경우 유럽 재정위기를 지원하는 IMF에 자금을 더는 댈 수 없다고 밝혔다.

현재 IMF 지분율은 미국이 17.43%로 가장 많고,브릭스 국가의 합계는 14.17%다.

IMF 투표권 문제는 아직까지 미국의 비준을 받지 못해 진척되지 못하고 있다.

이들 정상은 인도 뉴델리에서 공동 발표문을 통해 “IMF의 정통성과 효율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역동적인 개혁 과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IMF의 모든 회원국이 2010년 개혁안을 성실하게 이행한다는 것에 대한 확신이 설 때만 IMF의 대출 능력을 늘리는 노력이 계속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들은 신흥 시장과 개도국의 입장을 대변하는 목소리를 계속 높일 것이라면서, 선진국들이 지난 5년간 세계 경제의 안정을 해쳤다고 비판했다.

미국은 브릭스의 역할 확대에 ‘조심스럽게’ 환영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마크 토너 미 국무부 부대변인은 “세계적인 상호주의에 참여하려는 그들의 노력이 국제금융 시스템을 더욱 탄탄하게 만들 것이라고 믿고 있으며, 미국은 브릭스가 세계 경제 회복을 위한 노력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별도 경제기구 추진… 이해관계 달라 한계론도=세계은행 총재에 독자 후보 추천 움직임을 보였던 브릭스는 개도국을 중심으로 운영하는 국제금융기구 설립을 검토 중이다.

브릭스의 이 같은 움직임은 새 세계은행 총재 선임 과정에서 개도국들이 희망한 후보가 적극적으로 검토되지 않고 관례대로 미국이 새 총재를 지명한 것과 무관치 않다.

가칭 ‘브릭스은행’은 세계은행이나 아시아개발은행 등과 경쟁하며 주로 개발도상국을 대상으로 대출해주고 후진국들의 개발 지원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AFP통신은 브릭스가 자체 은행 창설을 추진하는 것은 브릭스가 가진 경제력을 정치ㆍ외교력으로 확대하려는 시도라고 분석하면서, 이 같은 계획이 현실화될 경우 국제 경제 흐름에 큰 영향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브릭스는 내부 정치ㆍ경제적 입장이 달라 주요 현안에 한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등 한계론이 만만치 않다.

브릭스는 새 세계은행 총재 선임 과정과 이란 핵문제 등 국제 이슈에서도 공동 입장을 내지 못하는 등 상이한 정치 체제와 경제 상황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권도경 기자> /kong@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