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 위기가 갈수록 커지면서 나라간 혹은 지역간 명암이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긴축재정 등 위기 해법 논의과정에서 중재자 역할을 맡았던 프랑스가 최고등급(AAA)을 상실하면서, 재정위기국이 몰려있는 남유럽의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 엎친데덮친격으로 ‘돈줄’인 유럽재정안정기금(EFSF)도 최고 등급을 잃으면서 유로존은 연초부터 난국에 봉착했다.

이에 국제자금은 유로존을 탈출,안전지대인 일본과 미국 등으로 흘러가는 현상이 두드러진다.

佛 입지↓,獨 입김↑ = 이번 신용등급 강등사태는 유로존 내 프랑스의 정치적 입지를 약화시켰다. 프랑스는 그동안 위기 해결 과정에서 긴축재정 강화를 요구하는 북유럽과 유럽중앙은행(ECB)의 지원책을 원하는 남유럽 사이에서 중재자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등급 강등으로 프랑스의 미래도 불투명해졌다.

이에 따라 유로존 위기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독일의 입김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독일은 방만한 재정운용으로 재정위기를 자초한 남유럽 국가가 책임져야한다는 입장을 취해왔다. 국제신용평가사들의 평가도 강도높은 재정개혁을 요구하는 북유럽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유로존 국가에 대한 S&P의 무더기 신등등급 강등 직후 유로존 재정개혁의 강도를 높여야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유럽내 최고등급 국가인 핀란드와 네덜란드 등도 독일의 정책기조를 지지할 가능성이 크다. S&P의 등급 강등을 계기로 남유럽과 북유럽이 긴축정책을 놓고 벌이는 갈등의 골은 더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의 국내외 입지도 좁아졌다. 대선을 불과 100일 앞두고 발표된 국가 신용등급 강등의 직격탄을 맞아, 간신히 올려놓은 지지율마저 하락하고 있다. 프랑스 대선전이 프랑수아 올랑드 후보와 사르코지 대통령으로 압축될 경우 사르코지의 패배가 점쳐지는 상황이다. 프랑스 언론은 신용등급 강등의 책임이 상당 부분 사르코지 대통령에게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결과라면서 사르코지는 빠른 시일 내에 유권자들에게 향후 개혁에 대한 타당성을 확신시켜야 할 부담을 안게 됐다고 분석했다.

독일 일본 국채만 선호= 신용등급 무더기 강등사태로 유로존 내 안전자산 선호현상은 더욱 뚜렷해졌다. 독일과 네덜란드, 핀란드 등 최고등급을 보유한 국채에만 자금이 몰리고 있는 것. EFSF마저 최고등급을 강등당한 와중에 그리스의 디폴트 우려가 높아지자 시장에서는 유로존에 머물던 자금이 일본과 미국 등 안전한 투자처로 쏠리는 움직임이 강화되고 있다. 세계 최대 채권펀드 핌코의 빌 그로스는 16일 “유로존 붕괴 가능성이 계속되는 한 투자자들은 미국 국채 등 안전자산에 투자하기를 선호한다”며 “현재 대량으로 보유중인 유럽 채권들은 미국 국채 등에 투자됐어야 했다”고 말했다.

프랑스 대형은행 크레디트 아그리콜의 전략가 피터 챠트웰은 “S&P의 유로존 신용등급 강등 조치는 유로존 국채시장의 희망이 오직 독일이라는 시장 전망을 강화시켰다”고 분석했다.

우수 인력 유로존 이탈 가속화 = 해묵은 재정위기는 고급인력의 유로존 이탈을 불러왔다. 16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유로존 재정위기로 유럽으로부터 숙련된 전문직 수만명이 해외로 나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가운데 상당수는 유럽의 옛 식민지인 남미와 아프리카로 향했다. 미국과 캐나다뿐 아니라 아시아와 호주도 유로존을 탈출하는 고급인력들을 흡수하고 있다.

반대로 지난 10년간 유럽 경제성장을 도왔던 제3세계 출신 근로자들의 유럽 유입은 잦아들고 있다. 오히려 화이트칼라 직종 근로자를 포함한 수십만 명이 유럽에서 고국으로 돌아가고 있다. 이러한 대탈출 현상은 유로존 중에서도 취약한 경제구조를 가진 나라들이 경기침체에서 벗어나는데 장애물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를 낳는다. 고급 인력의 유출은 결과적으로 국가 경제에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권도경 기자/kong@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