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컴백쇼 톱10(SBS 플러스)’을 통해 오랜만에 모습을 드러낸 남성듀오 터보의 김정남은 SBS 예능프로그램 ‘강심장’을 통해 충격 고백을 했다. 이날 방송에서 김정남은 터보 탈퇴 이후 대인기피증과 우울증에 시달렸던 자신의 생활을 고백하며 그 시기동안 온라인게임에 빠져 밥도 먹지 않고 잠도 자지 않은 채 ‘블레이드 댄서’ 라는 닉네임으로 게임에만 몰두했다고 털어놨다. 게임중독이었다. 그 때 김정남은 게임을 하면 할수록 몸이 더 망가지는 것을 느꼈다면서 심지어 마비 증세까지 왔다고 했다. 심각한 게임중독 후유증이었다.

비단 김정남의 경우만은 아니다. 인터넷 게임이 범람하자 우리 사회 곳곳에서 일어나는 사건ㆍ사고에는 ‘온라인게임’의 그림자가 어둡게 드리워있다. 이 달콤한 가상의 세계에서는 수없이 많은 일들이 실현되지만, 가상과 현실의 구분이 모호해지는 중독 증세가 오면 그것으로 인해 잠재된 폭력성이 두드러진다. 사소하게는 게임머니나 아이템, 캐릭터 등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이고 극단적으로는 원하는 대로 게임을 풀어나가기 위해 사기와 살인까지 저지르게 된다.

실제로 게임이 부정적 영향을 미친 사례로는 슈팅게임을 즐겼다는 노르웨이 테러범 사건이나 게임중독 증세를 보였다는 만삭아내 살해사건 등을 들 수 있다. 거기에 최근 학교폭력 등과 맞물려 문제가 되고 있는 대구 중학생 자살 사건에서도 온라인게임이 그 단초를 제공했기에 문제가 되고 있다. 물론 일련의 사건들이 단지 게임을 매개 삼아 유발된 것은 아닌데다 게임중독이 공격적ㆍ폭력적 성향을 유발한다는 실증도 나온 바 없다. 하지만 게임으로 인한 살인이나 폭행사건은 비일비재하기에 그 악영향을 간과할 수 없는 형편이다.

실제로 지난 2000년 초반 광주에서는 온라인게임과 현실을 혼돈해 중학생 형이 초등학생 동생을 흉기로 찔러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해 사회적 문제가 된 바 있고, 지난 10월에는 여중생 3명이 PC방에 가기 위해 또래 여중생을 16시간 동안 강제로 끌고 다니며 폭행하기도 했다. 또 지난달에는 남녀 가출청소년 5명이 원조교제를 하자고 남성들을 모텔로 유인해 흉기로 폭행하고 금품을 빼앗는 사건이 발생했는데 이는 조사 결과 게임비와 숙박비를 마련하기 위한 범행인 것으로 드러났다.

게임을 이용해 사기행각을 벌이는 사례는 더 흔하며 이는 주로 인터넷 포커게임에서 많이 이용된다. 27일 경남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컴퓨터에 악성 프로그램을 유포, 패를 보면서 포커게임을 해 획득한 게임머니를 팔아 4000만원의 부당이득을 취득한 혐의(정보통신 이용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로 황모(39),한모(32)씨 등 일당 5명을 검거했다. 앞서 23일에도 비슷한 사건이 있었다. 상대방의 패를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을 싼 가격에 주겠다고 속여 수천만원을 가로챈 혐의(상습사기)로 수원의 한 폭력조직 조직원이 구속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단지 사회적 이슈가 되는 사건들이 아닐지라도 온라인게임으로 인해 개인의 삶이 피폐해지는 사례도 못지 않게 늘고 있는 현실이다. 극단적인 사건ㆍ사고로 즉각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지만 일상에서도 게임에 너무 몰두한 나머지 개인생활이 틀어지는 경우다.

아 같은 사례는 주위에서 흔히 보기 때문인지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게임중독 증세를 소재로 한 네 컷 짜리 만화가 등장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 만화에서는 온라인게임에 빠져 현실과 가상을 구분하지 못하는 김 대리의 이야기가 그려졌다. 사무실에서도 업무 대신 게임에 빠진 김 대리는 “근무시간에는 인터넷 게임 좀 작작하지”라는 상사의 잔소리에 “잠시만요. 보스 하나만 때려 잡으면 돼요”라면서 자신의 상사에게 강력한 주먹을 날려버린다. 달콤한 가상세계가 악몽깉은 현실이 되는 순간이었다.

나이와 성별을 초월해 누구에게나 올 수 있는 게임중독 증세는 그 경중을 떠나 단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기에 그로 인한 사회적 악영향을 고려하면 대책 역시 시급한 상황이다. 이에 여성가족부는 지난달 20일 심야시간대에 청소년들의 온라인게임 접속을 막는 ‘셧다운제’를 시행했으며, 게임업계에서는 자체 정화를 위해 노력 중이다. 특히 주요게임기업들은 지난 2008년 2월 재원을 마련해 게임문화재단을 설립해 게임 과몰입 상담치료센터 개설하는 등 건강한 게임문화 조성에 힘쓰고 있다.

<고승희 기자 @seungheez> shee@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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