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박영서 특파원]중국이 3년만에 은행 지급준비율을 전격적으로 인하, 현행 통화긴축 기조에 본격적인 변화가 나타날 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중국 인민은행은 30일 홈페이지를 통해 다음달 5일부터 시중은행의 지준율을 0.5%포인트 인하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시중은행의 지준율은 21%로 낮아진다. 지준율이 0.5%포인트 인하되면 은행의 대출여력은 4000억위안(약 68조원) 정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지준율 인하는 예상 밖이었다. 중국은 불과 지난달까지만 해도 추가 긴축에는 나서지 않더라도 현행 통화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최대 교역대상인 유럽연합(EU)의 재정위기가 갈수록 심화하고 국내적으로 성장률 둔화에다 자금난에 따른 중소기업 도산이 잇따르자 통화 완화로 선회한 것으로 관측된다.

여기다 집값 상승세가 둔화 또는 일부 하락하기 시작했고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도 다음달부터는 정부 목표치인 4%대로 내려갈 것으로 전망, 긴축에 대한 부담이 줄어든 것도 지준율 인하 카드를 빼도록 일조했다.

캐피털이코노믹스는 지준율 인하 직후 발표한 보고서에서 “인민은행이 통화정책을 완화하겠다는 신호를 시장에 보여준 것”이라면서 “만약 단순히 통화량만 늘리려 했다면 공개시장 조작을 통해서도 충분히 가능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지준율 인하 결정이 정책의 방향을 트는 신호탄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들은 내년 말까지 지준율이 3~5차례 인하될 것으로 보고 있다.

스탠다드차타드 은행의 스티븐 그린 중국 담당 이코노미스트는 1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서 “이번 조치는 굉장히 큰 변화로 정부가 긴축의 고삐를 느슨하게 푸는 신호로 이해해야 한다”면서 “설 연휴를 앞두고 유동성을 풀기 위해 내년 1월중 추가로 지준율을 인하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중국 정부가 긴축기조를 본격적으로 완화할 것으로 보고있지 않다. 부동산시장, 물가 등을 고려할 때 지준율 인하가 곧바로 금리 인하로는 연결되기는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다.

국가정보센터의 판젠핑(范劍平)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1일 홍콩 원후이바오(文匯報)에서 “전면적인 화폐정책의 전환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HSBC의 취홍빈 이코노미스트는 “물가억제에 대한 정부의 의지가 워낙 강해 물가상승률이 3% 밑으로 내려올 때까지 기준금리는 현 수준을 유지할 것이다”고 전망했다.

중국 정부는 이달 초 중앙경제공작회의를 열어 내년 경제정책 기조를 결정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회의에서 중국 정부가 현재의 신중한 통화정책을 고수하면서 돈줄은 일부 푸는 ‘미세 조정’으로 정책기조를 일부 바꿀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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