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9> 끝까지, 죽을 때까지(4) 글 채희문 / 그림 유현숙
Tarmac-포장도로, Gravel-비포장 된 길, Snow-눈길… 몬테카를로 랠리 구간에는 이런 세 가지 형태의 길이 제멋대로 펼쳐져 있었다. 눈길을 달리다가 갑작스레 포장도로가 이어지거나, 그러다가 불현듯 흙길로 들어서게 되면 드라이버는 순간적으로 아멘!을 외치게 된다. 죽이든지 살리든지 마음대로 하라고 하느님께 대드는 순간인 셈이다.
“어이쿠! 리어가 돌아요. 스노우에서 갑자기 타마크로 들어섰더니…”
“핸들 정렬! 핸들을 5도나 더 꺾으니까 뒷바퀴가 지랄을 떨지!”
전진후가 유호성의 뒤통수를 손바닥으로 내리 갈기며 명령했다. 뒤통수를 맞았는데도 눈앞에 별이 번쩍이는 것은 무슨 이치일까? 유호성은 아무런 항변도 하지 못하고 스티어링 휠을 정렬시켜야만 했다. 랠리코스를 달리는 머신 안에서는 재벌 아들이든 귀공자든 완력이 딸리면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었다. 힘! 오로지 힘! 죽기 아니면 살기로 버텨야 하는 처절한 공간이었으므로…
“청키드래드 타이어의 특성을 잘 살려서 몰아! 이 풋내기야.”
“자꾸 깔보지 말아요. 이래봬도…”
“이래봬도 뭐! 학원출신이라고?”
“이래봬도 일본에서 제일가는 드라이빙 아카데미를…”
“입방정 떨지 말랬지? 청키드래드 타이어는 무조건 핸들을 11시에서 1시까지만 돌려야 한다. 알았나? 복창! 11시에서 1시!”
“…11시에서… 1시!”
전진후의 선창에 따라 유호성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복창을 해야만 했다. 하긴 맞는 말이었다. 학원에서 교과서 펼쳐들고 외운 것이 적재적소에서 기억난다면 오죽이나 좋을까.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목소리 봐라, 크게! 11시에서 1시!”
“11시에서 1시… 제기럴!” 원래 청키드래드 타이어는 비포장도로에서 요긴하게 쓰이는 타이어를 일컫는다. 빗길에서는 그루브 타이어를 사용하고, 눈길에서는 스터드 타이어를 사용해야만 한다는 것도 이미 잘 알고 있었다. 문제는 실전감각! 타이어에 파인 홈이 많은지 적은지, 혹은 재질이 무른지 강한지에 따라 달라지는 타이어 특성에 따라 드라이버는 스티어링 휠의 움직임을 조정해야만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시속 200킬로미터의 속도로 내닫다가 미끄러지거나 튕겨나가게 된다. 만약 빗길이나 눈길, 강변에서 그런 상황을 맞으면… 목숨을 보장받기 어렵다.
“됐어. 이젠 죽도록 밟아! 내가 트위터로 이 감격스러운 상황을 고국의 친구들에게 알리는 동안 자네는 앞을 똑바로 보면서 운전하라고.”
“트위터요? 스마트폰으로 트윗질을 한다고요? 지금? 경기 중에?”
“이 친구야, 그 좋은 말 놔두고 트윗질이 뭐야? 어쨌거나 나는 유민 회장님의 명령에 복종하는 중이니 잔말 마시라고.”
전진후는 드라이빙 슈트의 주머니를 뒤적이더니 손바닥만이나 한 스마트폰을 꺼내들었다. 도대체 랠리 경기에 임하는 코-드라이버의 역할에는 관심조차 없는 모양이었다. 애인과 함께 남산 순환도로를 산책삼아 드라이브할 때에도 정신 줄을 놓았다간 큰 코 다치는 것이 운전이건만, 이건 시속 200킬로미터로 목숨 걸고 달리는 국제경기에서 뭐가 어째? 트위터로 고국 친구들에게 안부를 전해?
“아! 정말 미치겠습니다. 전진후 선배!”
“미치지 마라. 네가 미치면 나도 죽는다. 이 모든 것이 장차 5개국 관통 랠리경기를 성공적으로 치르기 위한 예행연습이란 걸 알아주면 좋겠다.”
사실 이 모든 일이 유민 회장의 전략에 의한 것임을 유호성은 알 재간이 없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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