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부도설에 휘말린 이탈리아의 금융권이 국민들의 애국심에 호소해 국채 매입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는 국민들의 국채 수요를 자극해, 재정 위기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모습을 보여줘 시장의 신뢰를 되찾겠다는 복안이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한국의 ‘금모으기 운동’과 유사하다. 다만 금융기관 주도로 이뤄지고 있어 지속성을 보일지가 관건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탈리아 은행연합이 28일(현지시간)을 ‘국채매입의 날’로 지정하고, ‘BTP’ 또는 ‘BOT’로 불리는 이탈리아 국채를 매입하는 고객들에게 수수료를 면제해줬다고 전했다.

FT에 따르면 이날 행사는 토스카나 출신 시민인 줄리아노 멜라니(51)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이 행사는 다음달 12일 한차례 더 열린다.

이탈리아 축구 협회도 이날 행사 홍보에 동참했다. 마가릿 대처 전 영국수상의 개인비서였던 샤를 파월의 부인도 이날 2000만 유로어치 국채를 매입했다. 그는 FT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부채는 ‘킬러’”라며 “순전히 나라를 아끼는 마음으로 국채를 샀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유로화가 붕괴되고 이탈리아가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사실이 가장 우려된다고 토로했다.

이탈리아 금융권이 국민들을 상대로 국채매입운동을 벌이는 것은 국채 금리가 위험수위인 7~8%대로 급등하면서 유럽재정위기가 심화됐기 때문이다. 국채 금리가 연 7%대를 지속하면 이자부담을 감당 못해 결국 구제금융을 신청해야한다. 시장에서도 이탈리아가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을 수 밖에 없다는 우울한 전망에 무게를 두고 있다. 기관투자자들은 이미 이탈리아 국채를 발빠르게 팔아치우고 있다.

이탈리아 최대 은행 유니크레디트는 9월 말 기준 400억 유로의 이탈리아 국채를 보유하고 있다. 2위 은행 인테사 상파올로의 보유량은 640억유로다. 이탈리아의 국가부채는 총 1조9000억 유로(약3000조원)에 달한다.

권도경 기자/kong@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