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5> 날개에 숨긴 칼 (25) 글 채희문/ 그림 유현숙
유민 회장의 집무책상 밑에서 유호성의 크레디트 카드 지불 결재권마저 얻어낸 현성애는 점점 그의 목을 조여가기 시작했다. 일단 그의 숨통을 조이기 위해서는 거처부터 알아내야만 했다. 어디론가 종적을 감춰버린 유호성… 하지만 뛰어야 벼룩이지, 일단 신용카드 명세를 확인하면 그의 거처는 쉽게 드러나게 마련이었다.
“당장 은행에 연락해서 유호성 씨가 마지막으로 카드를 쓰고 지불한 곳이 어디인지 알아보세요.”
그녀는 비서실 직원들에게 이렇게 명령했다. 2층 위에는 3층이 있고, 3층 위에는 옥상이 있는 법. 같은 비서실 직원이었지만 어느 사이엔가 현성애는 그들보다 한 끗발 높은 지위로 거듭나 있었다.
“어제 목포에서 출발, 인근 섬을 도는 여객선 표를 끊었어요.”
“목포? 참 멀리도 갔네. 한 명이야? 두 명이야.”
“네?”
“몇 사람 분 티켓을 끊었냐고?”
“그것까지는 모르겠고요… 아니, 실장 님… 어제 오후에 또 한 번 카드를 긁었네요. 어머! 멋져라, 가맹점 이름이 ‘사랑의 무인도’라네요.”
실장님? 현성애는 자기를 실장님이라고 스스럼없이 부르는 직원들의 말에 깜짝 놀랐다. 그러나 곧 흐뭇한 기분에 사로잡혔다. 그럼 그렇지… 실장님이라고 불러야지. 조그만 것들이 감히 현 차장이라고 부르면 쓰겠어?
무릇 이 세상은 힘 있는 자가 왕초였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미스 현! 이라고 부르던 기획실 조 부장은 언제부터인가 깍듯하게 현 차장님! 이란 호칭을 쓰고 있었다. 그뿐인가? 나머지 조무래기들은 약속이나 한 것처럼 실장님이라 부르고 있었으니 그녀는 의당히 유민 제련그룹의 비서실장으로서 막강한 위력을 발휘하고 있는 셈이었다.
“뭐라고? 사랑의 무인도?”
“아마 목포 근처 어디엔가 있는 섬인가 봐요. 요즘 무인도를 통째로 빌려준다는 말을 어디선가 들은 것 같기도 하네요.”
“가맹점 전화번호가 나와 있지 않을까? 즉시 그 번호로 전화해서 내 이름으로 예약을 해주세요.”
현성애는 CSI 과학수사대 요원처럼 재빠른 머리회전으로 사태를 파악하기 시작했다. 어제 목포에서 여객선 표를 끊었으면 벌써 하룻밤이 지난 셈이다. 만약 유호성이 여자를 꼬여 함께 떠났다면 벌써 무인도에서 첫날밤을 보냈다는 말이다.
‘신이 났겠군. 원초적인 차림으로 밤새워 난리 부르스를 췄을 거야.’
질투? 근본적으로 경멸하고 미워하는 관계에서도 질투가 생겨날까? 하지만 그녀는 분명히 질투를 느끼고 있었다. 잘 생긴 녀석에 대한 질투, 재벌 2세라는데 대한 질투, 잘 노는 것에 대한 질투, 레이싱 모델을 무인도로 꼬여내는 능력에 대한 질투…
“실장님, 혼자 떠나는 사람은 예약 불가래요. 특히 여자가 혼자 떠날 땐 절대 불가라네요. 자살할 우려가 있다나 뭐라나…”
“그래요? 할 수 없지. 일단 두 사람으로 예약을 해줘요.”
“남자, 여자… 한 커플일 때에만 예약이 된답니다. 금액은…”
“미치겠네. 알았어요. 일단 두 사람으로 예약해주세요. 남녀 한 커플로!”
“내일 오후 섬에 들어가는 조건으로 예약된답니다. 먼저 들어간 커플과 교대해야 한 대요. 그렇다면 유호성 씨 커플과 교대하는 거 아닐까요?”
유호성 씨 커플? 질투로 인해 뒷목이 당겨왔지만 현성애는 애써 태연한 척 하고 있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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