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1>날개에 숨긴 칼 (1)

채 희 문 /그림 유현숙

서른 살 넘은 여자의 뜨거움이라!

현성애가 느닷없이 던져놓은 화두(話頭)는 뜨거움이었다. 그것도 불에 달군 인두나 군고구마와 같은 일차원적인 뜨거움이 아니라… 여자의… 서른 살 넘은 여자의 섬세한 감정까지 헤아려야 하는 그런 뜨거움을 일컫는 것이었다.

화두란? 말보다 앞서가는 것. 이를테면 수행자가 깨달음을 얻기 위하여 참선하면서 연구하는 과제를 뜻한다. 그렇다면 지금 현성애는 깨달음을 얻는 수행을 하기 위하여 옷을 훌훌 벗고 뜨거움 속으로 빠져들자는 것일까?

“서른 살 넘은 여자는 뜨거운 숨결을 지닌…”

어느새 알몸이 되어버린 그녀는 무릎으로 설설 기어서 권도일에게로 다가섰다. 그러더니 다짜고짜 와이셔츠 자락을 바지춤에서 끌어내고는 하단부터 단추를 풀기 시작했다. 와이셔츠 단추는 술술 풀려나갔다. 그러나 권도일은 단정하게 넥타이를 매고 있었으므로 목 부위는 옭아맨 자루처럼 조여진 상태였다.

“대금연주자와 같아요. 입김은 흐느끼듯이 대나무 몸속을 관통하지만…”

그녀가 와이셔츠 옷소매를 당기자 그의 두 팔이 쏙 빠져나왔고, 목 부위가 옭아진 와이셔츠는 황금박쥐의 망토처럼 그의 등 뒤에 매달린 꼴이 되고 말았다. 순식간에 권도일의 상체가 알몸으로 드러났다. 아무짝에도 쓸모없을 젖꼭지 두 개와 움푹 파인 배꼽이 드러났지만 뭐라고 항변할 수도 없었다.

“지공을 스쳐 흐르던 입김은 마침내 허공으로 흩어지면서… 귀신도 솔깃할 천상의 소리로 바뀌게 되지요.”

웬 귀신 날콩 까먹는 소리인지, 권도일은 어안이 벙벙할 뿐이었다. 갑자기 참선 수행에 관한 설법을 듣는 것도 아니고, 한국학 교수로부터 대금연주에 관한 철학적 해석을 얻어듣는 것도 아닐 테니…

그저 꿀 먹은 벙어리처럼 어, 어! 하고 건성으로 외마디 대답을 하고 있었는데 그 와중에도 그녀는 혁대를 풀고, 고의춤을 조이던 단추를 풀어내고, 이윽고 지겟작대기를 감싸고 있는 지퍼까지 스르륵 내리는 것이 아닌가. “어… 성애 씨!”

무릎을 타고 흘러내린 그의 바지가 발목부위에 내려걸리자 어느새 권도일은 위 꼭지와 아래 꼭지를 금속 링으로 조인 소시지 모양으로 변해 있었다. 위, 아래를 족쇄 채웠다는 느낌 때문일까? 권도일은 꼼짝도 할 수 없었다. 그녀가 이끌면 이끄는 대로, 눕히면 눕히는 대로, 굴리면 굴리는 대로… 요리사의 손에 잡힌 소시지 신세로 변해 갈 뿐이었다.

“서른 살 넘은 여자의 숨결은…”

물론 뜨겁겠지…… 그는 더 이상 그녀의 목소리를 들을 필요가 없었다. 아니 들을 수도 없었다. 대금 소리가 허공을 배회하는 귀신의 소리라면, 서른 살 넘은 여자의 숨결은 남자의 귓바퀴를 확확 달구는 귀신의 풀무질이었다.

“아흐, 아흐!”

귓구멍으로 귀신의 뜨거운 숨결이 밀려들어오자 오금이 축축 늘어지기 시작했다. 철떡 철떡! 부드러운 혀끝이 귓가에 닿을 때마다 축축하면서도 뜨거운 벌레가 파고드는 느낌… 귓구멍 속에서 부스럭거리며 몸부림치다가 일순 툭! 터지는 벌레! 그 뜨거움!

“스무 살짜리 여자의 숨결에서는 풋내만 날 뿐예요. 그 아이들은 은근히 달구는 법을 모른다니까요? 자! 이제 똑바로 누워 봐요. 절대로 성급하게 굴면 안 돼요. 지금부터 당신은 출고된 지 30년 넘은 클래식 카를 모는 조심스런 드라이버에요. 30년 넘은 명차의 진가를 느껴보세요. 30년 동안 쌓아온 내공을 몸으로 느껴보시라고요.”

현성애는 이렇게 속삭이면서 조심스레 삼각형 천을 들추어 그의 지겟작대기를 꺼내 내었다. 그녀 역시 30년 넘은 내공을 발휘하기 때문일까? 트렁크 팬티를 벗겨내는 그녀의 손길은 부드러우면서도 거침없었다. 욕정을 참아가며 천천히 움직이는 그녀의 흰 손가락마저도 어쩜… 우아하기 짝이 없을 지경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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