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문순 신임 강원도지사의 예상밖 승리에는 같은 당 소속인 이광재 전 지사 조차 극복하지 못했던 시ㆍ군에서의 ‘반란’도 큰 기여를 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바닷가인 속초와 양양, 휴전선과 닿아있는 화천,인제,양구는 야당 돌풍이 불었던 지난해 6.2지방선거에서도 예전 처럼 한나라당 후보에게 표를 던진 ‘보수 철옹성’이었지만 이번에 ‘전향’했다.
전통적으로 보수 성향이 강한 강원도이지만, 춘천이나 원주, 강릉, 영월 등은 경우에 따라 개혁 성향의 야당 후보에게 표를 던지기도 했던 곳이다.
동해안과 휴전선에 드리워진 철책선처럼 보수의 아성으로 여겨지던 속초 양양, 화천, 양구, 인제, 홍천의 반란은 야권에게는 작년 6.2지방선거에 이어 강원도민의 성향 변화를 재확인하는 의미를 넘어 강원도내 ‘영토확장’의 가속화로 받아들일 만 하다.

한나라당으로서는 강릉 등 몇몇 지역을 ‘수복’하기는 했지만, 앞으로 각고의 노력없이는 강원지역을 충청 처럼 야당의 새 영토로 고착화 시킬 수도 있다. 강원도 최남단 황지에서 발원한 낙동강 유역에서만 자신의 존재감을 느끼는 안타까운 신세가 되는 것이다.
눈에 띄는 반전은 속초ㆍ양양이다. 양양은 6.2지방선거때 이계진 한나라당후보가 이광재 민주당 후보를 51.7대 48.2로 우세를 보인곳이지만 이번에는 민주당 최문순 지사가 엄기영 한나라당 후보를 52.9대 44.2로 제쳤다. 속초는 52대47 한나라당 우세에서 이번에 48대49로 민주당이 역전시켰다.
숱한 국정 난맥상은 차치하고라도, 역대 정권이 준 몇 안되는 ‘강원도 시혜’사업 중 하나였던 금강산관광이 중단되고 동해안 개발이 국토균형발전에서 늘 제외된 것이 속초ㆍ양양 주민들이 등을 돌리게 한 원인으로 분석된다. 최 후보는 ‘동해안 제2 개성공단’ 공약으로 지역민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홍천의 여야 득표율은 작년6월 52대47 여당우세였다가 이번에 43대53으로 뒤집어져 가장 큰 ‘반전(反轉) 지역’이 됐다. 화천은 54대45였다가 48.2대 48.3으로, 양구는 53대46에서 46대50으로, 인제는 53대46에서 45대51로 역전됐다.
최근 수십년 정체된 지역경제, 서민대책이라고 내놓지만 이곳까지 체감할 수 없는 ‘말뿐인 정책’, 북한 포격위협과 접경지 주민 반대 속 휴전선 대북전단 살포 등 과도한 최전방 긴장감 조성 등이 이들 지역 민심의 이반을 초래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강원도 그 어느 시ㆍ군도 민주당이 50%대를 초과하지 못했고, 한나라당이 40%미만으로 추락한 것은 아니어서 두 정당의 향후 행보에 따라 도내 판세가 달라질 가능성은 여전하다.
여권이 인구가 적은 강원도를 버리고 또다른 중립지대로 여겨지는 충청에 대한 구애를 강화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민주,선진 등 2개 야당의 건재속에 세종시, 과학벨트, 첨단의료복합단지 등 파동을 거치면서 대전 충청 민심이 돌아설대로 돌아선터라, 들이는 노력에 비해 효과가 낮을 수 있다. 자칫 잘못된 선택을 했다가는 중립지대인 경기, 강원, 충청을 모두 잃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영호남에 치중됐던 여권의 지역전략에서 모종의 변화가 예상된다.
‘(감자)바우’에서 ‘생물’로 바뀐 강원도 민심은 이제 정국의 변수가 됐다.
<함영훈 선임기자 @hamcho3> abc@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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