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0회> 죽음의 계곡 12

상황이 이 정도로 진전되자, 권도일은 그녀를 침대에 쓰러뜨린 뒤에 허겁지겁 스커트를 벗기기 시작했다. 박성애는 침대 위에 도도하게 누워 있는 자세였고, 권도일은 그 앞에 정중히 무릎을 꿇은 자세였다. 조금 전 술집에서만 해도 2차는 사절이라며 당당히 버티던 그의 모습을 생각하면 우스꽝스럽기 짝이 없는 상황이었다.

그녀는 권도일이 스커트를 수월히 벗길 수 있도록 엉덩이를 들어주면서 지난 수천 년 동안 여자의 나신 앞에 무릎을 꿇었던 역사적 위인들을 떠올리기 시작했다. 클레오파트라를 안아보기 위해 노심초사했던 카이사르, 미녀 초선의 마음을 얻기 위해 주군을 처치한 무사 여포, 조세핀과 결혼하기 위해 나이마저 속인 나폴레옹, 비단 찢어지는 소리에 반한 달기를 위해 하염없이 비단을 찢었던 주왕… 그뿐인가? 르윈스키의 옷에 정액을 흘려가며 세계적으로 망신을 당한 빌 클린턴, 애인 때문에 아내에게 골프채로 얻어맞은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에 이르기까지.

“자, 이리 누워요.”

드디어 스커트가 벗겨지고, 꽃무늬 레이스가 달린 삼각형 천 조각마저 벗겨졌을 때 권도일은 무릎을 꿇은 채로 허겁지겁 제 바지를 벗기 시작했다. 그는 미처 와이셔츠를 벗지 못한 상태였으므로 부풀어 오른 지겟작대기 위로 넥타이가 시계추처럼 흔들리고 있었다.

“하던 거 계속해줘요, 오빠.”

권도일이 누구더냐? 굳이 이력서를 내밀지 않더라도 어려서부터 레이싱 수업을 받아온 일류 드라이버이고, 아울러 중견회사를 경영해온 전무이사 아니었던가? 두 가지 일을 추진하면서 나름대로 명성을 얻은 사람일뿐더러 적을 향해서는 복수의 칼을 갈 줄도 아는 당대무적의 사내라는 말이다. 그런데…

“왼쪽은 그만! 오른쪽.”

귀밑에 솜털이 보송보송한 박성애가 이렇게 명령하면 즉시 그녀의 왼쪽 젖가슴과 오른쪽 젖가슴을 오락가락하며 입술봉사를 하고,

“천천히 혀끝으로!”

하고 명령하면 즉시 혀를 뽑아 물고 침을 발라가며 혀끝봉사를 하는 꼴이 가관이었다. 그의 오감은 팽팽하게 긴장되어 있었으며 박성애의 명령을 거행하기 위해 말미잘 촉각처럼 예민하게 살아 움직였다. 고도 감각의 경지… 그녀의 숨소리가 피부에 느껴지고, 그녀의 교성이 눈에 보이며, 뜨겁게 달아오른 그녀의 신열이 귀로 들리는 이상한 경지…

“아흐… 오빠, 이제 달려!”

드디어 총 진군하라는 명령이 하달되자 권도일은 결사의 의지를 다지며 그녀의 비너스를 향해 지겟작대기를 겨냥했다. 하지만 천하무적의 사나이 권도일이 오감과 결사의지가 합치된 무의식 상태로 노력봉사를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녀의 눈치를 보고 있더라는 사실이 더욱 가관이었다.

“됐어? 오 선생이 찾아왔어?”

숨을 헐떡이며 꼴뚜기짓을 하는 그의 등판에는 어느새 방울방울 땀이 맺히기 시작했지만 그녀는 아, 으, 아, 으… 하는 외마디 신음을 토해내면서 고개를 좌우로 거칠게 흔들 뿐이었다. 오 선생, 이른바 오르가슴에 도달하려면 아직 멀었으니 더욱더 공들여 허리봉사를 하라는 뜻이었다.

“어때? 아직도? 오 선생이 아직도?”

권도일은 침대 모서리에 무릎을 꿇은 자세로 꼴뚜기짓에 열중했다. 그녀도 이제야 몸이 달아오르는가? 상체를 벌떡 일으키더니 몸을 활처럼 뒤로 젖힌 채 두 팔로 침대 바닥을 짚더니 한없이 뒤로 목을 젖혔다.

그 모습에 어찌 흥분하지 않을쏜가? 권도일은 무릎 꿇은 채로 그녀의 양 허벅지를 두 팔로 옆구리에 꼬나잡고 힘차게, 힘차게 작업을 계속했다. 그의 무릎은 카페트에 쏠려 허물이 벗어지기 시작했는데, 지성이면 감천! 그녀는 어느새 반이나 까무러쳐 있었다.

그때 문득 ‘내가 왜 이토록 힘들게 봉사를 하지?’ 하는 생각이 그의 머릿속에 스쳐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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