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산홈쇼핑 새내기 김하나·유양희·최지영…그녀들이 말하는 쇼핑호스트의 세계

최지영

억대 연봉은 손가락 꼽을정도

상품 연구하느라 꾸밀시간 없어

유양희

친구처럼 친근하게 공감 유도

때론 뱃살·민얼굴도 경쟁력

김하나

방송심의팀서 항상 모니터링

매진임박·주문폭주 함부로 못써

우리나라에 홈쇼핑이 도입된 지 16년째. 초창기에는 맛깔나게 보이는 상품과 쇼핑호스트들의 호들갑스러운 성화에 혹해 주문전화를 걸었던 시청자들이 부지기수였다. 이제는 인터넷의 발달 등으로 ‘스마트’한 소비자들이 늘어남에 따라 쇼핑호스트들도 달라졌다. 정확한 정보와 합리적인 설명으로 차분하게 시청자들에게 다가가고 있다. 여수산 갈치를 팔면서 바로 며칠 전에 갈치를 수매했다는 여수수협공판장의 확인증을 직접 보여주는 식이다.

특히 먹을거리 판매 비중이 60%로 타사보다 높은 농수산홈쇼핑은 새내기 쇼핑호스트들에게 무엇보다 ‘신뢰’를 강조하고 있다. 일본 대지진으로 인한 원자력발전소의 방사능 유출, 전국에서 발생한 구제역 등으로 먹을거리에 대한 불안감이 더욱 고조되고 있는 요즘, 소비자들은 무엇보다 안전한 식품을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신뢰감 있는 정보 전달을 위해 농수산홈쇼핑은 41년 경력의 베테랑 이지연 KBS 아나운서를 새내기 쇼핑호스트들의 멘토로 영입해 혹독한 트레이닝을 시켰다.

▶수백 대 1의 경쟁률 뚫고 합격… 평가는 현재진행형=지난해 11월 입사한 김하나(30)ㆍ유양희(28)ㆍ최지영(33) 쇼핑호스트는 3개월간 이 아나운서로부터 발성, 바른말 사용 등을 철저하게 배웠다. 쇼핑호스트의 지나치게 빠른 말이나 틀린 언어 사용은 신뢰감을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쇼핑호스트들은 따로 대본이 없이 방송을 이끌어가기 때문에 평소에 바른말을 몸에 익히는 게 필수다.

이 아나운서는 언어뿐만 아니라 방송인으로서의 시청자들에게 믿음을 주기 위해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자세 등도 가르친다. 최지영 씨는 “선생님께서 찜질방에 자주 가서 아줌마들의 관심사가 뭔지 잘 들어보라고 하시더라고요. 30대인 제 입장이 아니라 주 고객인 40~50대가 무슨 생각을 하고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야 어필할 수 있으니까요”라고 말했다.

이들은 1000명이 넘는 경쟁자와 맞서 5차에 걸친 관문을 뚫고 합격했지만, 그것이 끝은 아니었다. 입사 후 이 아나운서의 과외 등 특화 교육을 수차례 거쳤고, 지난주부터 실전 방송에 투입돼 매일매일 평가받고 있다.

농수산홈쇼핑 신입쇼호스트.<br />정희조 기자/checho@heraldm.com 110325
농수산홈쇼핑 신입쇼호스트.
정희조 기자/checho@heraldm.com 110325
농수산홈쇼핑 신입쇼호스트.
정희조 기자/checho@heraldm.com 110325 농수산홈쇼핑 신입쇼호스트. 정희조 기자/checho@heraldm.com 110325

쇼핑호스트는 보통 2년간 교육 기간을 거친 다음 1년 단위로 계약을 진행한다. 자신의 이름 석 자를 당당히 내세울 수 있는 쇼핑호스트가 되기까지는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멀다. 다만 치열하게 살고 그만큼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 이 직업의 매력이다.

▶억대 연봉에 화려한 삶… 쇼핑호스트에 대한 편견=억대 연봉의 유난희 씨, 연예인과 결혼한 미모의 전직 쇼핑호스트 등 스타 쇼핑호스트들이 늘면서 쇼핑호스트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도 높아졌다. 하지만 억대 연봉 쇼핑호스트는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다.

특히 쇼핑호스트들이 사치하고 미모만 가꿀 것이라는 생각도 편견이라고 이들은 입을 모았다. 아침 방송이 있는 날이면 새벽에 머리에서 물이 뚝뚝 떨어지는 채로 출근할 수밖에 없고, 상품 연구하느라 꾸밀 시간도 없다는 것이다. 김하나 씨는 “상품을 설명할 때 풍부한 표현력을 갖추기 위해 잡지와 책도 많이 보고 카피라이팅 강의도 듣는다”고 말했다.

미모가 쇼핑호스트를 뽑는 기준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인형 같은 외모의 소유자는 오히려 적합하지 않다. “여자들은 질투심이 많잖아요. 쇼핑호스트가 매우 예쁘면 ‘쟤는 다 고쳤어’라고 이러쿵저러쿵 하다 보니까 상품이 집중이 안 돼요.”(최지영)

특히 요즘 쇼핑호스트들은 친구처럼 친근하게 주부들이 공감할 수 있는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 청바지를 판매할 때는 뱃살을 푹 집으면서 “보세요. 저도 이런데, 잘 맞아요”라고 말하고, 화장품을 팔 때는 민얼굴로 나와서 직접 발라 본 뒤 어떻게 달라지는지 직접 보여주는 식이다.

또 다른 편견은 쇼핑호스트들이 자주 쓰는 ‘매진 임박’ ‘주문 폭주’라는 말이 사실일까 하는 의구심이다. 하지만 규정상 일정 기준에 해당하는 수량이 남았을 때만 매진 임박 등과 같은 단어를 쓸 수 있고, 방송심의팀에서 쇼핑호스트들이 하는 말을 전부 모니터링하고 있어 함부로 그런 표현을 쓸 수 없다고 한다.

“최고로 좋아요” 등과 같은 최상급 표현도 가급적 쓰지 않는다. 아직 경험이 많지 않은 신입 쇼핑호스트들은 무심코 그런 표현을 쓰기도 하지만, 같이 방송하는 선배들이 “그건 개인적으로 그렇게 생각한다는 거죠”라고 재빨리 정정해주곤 한다.

“요즘은 ‘자동주문전화 빨리 연결하세요’ 이렇게 강요하기보다 충분히 제품의 장점을 설명하고 고객들이 생각할 시간을 주는 것을 중시하고 있어요.”(김하나)

▶T커머스 시대… 자신만의 색깔로 승부=이들은 아직 방송에서 멘트를 이어가기 급급하고 시선 처리도 어색한 새내기다. 서로 의지가 돼주는 동기도, 따뜻하게 조언을 해주는 선배도 미래에는 경쟁자가 된다. 인터넷쇼핑이 활발해지면서 TV홈쇼핑의 비중은 갈수록 줄고 있다. 물론 각 홈쇼핑사는 자체 앱을 만들어 스마트폰으로 실시간 방송을 볼 수 있도록 하는 등 대비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미래는 불투명하다. 하지만 이들은 두려움 없이 자신만의 색깔을 가진 쇼핑호스트가 되기 위해 한발 한발 내딛고 있다.

“쇼핑호스트는 편성 때 캐스팅이 되는 입장인데, 각 개인의 색깔이 모호하면 존재 이유가 없죠. 예를 들어 건강식품이라면 최지영이 잘 아니까 쟤를 쓰자는 말이 나올 수 있게 해야죠.”(최지영)

“아직 새내기다 보니 제 이미지를 굳히고 인정을 받는 것이 1차 목표예요. 그걸 이루고 나야 뭔가 차후적인 것도 이룰 수 있을 거 같아요.”(유양희)

“너무 어리게 보여서도 안 되고, 너무 어른들을 구워삶으려고 노련한 척해도 시청자들 눈에 다 보이니까요. 앞으로 저만의 캐릭터를 잘 잡아 나가야죠.”(김하나)

신수정 기자/ ssj@heraldm.com 사진=정희조 기자/ checho@heraldm.com

멘토 이지연 아나운서

“홈쇼핑 언어오염 심각…천천히 또박또박 말해도…매출에 지장 없어요”

‘위대한 탄생’ ‘남자의 자격’ 등 멘토 바람이 불고 있는 요즘 홈쇼핑업계에도 아나운서 멘토가 등장했다. 농수산홈쇼핑의 새내기 쇼호스트들의 멘토는 ‘KBS 이산가족찾기’ 생방송 진행으로 유명한 이지연 아나운서(63).

이 아나운서는 도상철 농수산홈쇼핑 대표와 만났을 당시 홈쇼핑방송 언어 오염이 심각하다는 데 공감하고 쇼핑호스트들에게 바른 언어 교육을 시키자는 데 의기투합했다. 3년째 교육을 맡고 있는 이 아나운서는 “쇼핑호스트는 말이 빠르고 톤이 높으며 멘트가 긴 것이 특징”이라며 “그래서 물건을 팔려고 몰아세우는 것처럼 느껴지는데 천천히 또박또박 말한다고 매출이 안 오르는 게 아니다”고 강조했다.

발성뿐만 아니다. ‘가격 조건’을 ‘가격적 조건’이라며 쓸데없는 조사를 붙이거나 그릇 등 상품을 가리켜 “얘는 어떻고”라며 의인화하는 것도 지적 사항이다. 부정적 의미로 쓰는 ‘너무’를 “너무너무 좋아요”라고 붙여 사용하는 등 무심코 부적절한 언어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 아나운서는 “방송 중에 ‘솔직히 말씀드리면’과 같은 말을 많이 하는데, 그럼 그전까지는 솔직하지 않았던 거냐?”며 방송언어의 오염을 하나하나 지적했다.

이 아나운서는 바른말 교육뿐만 아니라 갖춰야 할 다른 요소도 들려줬다. 상품을 팔면서 맛있게 먹는 연기도 해야 하고, 소비자들에게 감성적으로 접근하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에 시(詩)를 읽거나 드라마도 많이 보라는 조언이다.

따끔하게 독설을 내뱉는 멘토들도 있지만, 이 아나운서는 제자들의 방송을 모니터링한 다음 문자를 보내주거나 새벽 2시까지 폭탄주를 함께 마시며 이야기를 들어주는 등 자상한 멘토다. “요즘 친구들은 무섭게 혼나면서 크지 않았잖아요. ‘네가 최고’라고 칭찬해주면서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는 게 중요해요.”

신수정 기자/ ssj@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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