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설] 심상찮은 공시가 반발 기류, 산정근거 명확히 밝혀야

올해 전국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전년 대비 19%(14년 만의 최고치) 넘게 급등하면서 반발 강도도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서울과 세종의 아파트 단지들은 연대서명으로 국토교통부에 항의하고, 조은희 서울 서초구청장과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의견 제출 마지막 날인 5일 불합리한 공시가격 사례를 모아 공동 기자회견을 여는 진풍경까지 연출했다.

서초구와 제주도가 자체 조사한 자료에는 상식을 뒤엎는 사례가 여럿 보였다. 서초동 한 아파트(전용 80㎡)는 지난해 실거래가가 12억6000만원이었는데, 올해 공시가격은 15억3800만원으로 나왔다. 임대아파트와 분양아파트의 공시가가 역전된 사례도 있었다. 제주시 아라동의 A아파트 한 동은 1층부터 5층까지 전 가구의 공시가격이 최고 13.7% 올랐다. 그러나 나머지 세 동 전체 가구는 모두 지난해보다 공시가격이 내렸다. 아파트단지별로 조망 등에 따라 시세나 공시가격이 차이가 나지만 몇 층이냐에 상관없이 한쪽 동은 오르고, 다른 동은 내리는 건 이례적이다.

서초구나 제주도야 모두 야당 소속 지자체장이어서 보궐선거를 앞두고 정부의 정책에 공연히 딴죽을 건다고 할 수 있지만 여당 소속인 이춘희 세종시장까지 하향조정을 요청했다는 점에서 공시가격에 대한 불만은 진영을 넘는 문제로 받아들여야 한다. 올해 공시가격이 평균 70% 오른 세종시에서는 종부세를 내야 하는 9억원 초과 아파트가 1760가구로, 전년(25가구)의 70배에 달한다. 서민과 중산층이 많이 사는 강북에서도 ‘공시가 불복’ 목소리가 높다. 공시가격에 대한 이의신청은 2018년 1290건에서 2020년 3만7410건으로 폭증한 데 이어 올해는 역대 최고기록(2007년 5만6355건)마저 넘어설 기세다.

세금의 본질 가운데 하나가 응능부담(應能負擔)의 원칙이다. 세금이 생계를 위협할 정도로 가혹하면 누구나 저항하게 돼 있다. 공시가격은 재산세·종부세 등 부동산 관련 세금뿐 아니라 건강보험료 등 63개 분야의 행정지표로 활용될 정도로 국민생활과 직결된 민감한 문제다. 집값 급등기에 과세표준 역할을 하는 공시가격마저 크게 오르면 수백만~수천만원의 추가 부담을 떠안게 돼 납세자는 세금이 아니라 벌금으로 여길 수밖에 없다.

연례행사처럼 반복되는 공시가 반발을 줄이려면 평가·산정은 국토부와 부동산원, 감정평가사가 맡고 이를 각 지자체가 검증하는 방식을 검토할 만 하다. 또 현재 시세 대비 90%까지(2030년 목표)로 설정돼 있는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80% 선으로 낮춰 집값 급변기에 공시가격이 시장가보다 높아지는 역전 현상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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