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물가상승률 6년새 30% 육박

‘바이든=고물가’ 저격했던 트럼프

고물가 부담 부메랑처럼 돌아와

트럼프 지지세 강한 저소득층일수록

인플레이션 체감 효과 커…선거 영향 촉각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7일(현지시간) 텍사스 샌안토니오의 프리먼 콜리시엄에서 열린 선거 유세에서 춤을 추고 있다. [AP]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7일(현지시간) 텍사스 샌안토니오의 프리먼 콜리시엄에서 열린 선거 유세에서 춤을 추고 있다. [AP]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한 달도 남지 않은 미국 중간선거에서 물가가 선거 결과를 좌우할 가장 큰 화두가 되고 있다. 지난 6년간 꾸준히 누적된 미국의 물가상승률이 중간선거를 앞둔 유권자들의 일상을 짓누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22년 중간선거에도 바이든 전 행정부와 당시 집권당이었던 민주당의 발목을 잡았던 인플레이션은 4년 후 체급을 더 불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공화당의 발목을 잡고 있다.

6년새 물가지수 29%↑…장 볼 때마다 분노하는 유권자들

지난 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기준 전체 물가는 6년간 29% 올랐고, 각종 생활필수품 가격은 2020년보다 약 30% 비싸졌다. 미국 노동부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지난해 같은 달 대비 3.4% 상승했다. 지난 2022년 9%를 웃돌았던 물가상승률보다는 낮아진 수준이지만, 이미 수년간 누적된 가격 상승 위에 추가 인상이 더해지면서 소비자 부담은 계속 커지고 있다.

경제학자들은 소비자들이 월별 물가상승률보다 지난 수년간 누적된 가격 상승을 더 크게 체감한다고 설명했다. 새로운 가격 수준에 익숙해지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물가상승률이 둔화해도 체감 부담은 쉽게 줄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스티븐 웨이머스 조지타운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유권자들이 인플레이션에 대해 극도로 조급하고 불안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WSJ는 “인플레이션이 중간선거에 미칠 영향은 어느 유권자층이 가장 큰 부담을 느끼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며 “에너지 가격 상승은 특히 저소득층에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소득 가운데 휘발유에 지출하는 비중이 더 높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6년간 물가상승분 만큼 임금상승분이 따라가지 못한 점도 유권자들의 불만을 키우고 있다. 실제로 7월과 8월 물가상승률은 평균 시간당 임금 상승률을 웃돌았다.

닐 마호니 스탠퍼드대 경제학 교수는 “식료품점에서 오른 물가가 임금 상승분을 깎아먹는 것을 보면 소비자들은 자신이 피해를 입고 있다고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의료비·대출 등 통계 밖 물가는 더 가파른 상승

지난 7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포트워스의 식료품점에서 한 소비자가 진열대에서 우유를 꺼내고 있다. [AP]
지난 7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포트워스의 식료품점에서 한 소비자가 진열대에서 우유를 꺼내고 있다. [AP]

CPI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일부 비용 부담도 커졌다. 미국인의 1인당 의료비 본인부담 지출은 2020년부터 2026년 사이 약 47% 증가했다.

대출 비용도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주택과 보육·유치원, 자동차 정비, 반려동물 서비스 가격은 지난 6년간 평균 시간당 임금보다 더 많이 올랐다.

부채 부담 역시 커지는 상황이다. 진보 성향 싱크탱크 센추리재단에 따르면 최근 수년간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분 가운데 절반 이상이 부채 상환에 쓰였다.

다만 미국 소비 지출 전망은 뛰었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이 지난 7일 발표한 9월 소비자기대조사(SCE)에 따르면향후 1년간 가계 지출 증가율 예상치는 5.5%로 전월보다 0.3%포인트 상승해 역시 2023년 5월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

그럼에도 소비자심리는 악화하고 있다. 미국 비영리 경제조사기관 컨퍼런스보드가 발표한 최신 소비자 심리 데이터에 따르면, 전체 소비자신뢰지수(Consumer Confidence Index)는 80선 부근까지 물러서며 2014년 이후 약 12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고질적인 물가 상승이 가처분소득을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학자들은 전년 대비 물가상승률을 중시하지만, 소비자들은 매장에서 보는 현재 가격을 몇 년 전 기억 속 가격과 비교하는 경향이 있다. 마이클 웨버 퍼듀대 경제학자는 “소비자들이 과거 가격을 실제보다 낮게 기억하는 경향이 있고, 가격 인하보다 가격 상승을 훨씬 더 민감하게 인식한다”고 설명했다.

“물가 상승률 낮아졌다” 메시지, 유권자에 안 먹힌다

7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포트워스의 한 식료품점 정육 코너를 한 쇼핑객이 살펴보고 있다. [AP]
7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포트워스의 한 식료품점 정육 코너를 한 쇼핑객이 살펴보고 있다. [AP]

인플레이션은 통상 집권 세력에 불리하게 작용해왔다. 실제로 지난 2022년 중간선거 당시 고물가는 민주당의 가장 큰 약점 가운데 하나로 꼽혔다.

최근 WSJ 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의 60%가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이 경제를 더 악화시켰다고 답했다.

WSJ는 “현재 미국에서 신차 한 대를 사는 데 평균 약 5만달러(약 6700만원)가 들고, 한 번 주유하는 데 약 60달러(약 8만원)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바이든 행정부 시절 인플레이션을 정치적 재기의 핵심 의제로 내세웠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제 고물가의 책임 공방 한가운데 서게 됐다”고 분석했다.

웨이머스 교수는 “유권자들이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과 높은 물가를 쉽게 연결해 생각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고물가에 대한 비판에도 백악관은 트럼프 행정부에 들어서 미국 경제가 나아지고 있다는 주장을 반복하고 있다. 백악관 대변인은 “민주당과 조 바이든은 경제를 망가뜨리고 미국 가정을 압박했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실패한 경제정책이 초래한 피해를 수습하고 있다”고 말했다.

저소득층 체감물가 더 높아…중간선거 변수로

지난 5월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의 한 스노코 주유소에서 시민들이 차량에 휘발유를 넣고 있다. [로이터]
지난 5월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의 한 스노코 주유소에서 시민들이 차량에 휘발유를 넣고 있다. [로이터]

유권자 가운데에서도 저소득층은 고물가에 더 큰 부담을 체감해, 이들이 다가오는 중간선거에 미칠 영향이 작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에너지 가격 상승은 특히 저소득층에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하는데, 이들이 휘발유에 지출하는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저소득층은 트럼프 대통령의 주 지지층이기도 하다.

실제로 뉴욕 연방준비은행이 소득계층별 체감 물가상승률을 추정한 결과, 올해 인플레이션은 소득 하위 40%에 상위 20%보다 훨씬 더 큰 부담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공화당 의원들은 현재 물가상승률이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목표치 2%를 웃돌고 있지만 과거보다 크게 낮아졌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웨버 교수는 “‘물가 상승 속도가 둔화했다’고 선거운동을 하는 것은 나쁜 생각”이라며 “소비자들은 가격을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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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biz.heraldcorp.com/article/10898031

yckim6452@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