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첫 회사 폐업·2015년 면책…2021년 보안기업으로 재도전
2023년 매출 27억→2025년 87억…대기업·금융사 등 고객사 60곳 확보
기보 ‘재도전 재기지원보증’으로 총 10억원 지원…재창업 자금 숨통
[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사업에 한 번 실패한 기업인이 다시 시장에 진입하는 것은 쉽지 않다. 사업 실패로 신용도가 떨어지면 기술과 경험이 있어도 금융권 문턱을 넘기 어려워서다. 기술보증기금이 운영하는 ‘재기지원보증’은 이처럼 과거 사업 실패로 금융 접근성이 떨어진 기업인 가운데 기술력과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기업을 선별해 다시 자금을 공급하는 제도다.
보안 소프트웨어 기업 피노라이크는 이 제도를 통해 재창업 이후 성장 궤도에 오른 사례다. 2023년 27억3000만원이던 매출은 2024년 61억7600만원, 지난해 87억2200만원으로 늘었다. 2년 만에 3배 이상으로 증가한 것이다. 박홍준 피노라이크 대표는 올해 매출이 14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다.
박 대표에게 이번 창업은 두 번째 도전이다. 그는 2001년 아더스테크놀러지를 설립해 이동통신사를 상대로 데이터베이스(DB)와 하드웨어 장비, 소프트웨어 등을 공급했다. 사업이 한창일 때 직원은 18명, 연매출은 약 60억원까지 늘었다. 연간 3억~4억원의 영업이익도 냈다. 문제는 닷컴 붐이 꺼지면서 시작됐다. 시장 확대를 예상해 인력과 재고를 크게 늘렸는데 수요가 예상보다 빠르게 줄었다. SK텔레콤과 당시 LG텔레콤, KTF 등 이동통신사가 주요 고객이었던 회사에는 팔리지 않은 재고가 쌓였다.
박 대표는 당시 상황에 대해 “컴퓨터공학을 전공해 기술은 잘 알았지만 경영과 관리에는 부족한 점이 많았다”며 “수요를 제대로 예상하지 못하고 인력과 재고에 너무 많이 투자했던 것이 문제였다”고 말했다. 2006년부터 어려움이 본격화된 아더스테크놀러지는 결국 2008년 폐업했다. 박 대표는 2013년 파산선고를 받았고 2015년 면책 결정이 내려졌다.
회사가 문을 닫을 당시 그는 직원들이 동종업계에서 계속 일할 수 있도록 협력업체 등에 취업을 연결했다. 과거 직원 가운데 일부는 훗날 박 대표가 다시 창업했을 때 합류했다.
박 대표는 폐업 후 곧바로 재창업에 나서지 않았다. “하드웨어와 인프라 사업만으로는 답이 없겠다”고 판단해 보안업체에 취업했다. 해외 보안 제품을 국내 고객사 환경에 맞게 구축하고 지원하는 일을 하며 10년 넘게 보안산업 경험을 쌓았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2021년 피노라이크를 창업했다. 과거처럼 하드웨어와 재고 부담이 큰 사업 대신 소프트웨어 개발에 집중했다. 현재 직원 수는 25명이다.
피노라이크의 주력 제품은 기업의 방화벽 정책을 관리하는 보안 설루션과 취약점 관리 자동화 시스템 등이다. 박 대표는 “우리나라 대표적인 대기업들과 금융사들이 우리 회사의 고객이다. 약 60곳 기업들이 우리의 고객”이라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을 보안 업무에 적용하는 제품 개발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피노라이크가 개발한 ‘PINO ARC’는 복수의 AI 모델과 멀티 거대언어모델(Multi-LLM) 구조를 활용해 보안 관련 데이터 수집과 분석, 판단, 대응 과정을 자동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박 대표는 최근 잇따르는 사이버 공격을 계기로 기업들의 보안 관리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 차례 취약점을 점검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기업이 보유한 IT 자산과 취약점을 지속해서 확인하고 대응하는 체계가 필요해졌다는 것이다.
그는 “앞으로 보안도 다른 IT 운영 업무처럼 지속적으로 관리하면서 자동화하는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재창업 초기 가장 큰 문제는 자금이었다. 소프트웨어 기업은 제품을 개발하고 기술인력을 확보한 뒤 매출이 발생하기까지 상당한 기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과거 사업 실패와 면책 이력이 있는 기업인이 금융회사에서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는 쉽지 않았다. 이때 활용한 것이 기보의 재기지원 제도다.
기보의 ‘재기지원보증’은 실패 경험이 있는 기업인 가운데 기술력과 사업성을 갖춘 기업의 재기를 지원하는 제도다. 과거 보증채무가 남아 있거나 채무조정을 마친 기업인 등에 사업에 필요한 신규 보증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과거 실패 사실만으로 지원 여부를 결정하지 않고 현재 기업의 기술력과 사업성, 매출 기반, 재기 가능성 등을 다시 평가하는 것이 특징이다.
피노라이크는 2024년 11월 1억9000만원, 2025년 9월 3억1000만원에 이어 올해 8월 5억원의 보증을 지원받았다. 지금까지 지원 규모는 총 10억원이다. 박 대표는 특히 재도전 기업에 대한 평가 방식이 과거보다 정교해졌다고 평가했다. 그는 “예전처럼 매출이 얼마인지 정도만 보는 것이 아니라 사업계획과 기술계획을 실제로 검토하고 기술이 있는 회사인지 파악한다”며 “특허와 제품까지 상당히 면밀하게 살펴본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피노라이크는 현재 보안 기술과 관련해 등록 특허 5건을 보유하고 있고 7건을 출원한 상태다. 박 대표는 실패 경험이 있는 기업인에 대한 재기 지원을 ‘무조건적인 구제’와는 구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실패한 사람들은 자신이 왜 실패했는지를 뼈저리게 안다”며 “그 실패를 반복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만큼 다시 도전할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무조건 자금을 빌려주는 것은 아니어야 한다. 기술과 매출이 있고 사업을 지속할 힘이 있는 회사인지는 충분히 검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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