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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투자업계도 ‘주52시간’ 몸살

[헤럴드경제=이세진 기자] “일손이 부족하니 젊은 회계사들은 몸값이 올라가서 좋아하는 것 같은데…, 사실 이렇게 바쁜 감사기간에는 고충이 많습니다.”

한 대형 회계법인의 고위 관계자는 지난 2018년 7월 본격 시행된 ‘주52시간 근무제’ 여파를 이렇게 요약했다.

최근 주요 회계법인들은 직원 1인당 법정 최고 근로시간이 줄어들면서 회계사 일손이 귀해진 탓에 ‘인력 유출 방지책’으로 앞다퉈 연봉을 올려주고 있다. 그러면서 동시에 감사 업무가 몰리는 시즌에는 일거리를 감당하기 어려운 ‘이중고’를 겪는 실정이다.

국내 ‘빅4’ 회계법인인 EY한영의 서진석 대표가 최근 돌연 사임한 배경 중 하나로도 주52시간 근무제가 언급되고 있다. 공격적으로 사세를 성장시킨 서 대표의 실적 이면에 내부적으로 무리한 주문이 지속됐다는 정황이 포착된 것이다.

일각에서는 주52시간제 시행에도 불구하고 회사가 당장 감사 업무 인력을 늘리기 힘든 상황에서, 근로시간을 축소 신고하도록 편법을 썼다는 의혹까지 일고 있다. EY한영 측은 작년 초부터 재량근로제를 실시하고 있어 이같은 문제는 없다는 입장이지만 업계에서는 업무 특성과 실정을 반영하지 못한 일률적인 규제 적용의 그림자라는 시각으로 이 사태를 바라보고 있다.

서 대표를 둘러싼 논란이 본격화된 11일, 공교롭게도 주52시간제에 대한 민원은 외국계 금융사 최고경영자(CEO)들의 입에서도 흘러나왔다. 은성수 금융위원장과 오찬을 가진 CEO들은 주52시간제가 시행되면서 다른 해외지점에 비해 한국 지점의 경쟁력이 저하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해외지점과의 업무 등 근무시간 외 업무가 불가피한데 주52시간제가 탄력적인 근무시간 운영을 막고 있다는 설명이다. “외국계 금융사 직원은 주52시간제 적용대상에서 제외해달라”는 요청에 은 위원장은 “예외조항이 많을 경우 법적안정성이 저하될 우려가 있으므로 신중검토가 필요하지만, 제도 정착상황을 봐가면서 고용노동부에 의견을 전달하겠다”고 답했다.

고용노동부는 작년 7월 증권사의 애널리스트와 펀드매니저를 주52시간제 적용을 받지 않는 재량근로제 대상에 포함시켰다. 그러면서 금융회사의 핵심 영역으로 꼽히는 투자은행(IB) 업무에 대해서는 주52시간 근무제를 그대로 적용하기로 한 바 있다.

“실정에 맞지 않다, 예외로 인정해달라”는 요구는 갈수록 각계로 퍼져나가고 있다. 주52시간제의 부작용을 보완하는 입법은 20대 국회에서 결국 무산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는 동안 업계 곳곳에서는 변칙도 목격되는 상황이다. 취지를 바르게 세우면서 부작용을 막기 위해서라도 업계 목소리를 반영한, 대대적인 점검이 필요한 시점이다.

jin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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