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 짓기 핵심은 좋은 나무와 목수
누구나 한옥을 보면 사랑에 빠진다. 기와의 둥근 곡선과 나무의 직선이 만들어내는 한옥의 조화로움은 한눈에 담기엔 어려운 예측불가의 매력이 있다. 해가 들어오는 커다란 창과 아담한 마당, 수려한 지붕이 주는 한옥의 멋스러움에 대한 재조명이 활발해지면서 최근 한옥집짓기에 대한 관심 또한 급증하고 있다. 지난 6월 25일, 서울시는 한옥정책 장기종합계획인 ‘서울한옥자산선언’을 발표했다. 서울시는 종로구 계동에 ‘한옥지원센터’를 열고 시내 전체 한옥에 대한 개·보수 상담을 지원하기로 결정하며 한옥을 서울의 문화로 만들겠다고 공표했다. 그러나 한옥열풍의 이면에서는 한옥의 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로 시공되는 무분별한 한옥건축이 오히려 한옥의 가치를 훼손하고 있다고 지적도 나온다. 현재 국내 한옥시공업체들이 조성중인 150여 채 규모의 은평한옥마을의 경우도 다르지 않다.
무늬만 한옥이라 할 수 있는 철골과 콘크리트 구조가 우후죽순 뒤 섞여 있다. 한옥에서 가장 중요한 목재도 국내산과 외국산, 작은 원목을 이어붙인 값싼 집성목까지 천차만별이다. 현재 은평한옥마을은 신한옥과 개량한옥이라는 아직은 낯선 이름의 가옥들이 하나 둘 시공되고 있다. 그 가운데 100% 국내산 육송으로 전통한옥만을 고집하는 시공업체가 있어 주목을 끈다. 은평한옥마을에서 처음으로 전통양식에 따라 안채와 사랑채로 이루어진 전통한옥을 시공 중인 동이한옥학교다. 동이한옥학교의 정준원 대표는 “한옥 공사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좋은 목재와 이를 활용할 수 있는 기술입니다. 전통 목구조에 적합한 육송은 시공에 높은 기술과 경험을 요구합니다. 때문에 많은 이들이 보다 다루기 쉬운 수입목을 한옥건축에 사용하고 있지만, 이는 갈라짐, 뒤틀림, 수축 등의 변형으로 인한 구조적 안정성에 손상을 가져옵니다”라고 설명했다. 한옥이 아름다운 이유는 나무와 함께 수백 년을 살아 숨쉬기 때문이다. 또한 한옥 건축은 나무를 다루는 일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한옥 짓기는 좋은 목수와 좋은 나무를 만나는 게 관건이다. 2009년 초 ‘전통을 살리는 한옥 목수를 양성’하고자 설립된 동이한옥학교는 서울 소재 유일한 전통한옥 전통가구 전문 교육기관이다. 30년 경력의 베테랑 강사진의 지도 아래 지난 6년 동안 약 500여 명의 졸업생을 배출해왔다. 특히 올해 고용노동부가 주최하는 직업능력개발훈련과정인 국비지원 업체로 선정되었으며, 전직을 희망하는 재직자나 구직자들은 적은 비용으로 전통 한옥과 전통가구 교육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교육을 수료한 졸업생들은 전통한옥목수로 전업활동을 하거나, 직접 자신의 한옥을 짓는 등의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정준원 대표는 “한옥은 짓는 게 아니라 나무처럼 심는 것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땅 위에 나무를 심듯 ‘활생’의 마음으로 지어야 자연과 함께하는 유기체로서의 한옥이 될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또한 한옥에 담긴 과학은 ‘인간과 자연’ 그 자체에 집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사람이 들어갔을 때 가장 안정된 공간감을 느끼는 방의 크기와 신체를 기준으로 짠 창틀높이 등 각 부분들이 저마다 다른 사용자들의 신체크기를 고려하고 있다는 게 정 대표의 설명이다. 동이한옥학교는 교육기관으로서의 역할 외에도 한옥 전문시공회사로서 약 50여 채 이상의 전통 한옥 민가를 설계·시공해왔다. 현재 은평한옥마을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이며, 한옥다운 한옥을 구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