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연 영상 공개 하루 만에 유사작 7개…AI 카피캣 바람
AI로 게임 제작 쉬워지며 복제 속도 빨라져
국내 게임사, 복제 우려에 데모 공개 취소까지
“시대에 맞는 개발사 보호 대책 마련해야”
[헤럴드경제=차민주·이준영 기자] 인공지능(AI) 기술이 발달하면서 게임 업계에서 이른바 ‘카피캣(모방 게임)’ 현상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카피캣은 기존 게임의 아이디어나 플레이 방식을 모방해 만든 게임을 말한다. 정식 출시 전 공개된 ‘시연 영상’이나 ‘데모판’을 참고해 AI로 유사작을 제작하는 사례가 글로벌을 넘어 국내에서도 속출하고 있다. 원작 개발사가 복제 우려에 노출되면서 국내 게임 제작 생태계가 위축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게임 업계에 따르면 ‘로블록스’ 등 이용자가 직접 게임을 제작하고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에 기존 게임을 모방한 작품들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신작 ‘이스케이프 더 월스(Escape the Walls)’가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 14일 게임 개발사 판도리오 게임스는 해당 게임을 시연 영상을 엑스(X·옛 트위터)에 공개했다. 벽을 부숴 교도소를 탈출하는 방식의 게임으로, 영상 공개 하루 만에 조회수 220만회를 기록했다. 해당 게임은 아직 정식 출시되지 않은 상태다.
문제는 영상이 공개된 지 ‘하루’ 만에 게임 플레이 방식이 유사한 작품이 등장했다는 점이다. 23일 기준 로블록스에서 유사 게임이 최소 7개 확인됐다. 이들 게임은 모두 원작 시연 영상이 공개된 다음 날인 15일 이후 제작된 것으로 파악됐다.
업계는 이 같은 현상의 배경으로 AI 기술로 변화한 게임 제작 환경을 꼽는다. 전문적인 기술이나 지식 없는 이도 AI로 게임을 개발하게 되면서, 게임 제작 시간이 크게 단축됐기 때문이다. 실제 로블록스가 게임 개발 업무에 AI를 활용하는 창작자 수천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의 95%가 AI를 통해 신규 게임이나 업데이트 출시까지 걸리는 시간이 단축됐다고 답했다.
국내 게임 업계에도 마찬가지의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신작 시연 영상, 데모판을 속속들이 삭제하고 있는 정황이 포착되고 있다. 국내 개발팀 YNOT은 AI로 자사 게임을 모방하고 있다는 제보를 받고 신작 ‘스푸키친(Spookitchen)’의 공개 데모 배포를 지난 20일 중단했다. 또 다른 개발사 ‘개러지 아츠’ 역시 비슷한 이유로 ‘오! 로봇: 전설의 정비공(Oh! Robot: Legendary Mechanic)’의 지난 19일 데모 공개를 긴급 중단했다.
업계는 AI 카피캣으로 원작 개발사의 이익이 침해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특히 소규모 게임 개발사에 데모판은 정식 출시 전 잠재 이용자를 확보하고 게임을 홍보하는 핵심 수단으로 꼽힌다. 복제 우려로 데모판 공개를 꺼리게 되면 신작을 알릴 기회를 빼앗긴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기술과 기획력이 부족해도 누구나 쉽게 게임을 만들 수 있다”며 “AI 게임 복제 확산으로 업계 전체가 붕괴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AI 발전 속도에 맞춰 개발사의 권익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철우 한국게임이용자협회장이자 게임 전문 변호사는 “AI 기술 발달로 게임 복제가 너무 쉬워지면서 특히 법적 대응 여력이 부족한 소규모 개발자들의 피해가 막심해진 상황”이라며 “저작권 침해 게임물에 대한 등급분류 거부 강화 등 제도 개편이 뒷받침돼야 개발자들의 창작 활동이 침해받지 않고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chami@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