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사 소녀가 다쳤다”…2명 소년에게 맥없이 실려가는 이유[이원율의 후암동 미술관-휴고 심베리 편]
후암동 미술관은 무한한 디지털 공간에 걸맞은 초장편 문화예술 스토리텔링 연재물의 ‘원조 맛집’입니다. ■기자 구독■을 누르시면 매 주말 새로운 예술 이야기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기사는 역사적 사실 기반에 일부 상상력을 더한 스토리텔링으로 쓰였습니다.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천사는 지금, 자기 몸을 돌볼 수 없다. 천사는 눈을 감는다. 머리는 붕대로 감싼다. 몸만큼 큰 날개에는 핏자국이 뚜렷하다. 자세히 보면 무언가에 뜯긴 흔적도 있다. 드러난 맨발은 늘어져 있다. 천사는 그 모습으로 실려간다. 고개를 숙인 채, 흰 천의 끝단은 끌리는 채로. 두 아이가 앞뒤에서 지지대를 들어올린다. 그대로 흙길을 가로지른다. 앞장 선 아이는 검다. 모자에 외투, 바지와 신발까지 모두 까맣다. 카라는 높고, 소매와 밑단은 길다. 이로 인해 검정은 더 짙어보인다. 한 뼘 뒤에서 발을 맞추는 아이도 인상은 비슷하다. 다른 점이 있다면 고개를 들고 있다는 것. 눈을 뜬 채 화폭 밖 세계를 보고 있다는 것
2026.09.18 23:50
“남은 건 죽음뿐?” 조각배 아래 상어떼 득실…생존자의 뜻밖 행동[이원율의 후암동 미술관-윈슬로 호머 편]
후암동 미술관은 무한한 디지털 공간에 걸맞은 초장편 문화예술 스토리텔링 연재물의 ‘원조 맛집’입니다. ■기자 구독■을 누르시면 매 주말 새로운 예술 이야기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기사는 역사적 사실 기반에 일부 상상력을 더한 스토리텔링으로 쓰였습니다.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 바람이 분다. 캣보트의 돛이 부푼다. 바닷길이 열린다. 흰 거품이 떠오른다. 위를 보니 먹구름이 밀려온다. 문제는 없다. 비 냄새를 머금지 않았으니, 이는 그늘만 내려주는 고마운 존재일 것이다. “제군들. 기분이 어떤가?” 밧줄을 쥔 사내가 장난스럽게 다시 묻는다. 따라 나온 세 소년은 말이 없다. 대답할 필요가 없다. 이들은 편히 앉은 채, 비스듬히 눕고 기댄 채 먼 곳을 바라본다. 하늘색 하늘을 보고, 바다색 바다를 감상한다. 뒤로는 다른 범선이 고동을 울린다. 발밑에선 잡아올린 물고기가 펄떡인다. 가슴이 부풀어오른다. 소년들의 항해는 이제야 시작이다. 세상은 이토록 넓고, 무엇 하나 정해진 건 없다. 어
2026.09.11 23:50
“신께 바칠 제물”이라더니…뱃속서 30명 인간 쏟아졌다[이원율의 후암동 미술관-트로이 전쟁⑧(최종장)]
그리스 로마 신화를 〈후암동 미술관〉에서 넷플릭스 드라마 보듯 감상하세요. 기사는 여러 참고 문헌 기반에 흐름상 약간의 변형·생략, 일부 상상력을 더한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쓰였습니다. ■기자 구독■을 누르시면 매 주말 풍성한 미술 이야기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좋아요’와 댓글은 콘텐츠 제작과 유통에 큰 힘이 됩니다. ※다시 인사드립니다. 가장 먼저 하고 싶던 이야기, 가장 마무리하고 싶던 시리즈로 찾아갑니다. 이번 기사는 크리스토퍼 놀란의 영화 《오디세이》가 다루는 내용의 직전 상황을 다루기도 합니다.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 놈의 말을 전부 믿어야 하는가. 분위기는 어수선했다. 트로이를 노린 그리스 연합군의 배와 군사가 흔적 없이 사라진 일. 이것만큼은 확실했다. 전쟁도 어느덧 10년 차였다. 양측 다 지쳐 있었다. 수많은 영웅이 죽었다. 이보다도 훨씬 많은 병사가 숨졌다. 그러나 이런 와중에도, 트로이 성만은 변함없이 높았다. 그래. 그렇다면…. 물론, 그리스 연합군에는 아
2026.09.04 23:50
“붕대 감은 눈” 여인 웅크린 이유가…아기 손녀까지 잃은뒤 쏴올린 ‘희망’ 이야기[이원율의 후암동 미술관-조지 프레더릭 와츠 편]
후암동 미술관은 무한한 디지털 공간에 걸맞은 초장편 문화예술 스토리텔링 연재물의 ‘원조 맛집’입니다. ■기자 구독■을 누르시면 매 주말 새로운 예술 이야기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기사는 역사적 사실 기반에 일부 상상력을 더한 스토리텔링으로 쓰였습니다. ※함께 보면 좋겠다는 그림이 있어 잠시 침묵을 깹니다. 9월의 어느 날, 분유 냄새를 풍기며 돌아오겠습니다.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 판도라가 혼잣말을 했다. 그녀가 들어올린 건 항아리였다. “절대로 열지 말라.” 최고 신 제우스가 직접 주면서도 거듭 경고한 물건이었다. 그러나 사랑보다도, 증오만큼이나 강한 게 호기심이지 않은가. 판도라는 참을 수 없었다. 슬쩍 보기만 하고 다시 닫기로 마음 먹었다. 동그란 마개를 빙그르르 돌렸다. 살짝 힘을 줬다. 생각보다 쉽게 빠졌다. 그런데, 눈을 대기도 전 웬 연기가 새어 나왔다. 이어서… 갑자기 새카만 덩어리가 솟구쳤다. 좁은 주둥이가 수없이 토해내는 그것. 미움의 감정이었다. 그다음은 시기
2026.08.07 23:50
‘꽃다발과 웃음’ 37세 이 사람 때문에 수백만명 사지로…“역사에 이름 남길 것” 최악 선동가의 말로[이원율의 후암동 미술관-요제프 괴벨스 편]
후암동 미술관은 무한한 디지털 공간에 걸맞은 초장편 문화예술 스토리텔링 연재물의 ‘원조 맛집’입니다. ■기자 구독■을 누르시면 매 주말 새로운 예술 이야기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기사는 역사적 사실 기반에 일부 상상력을 더한 스토리텔링으로 쓰였습니다. ※4년 3개월간 이어간 은 2개월가량 휴관에 들어갑니다.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그는 몸이 약했다. 어릴 적부터 자주 아팠다. 폐렴에 걸리고, 골수염도 앓았다. 병 때문에 오른발이 굽는 증상까지 겪었다. 없는 살림에 큰 수술도 했지만, 결국 다리를 저는 상태가 되고 말았다. 그는 그런 모습이 싫었다. 우울감이 차오르면 다락방에 틀어박혀 나오지 않았다. 그래도 머리는 좋았다. 그는 우등생이었다. 특히 글을 잘 썼다. 독해력도 탁월했다. 작문 시험에서 최고점을 받아 학생 대표로 연설을 한 적도 있었다. 그는 하이델베르크 등 독일의 여러 명문 대학에서 문학과 역사, 철학을 공부했다. 늘 기침을 달고 살긴 했지만, 그 와중에 박사 학위까지도
2026.07.03 23:50
하다하다 제자母와 간통 혐의까지…“고칠 수 없다면 견뎌라” 철학자의 이유있는 외침[이원율의 후암동 미술관-세네카 편]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그리하여, 그대는 당장 죽어야 마땅하리라.” 65년 4월, 로마 제국. 루키우스 안나이우스 세네카는 전령이 읊은 이 말을 듣고도 잠자코 있었다. 그가 안고 온 소식이 황제가 내린 사형 선고였는데도 그랬다. “어떻게 다른 사람도 아닌 당신에게 죽으라고 할 수 있는가!” 그의 지인이 외려 피가 맺힐 듯 주먹을 쥐었다. 그럴 만도 했다. 세네카. 그는 현재 로마 제국의 제5대 황제, 네로의 스승이었으니. 즉, 그는 어릴 적부터 봐온 제자에게 죽음을 강요받은 셈이었다. 그런데, 세네카는 딱히 감정 동요가 없는 듯보였다. “유언장을 쓸 시간은 줄 수 있는가?” 세네카는 전령에게 이런 질문이나 했다. “제가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일입니다.” “그렇군.” 졸지에 사형수가 돼버린 그. 이러한 통보에 또 고개나 끄덕일 뿐이었다. 세네카는 주위를 둘러봤다. 바로 옆에는 왈칵 울음이 터진 아내가 있었다. 건너편에는 직전까지 함께 저녁 식사를 한 친구들이 있었다. 세네카는 입을
2026.06.26 23:50
“200명 넘게 사귀어봤다”…문제적 청년, ‘낭만중독’ 문제적 행보들[이원율의 후암동 미술관-조지 고든 바이런 편]
후암동 미술관은 무한한 디지털 공간에 걸맞은 초장편 문화예술 스토리텔링 연재물의 ‘원조 맛집’입니다. ■기자 구독■을 누르시면 매 주말 새로운 예술 이야기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기사는 역사적 사실 기반에 일부 상상력을 더한 스토리텔링으로 쓰였습니다.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 청년이 외쳤다. 그는 잔을 들고 있었다. 안에는 포도주가 넘실거렸다. 그는 은테에 입을 맞췄다. 한 모금을 크게 머금었다. 꿀꺽. 목젖이 보란 듯 오르내렸다. 현장의 공기는 따끈했다. 주황빛 열감도 곳곳에서 피어올랐다. “파충류의 먹이가 되기보다는.” 그가 잔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을 이어갔다. “이렇게 술잔이 돼 신들의 음료를 돌려 마시는 게 나으리라.” 이것은 청년이 지은 시(詩)였다. 그 기묘한 문장이 당장의 비현실적 기류를 더 진하게 만들었다. 그는 품이 넓은 천을 두르고 있었다. 그를 둘러싸고 모인 또래들도 비슷한 옷으로 몸을 감싸고 있었다. 이런 가운데 모두가 눈길을 떼지 못하는 것. 포도주가 담긴
2026.06.19 23:50
“제발 그만” 수백만장 꽃잎에 질식해 숨졌다…10대 황제가 벌인 최악의 ‘장난’[이원율의 후암동 미술관-로렌스 알마 타데마 편]
후암동 미술관은 무한한 디지털 공간에 걸맞은 초장편 문화예술 스토리텔링 연재물의 ‘원조 맛집’입니다. ■기자 구독■을 누르시면 매 주말 새로운 예술 이야기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기사는 역사적 사실 기반에 일부 상상력을 더한 스토리텔링으로 쓰였습니다. ※역사와 신화 등 이야기를 일부 담았는데, 기사가 평소보다 약간 더 길어졌습니다. 넓은 마음으로 이해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편안한 주말 보내세요.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 로마 제국의 제23대 황제, 엘라가발루스가 시종 무리를 부추겼다. 이들은 왕좌와 두어 뼘 거리를 둔 채 일렬로 서있었다. 품으로는 자기 몸만한 자루를 끌어안고 있었다. 그 안에 넘치듯 담긴 건 장미와 푸른 제비꽃 등이었다. 얼마나 꾹 눌러 담겼는지, 피어오르는 향으로도 몇몇은 벌써 비틀거릴 정도였다. 이제 막 연회장에 오는 의원들을 향해 꽃을 탈탈 털어내라는 것. 엘라가발루스가 킬킬대며 내린 명령은 이것이었다. 시종들은 팔을 찔러넣어 꽃잎을 한 움큼씩 들어 올렸다
2026.06.12 23:50
“두려웠다” 19세 소녀가 빚은 괴물…母·남편·자식 앗아간 신에 우아한 복수[이원율의 후암동 미술관-메리 셸리(프랑켄슈타인) 편]
후암동 미술관은 무한한 디지털 공간에 걸맞은 초장편 문화예술 스토리텔링 연재물의 ‘원조 맛집’입니다. ■기자 구독■을 누르시면 매 주말 새로운 예술 이야기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기사는 역사적 사실 기반에 일부 상상력을 더한 스토리텔링으로 쓰였습니다.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 “때는 18세기. 주인공 이름은… 그래요. 빅터였어요. 스위스 제네바의 상류층, 프랑켄슈타인 가문의 도련님이었어요. 빅터 프랑켄슈타인! 그는 어릴 적부터 과학 실험에 관심이 많았어요. 불과 얼음, 수은과 전기를 다루는 데 쾌감을 느꼈지요. 그러던 어느 날(세상 모든 전설은 이 말과 함께 시작되죠!), 그는 깨달았어요. 본인이 어쩌면, 그간 없던 생명체를 직접 만들 수 있다는 점을요. 그는 가만히 있을 수 없었어요. 퀴퀴한 공동묘지부터 찾았어요. 그곳의 무덤이요. 삽을 들고 하나씩 파헤쳤어요. 관 뚜껑을 뜯어버렸지요. 이를 탈탈 털어 땅바닥에 쏟고는… 맞아요. 챙겨온 포대 주둥이를 열었어요. 고르고 고른, 가장
2026.06.05 23:50
“넌 잘못 없는데”…생후 15개월 ‘황제’ 아기, 20여년 죄수로 살다 숨졌다[이원율의 후암동 미술관-이반 6세 편]
후암동 미술관은 무한한 디지털 공간에 걸맞은 초장편 문화예술 스토리텔링 연재물의 ‘원조 맛집’입니다. ■기자 구독■을 누르시면 매 주말 새로운 예술 이야기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기사는 역사적 사실 기반에 일부 상상력을 더한 스토리텔링으로 쓰였습니다.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그는 이름 없는 죄수였다. 그는 묘한 분위기를 품었다. 어쩌면 동전 몇 닢에 영혼을 판 하찮은 사기꾼 같았다. 그게 아니면, 혁명을 꾀하다가 잡힌 위험한 사상가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는 위화감을 풍겼다. 머리칼 밑으로는 기름기가 줄줄 흘렀다. 쑥 들어간 눈 밑으로, 움푹 팬 볼 밑으로도 살가죽이 맥없이 흔들렸다. 가시처럼 마른 팔다리 또한 그저 밑으로만 축 늘어질 뿐이었다. 그런데도 시선이 가는 건, 이런 와중에 고개만은 꼿꼿했기 때문일 것이다. 본인이 마치 무엇이라도 되는 양. 실상은 무엇 따위 없고, 무슨 일도 도모할 수 없어 보이면서. “…그러니까, 저자의 정체를 아무도 몰라요? 어떻게 그럴 수 있어요?”
2026.05.29 23: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