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빠가 6살 어린 여동생만 졸졸, 수상해요”…‘찰싹 붙은’ 스핑크스 그림 속 미스터리 사연[이원율의 후암동 미술관-페르낭 크노프 편]
후암동 미술관은 무한한 디지털 공간에 걸맞은 초장편 미술 스토리텔링 연재물의 ‘원조 맛집’입니다. ■기자 구독■을 누르시면 매 주말 풍성한 예술 이야기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기사는 역사적 사실 기반에 일부 상상력을 더한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쓰였습니다. 역시 이 자도 별 볼 일 없는 사내로군. 스핑크스가 혼잣말을 했다. 그녀는 입맛을 다셨다. 아, 인간이란 얼마나 멍청한 존재인가. 스핑크스는 네 다리를 천천히 일으켰다. 풍만한 상체가 위아래로 흔들렸다. 이번에는 어떻게 죽여볼까. 그녀는 상념을 이어갔다. 이제는 이런 생각을 하는 일 자체가 권태로웠다. “아침에는 네 발, 점심에는 두 발, 저녁에는 세 발로 걷는 게 무엇인가.” 그녀는 마주하는 모든 이에게 물었다. 한 명도 답하지 못했다. 죄다 식은땀을 쏟으며 뒷걸음질쳤다. 지금껏 이런 녀석들을 꼬리로, 이빨로, 발톱으로 후리고, 꿰뚫고, 찢어서 씹어먹었다. 그러다보니 어느덧 놈들의 뼛조각이 발에 차일 지경이었다. 그래. 솔직히 말해
2025.04.26 00:10“온세상 불쾌한데 굳이”…‘노골적 누드화’ 선보인 그의 반전 철학[이원율의 후암동 미술관-오귀스트 르누아르 편]
후암동 미술관은 무한한 디지털 공간에 걸맞은 초장편 미술 스토리텔링 연재물의 ‘원조 맛집’입니다. ■기자 구독■을 누르시면 매 주말 풍성한 예술 이야기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기사는 역사적 사실 기반에 일부 상상력을 더한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쓰였습니다. “내 사랑. 괜찮아요?” “선생. 언제까지 그러고 있을 거요?” 오귀스트 르누아르는 주변 사람들의 물음에 그제야 정신을 차렸습니다. “왜 자꾸 멍하게 있어요? 혹시… 파티 시작도 전에 취한 건 아니죠?” 귀여운 연인 알린 샤리고가 장난스럽게 옆구리를 찔렀습니다. “선생. 영 수상한데요? 몰래 독한 술을 감추고 있으면 말해주세요. 비우는 걸 도와드릴 테니!” 동료 화가 겸 후원자, 귀스타브 카유보트도 미소와 함께 농담을 건넸습니다. “카유보트 씨!” 사리고의 진심 반 장난 반 호통에 곧바로 딴청을 피우긴 했지만. 이날 이 순간. 르누아르는 확실히 취해있기는 했습니다. 다만 그를 취하게 한 건 술이 아니었습니다. 기쁨, 설렘, 즐거움….
2025.04.19 00:10“눈물 펑펑 쏟는 그림” 이 작품, 나까지 껴안아줄 줄은…매주 6만명이 기다린 결과물
[헤럴드경제=민상식 기자] 알폰스 무하가 그린 <지스몽다>는 어떻게 지금 40대 삶의 무기가 될 수 있는가. 폴 세잔이 펼친 <천 위에 올려진 사과> 또한 어떻게 마흔이 된 이들 삶의 약이 될 수 있는가. ≪마흔에 보는 그림≫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제시하는 책이다. 이제는 어렴풋이나마 안다. 사원증을 목에 건 채 커피를 든 회사원, 전화기를 붙들고 빠르게 움직이는 직장인, 지하철에서도 노트북을 펼친 뒤 무언가를 살펴보는 사람들…. 이들 말고도 본인 미래를 위해, 집안 안녕을 꿈꾸며 바쁘게 사는 40대 언저리에 선 ‘어른’의 속마음을. 어릴 적에는 이미 무언가를 이룬 듯 멋있게만 보였던 이들도, 사실은 세상 모든 게 서툰 꼬마를 가슴에 품고 있다는 점을. 저자도 머리말을 통해 말한다. “저도 마흔 무렵이 되면 제 삶과 인격 모두 초연해질 줄 알았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고. 저자는 마흔이라는 말이 주는 무게감과 달리 여전히 불안한, 당연히 불완전할 수밖에 없는 이들
2025.04.15 14:20“16세女, 그녀는 혁명 또는 재앙될 것” 치명적 예언…소녀 운명은 끝내[이원율의 후암동 미술관-베르트 모리조 편]
후암동 미술관은 무한한 디지털 공간에 걸맞은 초장편 미술 스토리텔링 연재물의 ‘원조 맛집’입니다. ■기자 구독■을 누르시면 매 주말 풍성한 예술 이야기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기사는 역사적 사실 기반에 일부 상상력을 더한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쓰였습니다. “언니를 그리고 싶어.” 베르트 모리조가 친언니 에드마의 손을 잡고 속삭이듯 말했습니다. “동생아. 너도 알겠지만, 난 모델을 하기엔 생기를 잃었어.” “아니야. 언니. 이렇게만 있어줘도 충분해. 지금 모습을 담을 테니까.” 모리조는 당황하는 에드마와 거리를 벌렸습니다. “지금 내 모습을? 제발 그러지 마.” 에드마는 손사래를 쳤습니다. 그래도 모리조가 못 들은 척 이젤을 펴는 걸 막아설 수는 없었습니다. 지금 에드마는 요람 앞에 앉아 있었습니다. 그녀의 갓난쟁이 딸, 블랑슈를 겨우 재운 상태였지요. 까닥하면 아기 천사가 다시 눈을 뜰지도 모를 일이었습니다. ‘언니, 쉿. 아이가 깨면 안 되니까 가만히!’ 모리조는 손가락을 세워 제
2025.04.12 00:10“웃음 예쁜 개구쟁이” 17세 소녀, 돌연 처형장서 최후…‘父비극’ 함께 휩쓸렸다[이원율의 후암동 미술관-아나스타샤 편]
미술관 사진 특별전 151. 아나스타샤 열 일곱에 처형된 비운의 대공녀 편집자 주 후암동 미술관은 무한한 디지털 공간에 걸맞은 초장편 미술 스토리텔링 연재물의 ‘원조 맛집’입니다. ■기자 구독■을 누르시면 매 주말 풍성한 예술 이야기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기사는 역사적 사실 기반에 일부 상상력을 더한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쓰였습니다. 종종 역사와 문학 이야기도 합니다. ‘장난꾸러기’ 황녀 아나스타샤 니콜라예브나 황녀는 러시아 황실 최고의 말괄량이였다. 그녀는 미인인 어머니를 닮아 얼굴이 해사했다. 붉은빛이 감도는 금발에 푸른 눈, 흰 원피스가 어울리는 맑은 피부와 새하얀 손발도 갖고 있었다. 언뜻 보면 핏줄에 걸맞은 기품과 분위기를 갖춰가는 대공녀였다. 그런데, 그런 소녀가 흰 장갑을 낀 채 초콜릿을 와구 집어먹는 걸 보면…. 설탕 묻은 손가락을 옷에 닦으며 배시시 웃는 모습까지 보다 보면…. 온 국민이 관심 두는 아이치곤 너무 장난꾸러기 아닌가. 이런 의문이 들 수밖에 없었다.
2025.04.05 00:10“넌 내 여자” 24살 연상男, 구애뒤 최악 뒤통수…그녀가 30년 수용소 갇힌 이유[이원율의 후암동 미술관-카미유 클로델 편]
모델편 150. 카미유 클로델 & 오귀스트 로댕 母탓에, 연인 탓에 가려진 수용소 30년 내내 갇힌 채, 잊힌 천재 이야기 편집자 주 후암동 미술관은 무한한 디지털 공간에 걸맞은 초장편 미술 스토리텔링 연재물의 ‘원조 맛집’입니다. ■기자 구독■을 누르시면 매 주말 풍성한 예술 이야기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기사는 역사적 사실 기반에 일부 상상력을 더한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쓰였습니다. “그가 날 죽이려고 한다” 그녀는 왜 이런 주장을… “로댕, 이 악마 같은 놈!” 카미유 클로델이 발작하며 소리쳤다. 공들여 빚던 조각의 얼굴을 후려쳤다. 덩어리에 달린 귀만 뭉개졌을 뿐, 아직 형태는 그대로였다. 부아가 치민 카미유는 이를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날뛰듯 지르밟았다. 수염 맺힌 남자 형상의 작품은 그제야 묵사발이 났다. 광기에 찬 카미유는 몇 번이고 이렇게 제 작품을 깨부쉈다. 그녀 말곤 아무도 없는 공방에서, 하루종일. 그렇게 박살 낸 조각상이 한 수레 급이었다. “카미유, 제발 그만해
2025.03.29 00:10“엄마 때문에 여장” 배우급 마초맨의 충격 비밀…위대한 ‘정신’, 그 또한 인간이었다[이원율의 후암동 미술관-어니스트 헤밍웨이 편]
미술관 옆 문학관 149. 어니스트 헤밍웨이 “나는 특별하지 않다” 편집자주 후암동 미술관은 무한한 디지털 공간에 걸맞은 초장편 문화예술 스토리텔링 연재물의 ‘원조 맛집’입니다. ■기자 구독■을 누르시면 매 주말 풍성한 예술 이야기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기사는 역사적 사실 기반에 일부 상상력을 더한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쓰였습니다. 종종 역사와 문학 이야기도 합니다. ‘노친네’가 된 대문호 “제기랄. 이제는 쓸 수 없어!”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글을 쓰다 말고 신음했다. 머리를 벽에 박았다. 이마에서 피가 흐를 만큼 찧고, 또 찧었다. 헤밍웨이는 몇 달에 걸쳐 쓴 글을 다시 읽었다. 쓰레기였다. 구제 불능 폐기물이었다. 그는 종이를 구겼다. 그걸로도 모자라 갈가리 찢었다. 조각을 뭉쳐 휴지통에 처박았다. 기진맥진한 헤밍웨이는 유리창에 비친 제 얼굴을 봤다. 그는 주름살에 찌든 노인을 볼 수 있었다. 빨갛게 물든 눈, 내려간 입꼬리, 바람 빠진 근육을 가진 늙은이를 마주할 수 있었다.
2025.03.23 22:40“아, 집가고 싶은데” 금발꼬마 표정서 다 드러났다…예술계 난리난 까닭[이원율의 후암동 미술관-귀스타브 쿠르베 편]
삶의 무기가 되는 그림 148. 귀스타브 쿠르베 강한 주관, 강한 자존감… ‘공공의 적’에서 혁명가로 두 아이는 매장식이 지루합니다. 흑발 꼬마는 고개 돌려 딴청을 피웁니다. 뒤에 선 금발 꼬맹이도 옆 어른만 쳐다봅니다. “언제 끝나요?” 이렇게 묻고 싶은 충동을 참는 듯합니다. 성가대원 꼬마들만 그럴까요. 나름의 역할을 맡은 어른 상당수도 같은 마음인 듯합니다. 추도문을 읽는 교구 목사부터 담담한 표정을 짓습니다. 그저 늘 해왔던 업무기에 하는 모습입니다. 붉은 천을 두른 장례 보조사는 목사에게 눈치를 줍니다. 빨리 말을 끊고 싶어하는 게 아닐까 합니다. 땅을 판 인부, 얼굴 가린 운구인, 함께 고개는 숙였으나 지루한 얼굴은 그대로인 몇몇 추모객…. 다소 사무적인 모습입니다. 이들도 의뢰만 아니었으면, 또는 고인이 동향만 아니었다면 오지 않았을 가능성이 컸겠지요. 심지어는 딸려 온 강아지마저 벗어날 궁리만 하는 듯합니다. 1849년, 프랑스 동부 오르낭. 막 서른이 된 귀스타브 쿠
2025.03.22 00:00“엄마, 집착은 이제 그만!” 너무 사랑하지만 너무 미웠다…한 모자의 사연[이원율의 후암동 미술관-제임스 휘슬러 편]
[147 모델편. 안나 맥닐 휘슬러] 어머니의 상징이 된 이 그림 작품 속 母子의 숨은 속사정 편집자 주 후암동 미술관은 무한한 디지털 공간에 걸맞은 초장편 문화예술 스토리텔링 연재물의 ‘원조 맛집’입니다. 이 코너는 이후 여러 매체가 비슷한 포맷의 연재물을 연달아 내놓을 만큼 업계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습니다. ■기자 구독■을 누르시면 매 주말 풍성한 미술 이야기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좋아요’와 댓글도 콘텐츠 제작과 확산에 큰 힘이 됩니다. ※이번 글은 8500자가량입니다. 구독, 저장, 댓글을 활용한 스크랩 등으로 두고두고 읽으셔도 괜찮습니다. 귀한 시간을 내주신 독자분들께, 늘 고맙습니다. A. 어머니의 시선 : “넌 아직도…”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 역시나 너는 아직 어린애구나. 나이 육십줄에 닿은 안나 맥닐 휘슬러가 막 서른이 된 화가 아들, 제임스 휘슬러를 보자마자 든 생각이었다. 1863년의 어느 날. 안나는 영국 런던에서 아들을 만났다. 이는 8년 만에 이뤄진
2025.03.15 00:00“건방지게 어딜 쳐다보나” 누드 女모델 나섰다가…논란 일파만파[이원율의 후암동 미술관-빅토린 뫼랑 편]
[146 인물편. 빅토린 뫼랑(& 에두아르 마네)] 가장 유명한 누드화 모델 편집자 주 후암동 미술관은 무한한 디지털 공간에 걸맞은 초장편 문화예술 스토리텔링 연재물의 ‘원조 맛집’입니다. 이 코너는 이후 여러 매체가 비슷한 포맷의 연재물을 연달아 내놓을 만큼 업계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습니다. ■기자 구독■을 누르시면 매 주말 풍성한 미술 이야기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좋아요’와 댓글도 콘텐츠 제작과 확산에 큰 힘이 됩니다. ※이번 글은 7800자가량입니다. 구독, 저장, 댓글을 활용한 스크랩 등으로 두고두고 읽으셔도 괜찮습니다. 귀한 시간을 내주신 독자분들께 경의와 감사의 마음을 표합니다. ‘인간’ 누드화 논란 이건 정말 미쳤다. 이날 에두아르 마네의 <풀밭 위의 점심 식사>를 본 모두가 이렇게 생각했으리라. 1863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낙선전(Salon des Refuses). 전시는 이름부터 희한했다. 이는 당시 미술가의 등용문, 살롱전 탈락자를 위한 행사였다. 사람들
2025.03.08 0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