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니·이승기·케이트…돈·명예 다 가진 그들, ‘이 보석’에 꽂혔다 [김유진의 브랜드피디아]
[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화려한 색깔도, 휘황찬란한 광채도 없는데 주인공이다. 다이아몬드를 들러리로 만들고, 17세기 유럽 왕실과 귀족들의 남다른 사랑을 받는 신스틸러(Scene Stealer)로 활약한다. 별명은 ‘인어의 눈물’. 올타임 클래식으로 불리는 보석 ‘진주’(眞珠) 얘기다. 화려함에 화려함을 더한 찰스 3세 영국 국왕의 대관식이 지난 6일(현지시간) 런던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열렸다. 이날 로열 블루와 빨강이 어우러진 예복을 입은 케이트 미들턴의 귓불에선 단정한 진주 귀걸이가 조용한 존재감을 뽐냈다. 같은 날 대관식에서 길이 121㎝, 무게 3.6㎏짜리 보검을 51분간 흔들림 없이 들어 이목을 끈 페니 모돈트 영국 하원장관의 귓불에서 빛난 것도 역시 진주였다. 대단한 색도, 눈부신 광채도 없지만 화려한 월계관과 ‘국가의 검’만큼이나 눈에 띄는 아이템이다. 뭐든 다 걸치고 입을 수 있는 유력자들이 중요한 순
2023.05.13 06:03“노잼 같던 너, 불량해서 더 좋아” 국적·나이 뛰어넘는 한국산 ‘이것’ [김유진의 브랜드피디아]
[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한국 대표로 영국 왕실을 위한 선물을 고르게 된 당신, 무엇을 골라야 한국의 미(美)를 제대로 보여줄 수 있을까? 고인이 된 엘리자베스 2세를 비롯, 상상만 해도 마음이 웅장해지는 VVIP를 위한 선물로 쉴새없이 이름을 올려온 스튜디오가 있다. 처음 보면 고미술 같다가도, 알고 보면 추상적이고, 계속 보면 현대적이다. 뉴욕에서 디자인을 전공한 여성 CEO가 한국인의 헤리티지 가운데 이 시대를 관통할 만한 요소들만 쏙쏙 뽑아 세련되고 능숙하게 변주한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조선백자 달항아리를 닮은 진주빛 항아리다. 80년대생 작가의 시각으로 빚어낸 21세기 달항아리는 이전과 뭐가 다를까. 화려한 중국·일본 도자기에 비해 극강의 미니멀리즘으로 빚어낸 ‘원조’ 조선백자는 어째서 요즘 젊은 사람들에게 그토록 사랑받을까. 뉴욕물 먹고 이방인 된 딸, 아버지 공방에서 찾은 보물 지난 달 윤석열 대통령 방미 일정에서 눈길을 사로잡은 거
2023.05.07 00:16“300만원짜리 명품백 왜 사?” 외국인, 한국서 ‘직구’ 하는 이 가방 [김유진의 브랜드피디아]
[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저게 유행이에요?” “공식 홈페이지에 없는데 어디서 사요?” 나이도 성별도 초월했다. 이젠 국적까지 초월할 기세다. 주어가 뭐냐고? 무신사 카탈로그를 찢고 튀어나온 차림새의 힙스터는 물론이요, 지하철에 몸을 실은 직장인, 새학기 짐 많은 자취생, 나들이가는 육아엄빠, 동네 마실 나온 할머니·할아버지까지 하나쯤 들고 다니는 나이키 쇼핑백 얘기다. 전국민이 너도나도 들고다녀 번화가에선 3초마다 보인다는 ‘신흥 3초백’으로 불린다. 300만원짜리 명품백이 부럽지 않다는 이 가방의 매력은 대체 뭘까. 델몬트 주스병 자리 노리는 이 가방 정체는… 2021년 한국 나이키 매장에 도입된 ‘나이키 리유저블 쇼핑백’은 구입한 물건을 담은 쇼핑백 용도로 제작됐다. 가장 작은 사이즈는 1000원, 큰 사이즈는 3000원이다. 단, 종이나 비닐봉투처럼 한번 쓰고 버릴
2023.04.30 00:11"골린이·테린이 지겹다면?" 취미계 '에르메스'라는 이것 [김유진의 브랜드피디아]
[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나 승마용품 팔던 브랜드야~”. 이렇게 말하는 럭셔리 브랜드가 있다면, 그 말뜻의 속내는 타짜 속 정마담의 “나 이대 나온 여자야”라는 대사와 흡사하다. 에르메스를 비롯한 럭셔리 브랜드 가운데는 유독 승마용품 제작사로 시작한 곳이 많다. 승마가 과거 귀족계층의 전유물이었기 때문이다. 부와 명예를 거머쥔 귀족들을 위한 물건이라면, 당연히 최신 유행과 최고급 품질을 지향했을 터. 럭셔리 승마에서 시작된 뿌리를 유난히 강조하는 데엔 ‘우린 그만큼 오래됐고, 고급이야’라는 자부심이 깔려있다. 콧대 높은 샤넬마저 섣불리 흉내내다 비웃음을 사게 하는 그들만의 세상, 대체 얼마나 대단한 지 파헤쳐보자. 에르메스·구찌, 브랜드의 ‘뮤즈’가 된 스포츠 하이엔드 명품의 대표 주자 에르메스는 1837년 말 안장과 마구 용품을 만들어 팔던 가게에서 출발했다. 로고를 장식한 말과
2023.04.16 06:02“명품 간판, 바뀐 거 알았어?”…브랜드 ‘로고 미스터리’ [김유진의 브랜드피디아]
[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안녕하세요. OOO입니다”. 누군가의 첫 인상이 각인되기까지, 단 3초면 충분하다. 이름을 말하는 목소리, 인사를 건네는 표정, 옷 매무새, 신체의 작은 동작 하나하나가 동시다발적으로 '완전체'가 되어 머릿 속에 이미지로 꽂힌다. 브랜드도 똑같다. 사람의 이름과 얼굴만큼 강력한 인상을 남기는 게 바로 '로고'다. 그런 로고를 바꾼다면? 그건 틀림없이 역사적 사건이다. 이름값 나가고 콧대 높은 명품 브랜드가 이미 '헤리티지(유산)'가 된 로고를 구태여 바꾸는 속내는 뭘까? 바꾼 뒤 이전보다 못하다는 혹평을 받은 브랜드 로고들엔 대체 어떤 속사정이 있었을까? '브랜드 로고'의 세계, 그 뒷이야기를 따라가보자. “뭐가 더 나아요?” 이름 빼고 다 바꾼 버버리…20세기 로고 되살린 이유 올들어 명품 브랜드 업계의 시선은 마침내 베일을 벗
2023.03.26 11:27‘연진이 딸’ 구찌옷 80만원, 진짜 英공주 책가방은 6만원? [김유진의 브랜드피디아]
[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 직장인 A(가명·37) 씨는 첫 아이 100일에 수백만원을 '태웠다'. 맞벌이 부부가 심사숙고 해서 예약한 강남권 스튜디오 촬영비는 200만원. 해외직구 사이트에서 명품 브랜드의 아기용 배냇저고리도 50만원대에 구입했다. 저고리 전체를 덮은 명품 로고가 부담스럽지만, 아기가 입으니 밉지 않고 귀엽다. “간직했다가 우리 딸 아기 낳으면 주자”는 아내 말을 들으니 나름 의미도 있는 것 같다. 둘째 계획이 없는 그들에겐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내 아이의 100일’, 우리 사회에 흔해지는 풍경이다. 700만원 코트·80만원 보디수트·105만원 책가방…불티나게 팔린다 아동용 명품,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다만 이들이 겨냥한 ‘아동’의 연령대가 계속 낮아지고 있는 건 최근의 일이다. 신호탄은 루이비통이 쏘아올렸다. 루이비통이 지
2023.03.12 12:01강백호도 서태웅도, 아디다스 농구화 안 신었다, 왜? [김유진의 브랜드피디아]
[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나이키, 아식스, 컨버스까지 다 신었는데…북산고엔 어째서 아디다스를 신은 선수가 없을까?” 슬램덩크 극장판 열풍에 이끌려 천왕들의 농구화 모델명을 찾아보다 불쑥 떠오른 의문이다. 1980년대 미국 NBA 시장을 제패하며 글로벌 정상을 차지한 나이키의 전설 같은 역사에 그 답이 있다. ‘디펜딩 챔피언’ 독일 아디다스는 어쩌다 혜성처럼 등장한 미국 나이키에 왕좌를 내주게 됐을까. 슬램덩크 속 북산과 산왕처럼 스포츠웨어 업계의 숙명의 라이벌로 자리잡은 나이키와 아디다스 이야기를 따라가보자. 히틀러의 ‘베를린 올림픽’ 등에 업은 아디다스…'유럽 패권' 핵부상 브랜드 런칭 초기부터 탄탄대로를 걸은 건 아디다스였다. 아디다스는 1920년 나치 치하의 독일에서 아돌프 다슬러와 루돌프 다슬러 형제가 20㎡ 안팎의 좁디좁은 어머니 세탁실에 차린 수제 공장에서 탄생했
2023.02.05 07:22'제니의 포르쉐·리사의 불가리'…스타가 직접 디자인, 더 잘 팔릴까? [김유진의 브랜드피디아]
[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스타에게 브랜드를 입힐까, 아니면 브랜드에 스타를 입힐까?” 스타에게 브랜드를 입히던 ‘셀러브리티 마케팅’이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콧대 높은 명품 쥬얼리와 슈퍼카 브랜드의 마케팅 전략까지 달라졌다. 이름 하야 ‘혼연일체’ 전술이다. 단순히 광고 모델로 활용됐던 스타들이 상품 기획 단계부터 디자인에 적극 참여하는 창작자이자 파트너로 자리를 잡았다. 가깝게는 캐릭터 용품과 온라인 게임 아이템에서부터 한복까지, 스타의 남다른 취향과 안목을 십분 반영했다는 브랜드 마케팅이 속속 눈길을 끈다. '유니크한' 이들의 특별한 안목을 제품에 담았다는 그들의 전략, 더 잘 팔릴까. ‘셀럽을 입는 브랜드’…광고모델 ‘그 이상’ 혼연일체 지난 14일 불가리는 블랙핑크 리사가 직접 디자인에 참여한 ‘불가리X리사’ (BV
2023.01.23 05:47"푸틴·MB도 입었다, 옷 한벌이 그랜저값"…알 사람만 아는 로로피아나 [김유진의 브랜드피디아]
[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대단한 로고나 디자인도 없다. 한번 봐도 기억하기 어렵다. 로고를 강조한 다른 럭셔리 브랜드와 달리 “라벨이 보이지 않는다”는 카피로 한국 시장에 진출했다. 무난한 디자인의 외투 값은 무려 100만원 단위도 아닌 1000만원부터 시작한다. 블라디미르 푸틴부터,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과 이명박 전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실력자들이 유독 좋아하는 브랜드지만, 대중에겐 여전히 생소한 브랜드가 있다. ‘아는 사람만 안다’는 울트라 하이엔드 럭셔리 ‘로로피아나’(Loro piana)다. 100년 된 이탈리아 명품이라는데…대중은 모른다 로로피아나는 1924년 피에트로 로로피아나가 창립한 뒤 6대째 가업을 이어온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다. 초기에는 패션 브랜드라기 보다 원단 제작사로 이름을 날렸다. 캐시미어와 비쿠냐 등 귀한 소재로 원사를 짜고, 원단으로 만들어 극소수 하이엔드 브랜드에 납품한다. 동시에 고급 캐시미어
2023.01.08 05:31'소년가장' 페라리는 어떻게 '슈퍼카 대부'가 됐나 [김유진의 브랜드피디아]
[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한 사람의 생애가 영화가 되기 위해선 몇 가지 드라마적 요소가 필요하다. 꿈, 사랑, 도전, 좌절, 승리, 영광, 그리고 죽음 같은 것들. 그렇다면, 스피드광(狂) 엔초 페라리(Enzo Anselmo Ferrari, 1898~1988)가 살다 간 아흔 해의 생애는 그 자체로 이미 영화다. 영화 ‘대부’ 속 마피아를 연상시키는 선글라스로 시선을 가린 채 막말을 일삼고, 보라색 잉크를 채운 만년필로만 서명하던 괴팍한 남자. 포드와 람보르기니 창업주의 분노를 유발해 스포츠카 업계의 부흥에 불을 지핀 사나이. 그를 따라 슈퍼카의 제왕 ‘페라리’(Ferrari)의 스키드 마크(차가 급브레이크를 밟았을 때 노면에 생기는 타이어 흔적)를 뒤쫓아보자. 트럭 몰던 이탈리아 소년가장…‘스쿠데리아 페라리’ 전설을 쓰다 “스티브 잡스만큼 엄격하고 나폴레옹처럼 무자비하다. 마키아벨리보다 본능적으로 교묘하고, 희랍
2022.12.11 08: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