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제일 먼저 죽는 역할 아니겠지?”, “외계인 분장으로 얼굴 가리진 않겠지?” 디즈니+의 스타워즈 오리지널 시리즈 애콜라이트(The Acolyte)에서 주연으로 나선 이정재를 향한 국내 팬들의 반응은 이처럼 기대 반, 걱정 반이었다. 기대가 자꾸만 커질수록 혹여 나중에 실망하게 될까봐 몸을 사렸다고나 할까.
이랬던 분위기가 이달 애콜라이트 예고편 공개 이후 한순간에 반전됐다. 예고편 속 이정재가 대체 어떤 모습이었던걸까? 꼬마 이정재와 51살의 어른 이정재를 동시에 설레게 만든 스타워즈 시리즈의 장수비결은 또 뭘까?
“애콜라이트 이정재, 바쁘다 바빠”…청년부터 중년까지 담긴 예고편, 어땠길래
이정재는 평화를 위협하는 고대 시스에 맞서 제다이 연쇄살인 사건을 뒤쫓는 ‘마스터 솔’ 역할을 맡았다. 마스터 솔은 극중 젊은 시절(짧은 머리)과 현재(장발) 모습이 모두 등장한다. 한 인물의 과거와 현재를 모두 보여준다는 건 마스터 솔이 ‘탄탄한 서사’를 부여한 다면적 캐릭터라는 뜻이다.
극의 갈등을 일으키는 ‘안타고니스트’(주인공에 대적하는 갈등 인물) 메이(Mae)가 그의 옛 제자라는 설정 역시 마스터 솔의 존재감을 예상케 하는 강력한 힌트다. 빌런이 된 옛 제자를 직접 찾아오겠다고 선언 한 예고편 속 대사는 그가 광선검만 휘두르는 액션 히어로를 넘어 인간적 고뇌를 가진 인물임을 짐작케 한다. 이정재의 액션신은 물론 내면 연기까지 기대하게 하는 포인트도 여기에 있다.
애콜라이트 공개 전부터 선주문에 나선 마스터 솔 피규어 역시 그의 인기를 예견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 최대 완구회사 해즈브로는 입을 앙다운 표정의 마스터 솔 피규어를 제작해 선주문을 받고 있다. 피규어는 푸른색 라이트세이버를 들고 있는 형태로, 팔과 다리 관절을 비교적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형태다.
스타워즈, 디즈니 IP 끝판왕인 이유 뭐길래…영화史 패러다임 바꾼 46년 영업비결
“영화 역사상 가장 큰 IP인 스타워즈에 직접 참여하게 돼 너무 큰 영광이다” (배우 이정재)
애콜라이트는 글로벌 시청자 공략에 나선 디즈니+의 야심작이다. 그 무게감을 이해하려면 디즈니+ 왕국의 ‘IP’(intelectual property) 개념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다.
리니지·BTS·뉴진스, 모두 ‘IP’…지식재산(Intelectual Property)이란? ‘지식재산’을 뜻하는 IP는 인간이 창조한 무형적 재산을 통칭한다. 넓게는 정보, 기술, 상표, 작품 등을 가리킨다. 게임 업계에선 성공한 작품과 세계관을 활용해 업그레이드·리메이크 버전의 파생 콘텐츠를 제작하는 경영전략으로 IP 개념이 확장된다. 엔터 업계에서 아이돌 관련 굿즈 등을 판매하는 전략도 IP 활용 방식이다. 예컨대 BTS 멤버들을 형상화 한 BT21 캐릭터 상품을 판매하거나, 뉴진스와 파워퍼프걸의 컬래버레이션 굿즈를 판매하는 경우도 IP개념의 확장이다.
한국 시청자에게도 익숙한 디즈니 영화 ‘어벤져스’ 시리즈는 각자원톱 히어로였던 아이언맨, 캡틴 아메리카, 토르, 헐크 등을 한 데 모아 세계관을 확장시킨 대표적 IP 성공사례다. 기존 시리즈의 팬덤을 안정적으로 흡수하는 동시에, 새로운 팬층의 유입도 가속화 시키는 전략이다.
OTT왕국에 디즈니월드를 건설 중인 디즈니에게 스타워즈 시리즈는 가장 강력한 IP로 꼽힌다. ‘프리퀄’(Prequel, 전편보다 시간상으로 앞선 이야기를 보여주는 속편) 방식으로 영화사의 새 패러다임을 열었고, 46년간 유기적으로 쌓아올린 스토리라인으로 관객과의 유대감도 끈끈하다. 스타워즈 IP로 디즈니+가 제작한 실사 드라마 ‘만달로리안’은 미국 에미상 최다 후보작에 오르며 대중성과 작품성을 증명한 전례도 있다.
미국선 3대가 같이 보는 스타워즈…SF불모지 한국에서 통할까?
스타워즈는 SF(공상과학)장르에 야박한 국내 관객들의 성향으로 인해 마블 히어로에 비하면 비교적 매니악한 시리즈로 꼽혀왔다. 흥행 감독이 흥행 배우와 작업한 국산 SF콘텐츠들이 무수히 흥행에 참패했던 전례도 유구하다.
지난 4일과 5일 부산 해운대에서 열린 ‘스타워즈 데이’ 행사에서 배우 이정재는 SF 장르에 거리감을 느끼는 국내 팬들을 위한 애콜라이트 감상팁을 슬쩍 전수했다. 장르물의 볼거리 뿐 아니라 스토리라인의 박진감에도 집중해 달라는 당부였다. 그는 “애콜라이트는 기존 스타워즈 작품들과는 다르게 미스터리, 호러 분위기가 있다”며 “인물과 인물 사이의 갈등 구조가 촘촘한 이야기인 만큼 한국 관객이 좋아하는 장르의 작품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귀띔했다.
애콜라이트는 디즈니+의 화려한 한국 오리지널 시리즈 틈바구니 속에서도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잡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송강호의 첫 드라마로 이목을 끈 ‘삼식이 삼촌’부터 ‘비밀의 숲’의 이수연 작가가 나선 ‘지배종’ 등 탄탄한 스토리의 장르물이 잇따라 구독층 확대에 기여하고 있다. 공개 예정인 ‘화인가스캔들’, ‘폭군’, ‘트리거’, ‘강남-비사이드’, ‘조명가게’ 등도 디즈니+ 신규 유입에 청신호로 보인다.
‘한국에서 성공한 로컬 콘텐츠는 세계 시장에서도 통한다.’ 최근 글로벌 OTT업계 경영진이 입을 모아 하는 이야기다. 디즈니+의 강력한 한국 오리지널 시리즈 사이에서 ‘미국맛’ 애콜라이트의 저력은 얼마만큼 빛나게 될까? 6월 5일 디즈니+를 통해 공개되는 애콜라이트 1·2회를 향한 한국 시청자들의 반응이 벌써부터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