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SBS ‘정글의 법칙’이 어느새 9번째 시즌에 접어들었다. 그간 말도 많았다. 암초는 프로그램의 근간을 뒤흔들 만했다. 순풍에 항해하던 ‘정글’의 여정에 조작논란이 제기된 것이다. 온ㆍ오프라인을 통해 조작논란이 일자, ‘정글의 법칙’의 순수성을 뒤흔드는 ‘진정성 논란’으로 확산되며 프로그램을 통째로 흔들기 시작했다. 한 출연자의 소속사 대표가 남긴 SNS 글도 이와 맞물려 파문이 일었다. 엎친데 덮친격이었다. ‘조작논란’으로 몸살을 앓던 시기를 지나니 ‘웃음기 빠진 예능’, ‘감동 코드에만 초점 맞춘 몸사리기’라는 반응도 심심치 않게 나왔다. 시청률로만 보면 여전히 금요일 안방의 최강자였지만, 기세는 예전만 못했다.
‘정글의 법칙’ 제작진은 다시 반전의 키를 잡았다. 최근 다녀온 벨리즈 편. 해병대 출신으로 전역과 동시에 ‘정글’로 합류한 오종혁과 ‘역대 홍일점’을 모조리 합쳐놨다는 털털한 여전사 조여정, 조각미남 김성수가 새로운 부족으로 병만족에 합류했다. 조여정은 투명한 푸른 물을 가르는 인어공주가 돼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고, 매사에 파이팅 넘치는 오종혁은 해병대다운 기질로 눈도장을 찍었다. 조각미남의 엉뚱한 예능감은 허를 찔렀고, 병만족장이 롤모델인 열혈 아이돌 인피니트 성열의 활약도 기대됐다. 14.2%의 전국시청률(닐슨 코리아). 사실상 금요예능 왕좌를 꿰차고 있는 ‘정글의 법칙’에 더이상 숫자는 의미가 없을지 모른다. 그래도 조금 올랐다. 반응도 괜찮다. ‘다시 찾은 예능감’이라는 평도 쏠쏠히 나온다.
방송에 앞서 지난 24일 SBS 목동 사옥에서는 ‘정글의 법칙 IN 캐리비언’ 편의 시사회 겸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밤샘 편집으로 피로한 기색이 역력했던 이지원 PD는 “벨리즈 편은 역대 ‘정글의 법칙’의 집대성‘”이라는 말로 이번 시즌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워낙에 말이 많았던 방송인지라, 기대 반 우려 반이었다. 이미 포맷은 식상했고, 거기에 조작논란은 프로그램의 진정성과 순수성에 타격을 입혔다. 그들만의 ‘생존의 법칙’에 시청자들은 더이상 공감할 수 없었고, 좌충우돌 ‘정글생활’도 그리 큰 웃음을 안기지는 않았다.
뚜껑을 연 ‘캐리비언 편’에서는 이지원 PD와 족장 김병만이 강조했던 웃음 포인트도 살아있었다. 이 PD는 이날 간담회에서 “‘정글의 법칙’의 재미는 인생의 단면처럼 척박함이나 풍족함 등 여러 상황에서 의미를 찾는 데에 있는 것 같다”며 “최고의 웃음 포인트는 멤버들 간의 화학작용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모르는 사람들끼리 3주간 24시간 농밀하게 지내며 가장 먼저 하는 것은 방귀부터 트는 것이다. 서로를 이해하고, 유사가족을 만드는 과정에서 각본 없는 드라마가 나온다”고 설명했다.
김병만 역시 “’정글의 법칙‘에는 의외의 상황들이 가득하다. 어렵고 힘든 상황 속에도 웃음을 잃지 않는 모습이 ’정글의 법칙‘만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캐리비언 편을 통해 김병만은 그동안 정글에서 익혔던 모든 능력을 다 발휘했다고 했다. 돌아오는 날까지 조금의 아쉬움도 없었던 생존기였다는 것. 그런데 새로운 구성원들과의 조합에 촬영 내내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거기에서 이번 시즌은 남다른 재미가 비쳐질 것이라고 생각이었다. 이번 시즌 첫 회분에선 미지의 세계로 탐험을 떠난 병만족의 엔돌핀 넘치는 모습에서 시청자들 역시 흐뭇한 마음으로 지켜본 듯했다.
초심으로 돌아간 듯한 ‘정글의 법칙’은 “극기라는 주제를 어떻게 수행해나갔는지를 보여주면서, 시청자들로 하여금 ’나도 저 곳에 한 번 가보고 싶다‘는 공감대를 형성하며 진정성을 찾아나갈 것”이라는 이PD의 이야기를 여실히 보여주며 침체기에서 한 발짝 벗어나게 됐다. 더불어 수명이 짧은 예능세계에서 또 다른 내일도 기약할 수 있게 됐다. 이지원 PD는 이날 “억지로 산소마스크를 씌워 수명을 연장하는 것은 제작진이나 시청자 모두에게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면서 “아직은 시도해보고 싶은 내용이 많아 심장이 뛴다. 만드는 사람들이 변화를 시도하고 있고, 프로그램에 대한 열정이 있는 한 ’정글의 법칙‘은 계속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정글의 법칙’의 또 다른 내일을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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