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82회> 총칼 없는 전쟁 (22) 글 채희문 | 그림 유현숙
제 딸 강유리가 1974년 산 치타에 만세 부르듯 묶인 채로 말고개 위에서 쏜살같이 달려 내려오던 그 순간, 강준호는 전송받은 사진 앞에서 깊은 한숨을 내리쉬고 있었다. 후배 매니저 백광돌에게 전송받은 사진, 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남아공으로 향하던 비행기 기내 화장실에서 파파라치에게 찍힌 그 사진이었다.
‘이렇게 하면 될까?’
그는 컴퓨터 포토샵 기능을 활용하여 몇 장의 사진 위에 검은 칠을 하다 말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모니터에 떠있는 사진 두어 장을 골라 강유리의 얼굴에 먹칠 테스트를 하던 중이었다. 강유리의 얼굴이 먹으로 가려진 그 사진에는 바지를 엉덩이까지 내린 채로 히죽히죽 웃고 있는 유호성의 모습이 선명히 담겨 있었다.
그는 유호성의 엉덩이가 드러난 사진을 신희영에게 우선 보여줄 작정이었다. 그리고는 거만한 자세로 이렇게 겁을 줄 요량이었다.
“이 사진을 보세요. 아드님이 엉덩이를 까고 있네요. 그런데… 그 옆에 묘령의 아가씨가 함께 있다는 사실이 기막히지 않습니까? 귀한 집 자제분께서 아가씨와 단 둘이 있으면서 엉덩이는 왜 까고 있을까요?”
그야말로 협박이었다.
‘크크크… 신희영! 이 사진을 보자마자 입에 거품을 물겠지? 아이고, 강 프로님! 한 번만 봐주면 안 될까요? 뭐 이럴지도 모르지. 어험!’
강준호는 제풀에 신이 나서 웃음을 터뜨렸다. 누가 뭐래도 신희영 쯤이야 요리하기엔 식은 죽 먹기였다. 만약 이 사진을 보고도 소가 닭 보듯 한다면… 신희영도 보통이 아니라고 인정해줄 터이다. 하지만 그 즉시 이 사진을 유호성에게 전송할 예정이었다. 유호성이야말로 엉덩이를 드러낸 본인의 사진이 인터넷 상에 떠돌 때까지 멍청히 손 놓고 있을 만큼 덜 떨어진 녀석은 아니었으니까.
유호성 소유의 유민식품 주식 10%… 비록 지분율은 낮았지만 신희영이 유민식품의 대표이사로 등극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분량이었다. 만약 그 주식이 아무런 방해 없이 슬금슬금 신희영의 손에 넘어간다면 강준호야말로 찌그러진 깡통과 다를 바 없는 신세로 전락할 것이 뻔했다. 강준호는 이 사진을 잘 활용하여 그 10%의 주식이 절대로 신희영의 차지가 될 수 없도록 훼방을 놓자는 심보였다.
“여보세요? 신 여사님?”
몇 차례 심호흡을 하고, 미리 요약하여 적어놓은 협박용 멘트를 대본 외듯 외운 후에 그는 신희영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래도 옛 정이 남아 있었나? 수신거절 상태로 돌려져 있지 않은 것에 일단 감사할 따름이었다.
“유민식품의 정기 이사회가 낼 모레라면서요? 그래서 전화 드렸지요.”
“우리 회사에서 정기 이사회를 여는데 강 프로님이 어째서 관심을 보일까요?”
“예정대로 한승우 실장에겐 임원자리 하나 폼 나게 맡기겠지요? 한참이나 어린 한승우 실장에게도 인심 팍팍 쓰시면서… 함께 동고동락한 나에게는 내줄 자리 하나쯤 없을까 하는 생각에 전화 드렸지요, 뭐.”
“글쎄요… 별로 그럴 생각이 없는데요?”
“그렇다면 신 여사님께 보여드릴 사진이 있군요. 만약 이 사진을 신 여사보다 아드님에게 먼저 보여주면… 난리 날걸요? 아드님이야말로 내가 시키는 대로 꼼짝없이 따라올 거라고 여겨집니다만…”
“협박이군요? 내 아들에게 무슨 짓을 시킬 건데요?”
“유민식품 주식 10%를 절대로 신 여사에게 넘기지 말라고 하겠지요. 그렇게 된다면 신 여사께서 대표이사로 오르려는 꿈은 물 건너가겠지요?”
강준호는 느긋하게 말하는 중이었으나 수화기 저편에서는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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