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영 SBS 주말극 ‘청담동 앨리스’ 인기비결은…

기존 드라마 여주인공 탈피, 속물형으로 변주 계층간 사랑 현실적으로 그려

“수많은 드라마들을 보면 여자가 남자의 모든 것에 관심이 있는데, 재산 하나에만 관심이 없어. 이게 말이 되냐?” 27일 종영한 SBS 주말극 ‘청담동 앨리스’에서 차승조(박시후)가 마지막에 캔디 한세경(문근영)의 마음을 받아들이면서 하는 말이다.

‘청담동 앨리스’는 기존 캔디 드라마, 신데렐라 드라마와 크게 달랐다. 여주인공은 전형적인 캔디에서 속물스럽게 변주됐다. 여주인공이 돈 많은 남자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하는 캔디 드라마는 없었다.

그러다 보니 기존 멜로 드라마에서 보던 악인과 선인(善人) 구분이 되지 않았고 악인과 선인이 공모하는 단계에까지 나아갔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현실을 사실적으로 보여주며 사랑의 판타지도 완성했다. 계층을 직시하고 속을 드러낸 멜로로서의 가치를 지니게 됐다. 특히 부자 남자와 결혼해 청담동에 먼저 입성한 윤주(소이현)가 지앤의류 집안을 뛰쳐나오며 분노하는 모습은 가난한 자와 부자로 나눠진 자본주의의 견고함을 재확인하는 것이다.

‘청담동 앨리스’는 마지막회인 16회보다 15회에서 많은 걸 얘기했다. 세경은 열심히 살았지만 사랑만으로는 안 되는 것이 있었다. 아무리 노력해도 세상은 바뀌지 않았다. “노력해도 안 되는 건, 발버둥쳐도 가난한 건 인생을 잘못 살아서인가요?”라고 그렁그렁하면서 항변하듯 눈물을 흘리는 세경은 공감할 만한 캐릭터였다. 한세경의 몸부림은 충분히 이해됐으며 경제난 속의 남녀관계를 생각하게 했다.

사랑이 가장 힘들었다는 승조는 세경에게 가난을 핑계 삼지 말라고 한다. 하지만 가난해진 승조를 아르티미스 사장이 되게 한 건 아버지인 로얄그룹 차일남 회장(한진희)의 도움 때문이었다. 프랑스에서 무명화가인 자신의 그림을 3만유로에 사준 아버지였다. 그러니까 앨리스는 세경이 아닌 승조였고, 승조에게 ‘행운’을 안겨준 시계토끼는 아버지였다. 부자 아버지를 타고난 것은 아들의 능력이 되는 세상이 아닌가.

사랑을 못 믿는 승조와 세상을 못 믿는 세경은 어떻게 결합이 가능했을까. 100% 순수한 사랑은 없는 것으로 사랑을 인식함으로써다. 사랑 앞에 솔직해졌다. 세경은 ‘진심’과 ‘이용’의 구분도 잘 안 된다고 했다. 세경은 자신을 버렸는데 승조가 자신을 찾아주었다. “승조 씨는 나 없으면 아무 것도 아니래요. 승조 씨는 나에게 이런 사람이에요.” 이게 사랑이 아니고 무엇인가. 사랑은 총제적인 것이다. 외모 재산 학벌 등 하나만 떼어놓고 사랑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엔딩도 앨리스가 꿈에서 깨어나는 게 아니라 앨리스 언니가 다시 잠에 드는 것, 이상한 나라에 와 있다고 반쯤 믿는 것이다. 가난한 자나 부자나 사랑하려면 절반은 꿈속에 머물고, 절반은 현실에 발 디디고 있어야 할 것 같다.

서병기 선임기자/


wp@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