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61회> 총칼 없는 전쟁 1
다음날, 아침방송이 시작되자마자 텔레비전과 라디오에서는 5개국을 관통하는 랠리대회에 북한이 길을 열어주었다는 보도가 속보로 터져 나왔다. 어젯밤 늦은 시각에 발표된 일이었으므로 조간신문에서는 미처 기사로 다룰 수 없었지만 벌써부터 인터넷과 SNS는 후끈 달아오르고 있었다.
“특보님, 대성공입니다. 젊은이 사이에 5개국 관통 랠리대회 소식이 검색어 1위로 가뿐히 올라섰습니다.”
“그래? 반응이 좋단 말이지?”
“이런 현상도 북풍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까요? 오로지 미사일 발사를 북풍으로 알고 있던 젊은이 사이에 신선한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잘되었어. 북한과 상생하고 소통할 수 있다는 기류가 형성되기 시작하는군. 이 바람이 선거 당일까지만 계속되면 승리는 따놓은 당상이야.”
대선주자의 대북한 문제를 대변하고 있는 정책특보는 흥분을 감출 수 없었다. 이 상태로 한 달만 랠리 바람이 불어준다면 어르신을 따라 청와대로 입성하는 일만 남은 셈이었다. 더 이상 무얼 바라겠는가.
흥분하긴 거성그룹의 왕회장과 재벌2세도 마찬가지였다. 본인이 후원하는 대선주자가 청와대에 입성하면 당장에 ‘에어 뮬’의 완성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었다. 그동안 에어 뮬을 개발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희생을 감수해야 했던가.
거성그룹 최고의 전략형 공기역학기술 보유자였던 공평호 박사가 사망했고, 블루드라이브 기술 수석연구원이었던 제임스 리 박사가 실종되었으며, 수천억원을 들여 개발과정을 저장해놓은 USB 다섯 개를 분실하지 않았던가.
그뿐인가, 척추를 부상당한 것으로 알려진 이스라엘 국적 드라이버 후밍 박사와의 연락도 두절되었지만…무엇보다도 가슴 아픈 일은 에어 뮬 개발을 위해 쌍두마차처럼 함께 달려오던 이스라엘 파트너 Urban Aeronautics 사와의 관계가 소원해진 것을 이제 와서 어떻게 되돌릴 수 있단 말인가.
“권도일 전무! 당장 5개국 관통 랠리에 출전할 준비를 하세요. 갑호 비상을 걸고 유호성 드라이버에게 1974년산 치타를 내주세요. 실전과 다름없는 훈련에 돌입해야 합니다.”
“알겠습니다. 이미 구상하신 대로 코-드라이버에 튜닝 기술자인 현성애 씨를 투입하도록 하겠습니다. 팀 이름은 변함없이 ‘그레이스’로 이어가야겠지요?”
“물론입니다. 우리 그레이스팀에서는 두 대의 머신을 출전시킬 예정입니다. 한 대는 이미 알고 계신 대로 1974년산 치타이고, 나머지 한 대는…. 허허허, 궁금하시죠? 자, 그럼 권도일 전무를 위해서 특별히 준비한 머신을 구경하러 가실까요?”
재벌2세는 마치 이 순간을 기다렸다는 듯이, 또한 그동안 비밀을 유지하기 위해 무척 고생했다는 듯이 여러 감정이 담긴 미묘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권도일 역시 솔깃한 마음을 숨길 수 없었다. 얼마전, 요정에서 대감놀이를 하던 중 1974년산 치타의 드라이버 자리를 유호성에게 빼앗긴 이후 여태껏 자신이 몰아야 할 머신에 대한 정보를 한 마디도 들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제야 알려드리지만…권 전무께서 몰게 될 머신은 우리 거성의 특급 비밀병기입니다. 겉으로 보면 자동차, 그러나 알고 보면 지상에서 10센티미터를 떠서 날 수 있는 항공자동차인 셈이지요.”
“그런 특수 머신을 개발해 놓았단 말씀입니까?”
“지금 중국 내륙이나 북한의 날씨는 영하 20도를 오르내립니다. 고비사막의 밤 기온은 더 춥지요. 바닥엔 얼음으로 뒤덮여 있을 것입니다. 그 상황에서 지상 10센티미터를 날 수 있도록 한 것은 무얼 바라자는 걸까요? 우승하셔야 합니다. 우승해서 우리 거성의 이름을 알리는 것이 명분이고, 에어 뮬의 최종 테스트를 완수하는 것이 실리입니다.”
재벌2세가 그동안 방화용으로 위장되어 있던 철제문을 열기 위해 크고 둥근 핸들을 돌리자 은행 금고보다도 두꺼운 문이 스르륵 밀려났다. 소문으로만 들었던 비밀통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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