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50회> 붉은 태양을 따라서 29
“어이쿠, 이거 큰일 났군.”
꼭 몽둥이를 휘두르거나 칼부림을 해야만 폭동일까? 아니다. 느닷없이 감정이 북받치거나 일렁이는 자체가 바로 폭동과 다름없을 터. 꽃님이와 거룩한 상열지사를 벌이느라고 정신이 홀랑 빠져 있던 유호성으로서는 방문 너머에서 들려오는 강유리의 목소리가 바로 폭동과 다름없었다.
“어디 숨을 데 없어? 여기엔 다락도 없나?”
“이제 막 뜨거워지려는데 무슨 괴변이죠?”
“어디 숨을 데 없냐고!”
“왜 이렇게 겁을 먹고 그러세요? 아직 장가도 안 가신 분이… 밖에 마누라가 찾아온 것도 아니잖아요?”
“어휴! 꽃님아, 나 좀 살려주라.”
일촉즉발의 상태였다. 결혼을 했든 안 했든, 마누라가 있든 없든 간에… 알몸으로 술집 여자를 품고 있는 꼴을 강유리에게 들킬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하지만 사방 어디를 둘러보아도 마땅히 숨을 곳이 없었다. 고작 두 평에도 못 미치는 기방이었으니 변변한 옷장도 놓여 있질 않았다.
“방 안에 아무도 안 계세요? 문 좀 열어봐도 될까요?”
아뿔싸! 어느새 강유리가 방문 앞에 도착한 모양이었다. 종업원들과의 몸싸움에서 완승을 거두었는지 이제는 누구 하나 나서서 그녀를 말리는 사람도 없었다. 이제 드르륵! 방문이 열리기만 하면… 이걸 어쩌란 말인가. 홀랑 벗고 누워 있는 꼴이 리얼하게 노출되고 나면 그 이후의 사태는 보장받기 힘들 터였다.
“꽃님아, 꽃님아!”
울부짖는 것 같기도 하고 속삭이는 것 같기도 한 목소리로 유호성은 애원하기 시작했다. 이미 꽃님이 앞에 무릎을 꿇은 모습이었다.
“몸을 웅크려요, 그리고 이리 숨어요.”
부스럭 부스럭! 꽃님이는 옆에 벗어놓았던 한복치마를 급히 허리에 두르더니 치맛자락을 들어올렸다. 더 이상 망설일 시간이 없었으므로 유호성은 허겁지겁 그녀의 치마 속으로 숨어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꽃님이는 가부좌로 앉은 자세였고, 유호성은 몸을 동그랗게 만 채로 그녀의 허벅지 위에 엎드렸다. 그 상태에서 그녀가 한복 치맛자락을 펼치자… 꿩이 수풀 속에 머리통만 숨긴 꼴이었지만 그래도 언뜻 보기엔 감쪽같았다.
‘흐이고… 한복 치맛자락이 넓기에 망정이지….’
눈을 꼭 감고 꽃님이의 몸에 사지를 밀착시키는 와중에 드르륵! 방문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에 놀라 눈을 번쩍 떠보니… 이런! 홑이불을 덮은 것처럼 치맛자락이 드리워진 것까지는 좋았는데… 반투명으로 은은히 비치는 치마 속에 꽃님이의 알몸이 고스란히 숨겨져 있었다.
“누구신데 함부로 남의 방문을 열지요?”
치마 속, 코앞에 바짝 달라붙어 있는 꽃님이의 아랫배가 움찔거리는 걸 보니 그녀도 긴장한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 두둑한 배짱에 찬사를 보내고픈 심정이었다. 그렇지, 잘한다 꽃님이. 그렇게만 버텨다오. 아무리 강유리가 천하여걸이라 한들 남의 치마폭까지 들춰낼 수는 없을 테니까.
입장이 난처해진 사람은 강유리였다. 심증은 확실하나 물증을 잡아내기엔 어려운 상황이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치마 속에 숨어 있던 유호성도 숨을 멈췄고 아랫배에 잔뜩 힘을 준 꽃님이도 숨을 멈췄다. 강유리 역시 숨을 멈추고 그 모습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meelee@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