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 학교폭력 재심청구 지난 해 74건…제도 시행 전엔 2건 불과

-가해ㆍ피해 학생 따라 재심 청구 기관 제각각…절차도 복잡

-‘학생부 기재’로 재심 청구 증가하는데 객관성 시비 여전

[헤럴드경제=박수진 기자]교내 학교폭력대책위원회(학폭위)의 결정에 불복해 재심을 청구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지만 정작 가해, 피해 학생 누구도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심을 청구하는 기관도 다르고 이를 판단하는 위원회의 구성원도 제각각이다보니 객관적인 판단이 불가능하다는 이유다.

또한 학교폭력 사실을 학생부에 기재토록 하는 방침에 따라 가해자, 피해자를 막론하고 ‘묻지마 청구’가 이어지면서 위원회가 개별 사안을 꼼꼼히 따지기가 어렵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학교현장에서는 “학교폭력 재심 제도의 근본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학교 폭력의 가해자는 시ㆍ도교육청 산하 학생징계조정위원회에, 피해자는 지자체 산하 시ㆍ도 학교폭력대책지역위원회에 재심 청구가 가능하다. 가해자는 학폭위에서 전학 및 퇴학 처분을 받은 경우만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

4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관련 법률이 시행된 지난 해 5월부터 2월까지 전학 및 퇴학 처분을 받은 가해 학생의 재심 청구로 인해 서울시 학생징계조정위원회가 개최된 경우는 총 74건이다. 법률 시행 전인 2012년 1~4월에는 총 2건에 불과했지만 이후 6~7월에 31건, 학기 중인 9~12월에도 25건이 접수돼 위원회가 열렸다. 방학도 예외는 없었다. 여름방학(8월)에는 10건, 겨울방학 (1~2월)에는 15건으로 학기 중과 큰 차이가 없었다. 피해 학생이 가해 학생의 처분이 약하다며 시ㆍ도 지역위원회에 재심을 청구한 경우도 비슷하다. 서울시에 따르면 같은 기간 개최된 지역위원회는 총 76건에 달한다.

재심 결정에 불복하면 행정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 가해 학생은 교육청 산하 행정심판위원회에, 피해 학생은 국민권익위원회 산하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청구가 가능하다. 서울의 경우 교육청 징계위원회에 회부된 74건 중 3건, 서울시 학폭대책지역위원회에 회부된 76건 중 22건이 현재 행정심판 중이다.

재심 및 행정심판 청구가 늘고 있는 근본적인 원인은 ‘학생부 기재’ 문제에 있다. 하지만 학교폭력 처벌 기준 자체의 객관성이 부족하고, 재심을 징행하는 절차도 기관마다 제각각인 탓에 학부모들은 “신뢰할 수 없다”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중학교 2학년 아들의 학교폭력 피해와 관련해 행정심판을 준비 중인 한 학부모는 “지역위원회 회의록을 받았는데 어떤 근거로 판결을 내렸는지 배경도 써있지 않고 달랑 여섯 문장이 전부였다. 모두 학교 측의 입장만 고려하고 있었다”고 털어놨다.

재심 및 행정심판 절차를 담당하는 기관에서도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국민권익위 중앙행정심판위원회 관계자는 “취지 자체는 좋지만 악용 및 남용의 여지가 많다. 판단하는 기관도 나뉘어져 있고 기준도 모호해서 일괄적인 판단이 어렵다. 절차도 복잡하고 주먹구구식인 면이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 학생생활교육과 관계자도 “사안이 많아서 하루에 두세개의 사안에 대해 위원회가 열리는 경우도 있다. 면면히 살피기가 어려운 현실이다. 또 각각의 상황이 다르다보니 일괄적인 처벌 기준을 적용하기도 어려운 면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