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등이라는 자리는 말만 들어도 설레는 자리다. 올림픽과 같은 특별한 행사에서 국기와 함께 금메달을 따는 느낌은 아니더라도, 골프에도 세계 랭킹 시스템이 있어서 모든 선수들은 넘버원 자리를 꿈꾸며 플레이를 한다. 단순히 상금이 큰 대회를 한 번 우승했다고 해서 주어지는 자리가 아닌 까닭에 세계 1위는 지속적으로 대회 성적이 좋아야만 가능하다.
대만의 청야니(24ㆍ대만)는 2년이 조금 넘는 기간인 110주 동안 세계 랭킹 1위를 지킨 선수다. 많은 선수들이 우승을 하며 1위를 넘보았지만, 언제나 안정적인 경기 결과를 만든 까닭에 청야니는 매우 오랫동안 세계 1위를 해왔다. 작년 초반에는 연거푸 3개 대회 우승을 하다가 갑자기 스윙의 난조를 겪으며 성적이 들쭉날쭉했지만 여전히 부동의 세계 1위를 지켰다. 하지만 최고의 경기력을 보였던 선수가 자신의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 아무리 발버둥쳐 봐도 결국 새로운 챔피언은 나타난다.
최근 스테이시 루이스(28ㆍ미국)가 꾸준한 성적을 보이면서 세계 랭킹 1위로 올라섰다. 작년에 LPGA에서 올해의 선수상을 기록하고 올해에만 2승을 획득했다. 스테이시 루이스는 현재 마스터스, CNN 등으로부터 많은 주목을 받으며 인터뷰에 나서고 있는 중이다. 길거리에 나서면 많은 사람들이 알아봐 주는 등 처음 겪는 상황에 적응하고 있다고 한다. 척추 질환으로 언제까지 선수생활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에 주어진 하루를 즐기면서 살고 싶다며 가능한 한 1위 자리를 오랫동안 차지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청야니는 처음 며칠간은 1위 자리를 내준 것이 조금 답답했지만, 오히려 지금 랭킹이 떨어진 것이 더 홀가분한 느낌을 주고 더 동기 부여와 자극이 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8개 대회를 연속적으로 톱10에 진입한 후 그다음 대회에서 12등을 했더니 한 미디어 매체에서는 “청야니의 플레이가 나빠졌다. 무슨 문제인가”라면서 자신에 대한 기사를 다루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청야니는 “12등도 나쁘지 않은 성적이다. 선수층이 매우 두터운 LPGA에서 톱10에 드는 것은 쉽지 않다는 것을 사람들이 알았으면 좋겠다. 세계 1위는 항상 우승을 하고 톱10에 들어야 한다는 기대가 부담스럽다”고 답했다.
높은 자리에 올라갈수록 사람들의 기대와 실망은 더 커진다. 세계 1위이기 때문에 듣지 않아도 될 말을 듣게 되고, 세계 1위를 유지하기 위해서 고도의 집중력을 가지고 많은 부담감을 떨쳐내야만 한다. 그렇기 때문일까. 청야니의 올해의 목표는 재미있게 플레이하고, 자신이 사랑하는 골프를 즐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상에 섰던 선수다운 발언이다. 두 사람의 공통점은 모두 오늘을 즐기고자 하는 단순한 마음가짐이다. 할 수 있는 것을 최선을 다해 하고, 할 수 없는 것은 내려놓을 줄 아는 단순함이 이들을 세계 1위로 만든 건 아닐까 생각해본다.
지난주 열린 나비스코 챔피언십에서 청야니와 스테이시 루이스는 30위 밖으로 밀려나며 자신이 원하는 플레이를 보여주지는 못했다. 단지 한 경기로 인해 이들의 경기력이 줄어든 건 아닐 것이다. 일관된 플레이로 전 세계 골프팬을 매료시켰던 두 사람이 앞으로도 멋진 경기력을 보여주기를 바란다.
<KLPGA 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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