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밴드 부활의 보컬 정동하가 뮤지컬 배우로서 도약에 나섰다. 지난달 29일 경기 성남아트센터에서 개막된 '잭 더 리퍼(Jack the Ripper)'의 2013년도 공연으로 뮤지컬에 세 번째 도전이다.

정동하의 이번 도전은 앞선 작품보다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도 그럴것이 '잭 더 리퍼'에서 그가 맡은 역할은 다니엘로, 극을 이끌어가는 주인공이며 이중적인 모습을 지닌 캐릭터를 소화해야 한다.

'잭 더 리퍼'는 지난 2009년 한국에서 공연 돼 올해 다섯 번째 시즌이다. 잭 더 리퍼는 1888년 8월 7일부터 11월 10일까지 2개월에 걸쳐 영국 런던의 그리니치에 위치한 화이트채플 가에서 최소 다섯 명이 넘는 매춘부를 엽기적인 방법으로 살해한 연쇄살인범을 일컫는다. 이는 여전히 미해결 사건으로 남아있다. 뮤지컬은 연쇄살인범에 관한 이야기다.

" ◆ "부담이요? 아직도 배우는 중입니다"

'잭 더 리퍼'의 다니엘로 열 번 이상 무대에 올랐다. 이중적인 역할에 다소 무거운 소재의 이야기인 만큼 체력소모도 크다.

"이제 열 번째 공연을 마쳤습니다. 체력적으로 힘든 부분은 부활 콘서트 연습과 병행하고 있고, 여러 가지 크고 작은 무대들이 있어서 그런 것 같아요. 그래서인지 살도 자연스럽게 빠졌고요. 게다가 평소 감정의 폭이 큰 편이 아닌데 이번에 맡은 캐릭터가 이중적인 면이 강한 인물이라 소모가 크죠

평소 정동하는 감정의 기복이 있는 편이 아니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그러지 않기 위해 스스로 컨트롤하는 부분도 있다. 그러나 이번 작품에선 평소의 자신을 내려놓고, 180도 다른 상태의 캐릭터를 오가야만 한다.

"감정이 몰입된 상태에서 하려다 보니, 벌써 사랑하는 사람 열 명이 죽은 것 같은 느낌이에요. 무대에서 내려오면 기운이 빠지죠"

어떤 역할을 제대로 표현하기 위한 필수 조건은 '이해'다. 정동하도 이에 크게 동의했다.

"연기자는 작품 속 캐릭터를 충분이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1인칭으로들여다보니, 다니엘의 입장이 다 수긍이 가더라고요. 사람을 죽이기까지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이유들을 생각해보는거죠. 그러면서 이해를 하게 됐습니다"

다니엘 역에는 정동하 외에 슈퍼주니어 성민, 2AM 이창민, 박진우 등이 캐스팅됐다. 같은 인물이지만 각기 다른 개성을 지닌 만큼 관객들에게 다양한 볼거리를 안긴다.

정동하의 다니엘, 그만의 매력은 어디서 정점을 찍을까.

"잭의 모습을 표현해야 할 때는 락적인 느낌이 많이 묻어나는데, 그 땐 익숙해서 좀 더 수월한 부분도 있죠. 물론 다니엘 역의 다른 배우들이 저에게 없는 장점이 있겠지만요"

세 번째인 만큼 선택에 있어서도 부담이 컸을 터. '잭 더 리퍼'를 고른 이유는 간단하다.

'잭더리퍼'를 선택한 이유는 주변에서 워낙 좋은 작품이라는 이야기를 들었고, 게다가 대본을 봤는데 연극인 것 같더라고요. 대사도 많고요(웃음). 도전하는 것에 의의를 뒀죠"

큰 작품, 또 다니엘을 거쳐간 많은 배우들이 있기에 관객들의 평가 역시 냉정할 수밖에 없다.

"좋지 못한 의견도 많죠 사실. 그런데 상처를 크게 받지는 않아요. 이유를 말하자면 어떤 관계에 있어서 기대를 하지 않는 편이에요. 주는게 있으면 받는 것이 있다, 돌아올 무언가를 기대하다 없으면 실망감이 배가 되는거죠. 처음부터 기대가 없던 상태라면 감동이 더 커지겠죠. 그래서 혹평에 담담하고, 호평에는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되는 겁니다. 좋지 않은 이야기라도 '공연을 보긴 보셨구나' 생각하고 말죠. 그리고 채워나갈 부분은 열심히 하려고 하고요(웃음)"

시시각각 변하는 평가를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정동하는 지금도 발전을 위해 노력 중이다.

"지금도 시행착오를 거치는 중입니다. 가장 큰 고민은 발음 문제예요. 가만히 보니까 제가 입을 크게 벌리면서 말을 하지 않더라고요. 그런데 뮤지컬 무대에서는 표현함에 있어서 어려움이 생기더군요. 대사를 할때, 특히 급할 때 명확하게 해야하는데 말이죠. 여전히 노력 중이고 연습하고 있습니다"

◇ 부활의 보컬 VS '잭 더 리퍼'의 다니엘

정동하는 부활의 보컬로서, 또 신예 뮤지컬 배우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부활의 콘서트 준비와 뮤지컬 공연을 오가며 연습을 하는 것이 쉽지 만은 않을 것이다.

"부활과 역사의 3분의 1을 함께했고, 같이 성장했다고 할 수 있겠죠. 다행인 것은 무대 위, 아래에서의 다른 개체라고 생각을 해왔어요. 무대 위에 올라가면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고, 아래에서는 비교적 수줍은 사람이에요"

부활이든, 다니엘이든 무대 아래에서는 그저 '정동하'로 돌아온다. 무대 위 누가되든지 간에 그 인물을 완벽하게 표현할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때문에 부활의 보컬과 뮤지컬 배우를 오가는데 큰 어려움은 없다.

오히려 밴드 경험이 밴드 경험이 뮤지컬 무대에서 빛을 발하기도 한다.

"무대 위에서 무언가 거침 없이 할 수 있다는 건 뮤지컬 무대에서도 큰 도움이 됩니다. 그런데 아직도 멀었죠. 열심히 배우고 있는 단계예요. 처음과 지금, 차이가 있다면 한 마디로 객석이 보였고, 지금은 무대 위 저와 함께 생활을 하는 다른 배우가 보인다는 거예요. 오롯이 그 사람과만 대화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사실 그에겐 뮤지컬 무대에 처음 올랐을 때보다 KBS2 예능프로그램 '불후의 명곡'에 출연했을 당시가 더 떨렸다.

"'불후의 명곡'에 도전자로 참여했을 때, 긴장감이 굉장했어요. 그 전에 부활이 전설로 출연을 했거든요. 이후 홀로 도전자로 무대 위에 오르는 것이니, 지켜보는 눈도 많았고 부담이 컸죠"

부활과 뮤지컬, 어느 하나 소홀하지 않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는 중이다.

"노래를 하는 사람은 운동선수와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항상 어떤 무대에서나 최상의 컨디션을 만들어야 하죠. 공연도 마찬가지. 정해진 시간을 이끌어나갈 수 있는 몸상태를 유지하는게 중요해요"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하지 않으려는 노력과 더불어 뮤지컬 배우로서 한층 업그레이드 된 모습을 보이기 위해 누구보다 열정을 쏟는 그다.

"처음도, 지금도 마찬가지로 고민을 하고 있어요. 그러면서 느끼게 된 건 어떤 노래나, 무대를 전투라고 생각하면 보통 일반적인 가수들은 물론 말하는 것처럼 노래를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요. 적어도 저의 경우에는 노래를 표현하기 위해선 무기를 들고 싸워야 하죠. 그런데 뮤지컬은 맨손이죠. 무기를 내려놓아야 하는 거예요. 그냥 부딪쳐야하는 상황인 거죠. 힘들어요. 점점 더 나아지도록 노력해야죠"

"사실 무기를 내려놓는 건 뮤지컬을 시작하면서 하게 된 건 아니에요. 노래할 때의 기복을 없애기 위해서 시작한겁니다. 무개들이 소리를 만들어내는 것이기 때문에 성대에 무리가 가고,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땐 힘들거든요. 말할 때의 목소리로 노래를 하면 기복이 사라져요"

정동하의 이 같은 노력이 지금의 그를 있게 했다. 부활의 보컬로 성장해 뮤지컬 배우로 자리매김해 나가는 그의 앞날이 기대되는 이유다.

"가수로서의 무대에서 받은 에너지를 뮤지컬 무대에서, 또 반대의 경우도요. 양 쪽에서 힘을 얻는거죠"

'잭 더 리퍼'로 얻고 싶은 것은 연기에 대한 부분을 완성 짓고 싶은 것이다. 이왕이면 시즌이 끝나기 전, 스스로 만족할 수 있을 만큼 성장하는 것.

조급하지는 않다.

"어느 순간부터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좋은 일이 있으면 나쁜 일도 있고, 또 억울한 일이 생기면 행복한 일도 오더라고요. 얽매일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정상에 한걸음 씩 올라가고 싶어요. 그게 빠르지 않더라도, 늘 도전하고 정상에 오르다가 죽고 싶어요(웃음). 가장 중요한 것은 행복하게 사는 겁니다"

이로써 부활의 보컬 정동하는 뮤지컬 배우라는 도약을 향한 출발선에 있다. 정상에 오르는 과정을 중요시하며, 이를 즐기는 그의 도전에 박수를 보낸다.

김하진 이슈팀기자 /hajin1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