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62회> 바람에 맞서는 법(51)
글 채희문 | 그림 현경희
문어, 낙지, 주꾸미, 꼴뚜기, 오징어, 심지어 지네에 이르기까지… 저마다 다리 많기로는 한 가락씩 하는 놈들이지만, 어떤 경우에도 헛다리짚는 모습을 볼 수 없으니 혀를 내두를 만도 하다.
한갓 미물들도 그렇게 헛다리짚는 일 없이 조심조심, 성심성의껏 살아가건만, HY 훌 푸드를 책임지고 있는 신희영은 두어 군데밖에 걸쳐놓지 않은 다리마저도 제대로 건사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그녀가 다리를 걸쳐놓은 곳이라고 해야 고작 세 군데에 불과했다. 제1각은 아들 유호성을 꼬이기 위해 중국으로 파견한 강유리였고, 제2각은 아들 강준호의 신변보호를 위해 파견한 소위 유호성 케어 팀이었다. 그리고 마지막 하나, 제3각은… CF 촬영을 빙자하여 재미 좀 보려는 꽃미남 모델 박박진진 이라고 여겨도 좋을 것이다.
“어쩌면 그렇게들 제각각으로 놀아나지요? 지금 뭣들 하자는 거야?”
“저도 난감합니다. 강 프로는 호색한으로 몰려서 추방당할 지경이고요, 강유리 선수는 성 추행범으로 몰리기 직전이란 말입니다.”
“죄다 쫓겨나면 우리 호성이는? 그 애는 누가 보살펴요?”
“그러게 말입니다, 회장님. 모두 강준호 프로가 주도한 일인데요… 일이 엄청 꼬였단 말입니다. 그나마 손 팀장과 제가 유호성 선수를 따라다니면서 보약이라도 챙겨줄 수 있게 된 것이 천만 다행이고요…”
“뭐요? 겨우 손 팀장과 단 둘이서 우리 호성이를 보살피는 게 천만다행? 뒤집어지겠네, 정말… 도무지 일을 믿고 맡길 수가 없어!” 이를테면 지금 이 장면은… 유호성 케어 팀의 졸병 두 명이 국제전화로 신희영에게 고자질을 하는 배신의 현장이었다. 상급자를 깎아내릴수록 아랫것들의 입지가 유리해지는 것은 기정사실. 그 졸병들의 고자질을 통해서 팀장 강준호가 국제적인 호색한으로 낙인찍히는 순간이었단 말이다. 더불어 강유리마저도 나락으로 빠져들게 마련이었다.
“그럼 강유리 선수의 골프 쇼도 끝장났단 말인가요?”
“아마도… 그렇습니다.”
“그럼 내 아들 호성이를 골프선수로 만들어서 귀국시키겠다고 다짐한 강 프로의 말은… 한낱 뻥이었단 말입니까?”
“속상하시겠지만… 현실은 그렇습니다.”
“그럼 강 프로를 포함해서 몽땅 사표들 쓰세요. 퇴직금 받을 생각들은 하지도 마!”
신희영은 이렇게 호통을 치며 전화를 끊어버렸다. 그러니 이걸 어째? 고자질을 해서라도 밥그릇을 지키려 했던 두 명의 배신자들은 얼굴에서 핏기가 쏙 빠져버렸다. 오히려 잠자는 사자 코털을 뽑은 셈이었다.
신희영은 전화를 끊자마자 박박진진을 대령시켰다. 막대한 자금을 들여가며 중국으로 파견한 강준호와 강유리가 사고를 쳤다는 소식에 반사적으로 취한 행동이었다. 긴급대응책을 마련하는 것보다도 당장 ‘누군가’로부터 위로를 받는 것이 급선무였던 것이다. 그 ‘누군가’가 바로 박박진진이었으니… 늘그막에도 사랑이란 묘약이 필요한 법.
“부르셨습니까? 회장님.”
“불렀지요. 세상살이가 막막해지고 가슴이 답답해져서… 불렀지요.”
“그럼… 내일 CF 촬영 건으로 부르신 게 아닌가요?”
“CF 촬영이야 대충 때우면 되지만, 억장이 무너져 내리는 건 어찌해야 좋을지 물어보려고 불렀지요.”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그래도 지구는 돈다’고 했던가? 모든 일이 엉망이 되었지만… 그럴수록 박박진진의 품이 그리워질 따름이었으니, 미쳐도 제대로 미친 모양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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