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신수정 기자] 지난달 JP모건의 삼성전자 보고서 악몽이 채 가시기도 전에 크레디리요네(CLSA)의 ‘매도’ 보고서로 지난 2일 SK하이닉스 주가가 8.72%나 급락했습니다. 2일에는 정작 외국인은 SK하이닉스를 사들였고 국내 기관투자가들이 순매도했습니다. 3일에는 상승세로 출발하며 만회하는 듯 했으나 결국 종가로는 0.17% 하락 마감했습니다.
삼성전자마저 2분기 실적 전망치가 하향 조정되고 있는 와중에 SK하이닉스는 어닝서프라이즈에 대한 기대감으로 주목을 받고 있었습니다. 애널리스트들이 경쟁적으로 SK하이닉스의 2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를 올리면서 지난 4월초만 해도 4000억원 수준이었던 컨센서스(평균 추정치)가 6월말 기준 7421억원으로 두배 가까이 오르기도 했습니다.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1조원 이상으로 높여잡았습니다.
이를 보고 당시 한 애널리스트는 “애널리스트들도 튀려고 실적 전망치를 세게 부르는 경우가 있다”고 전했습니다. 과거 삼성전자가 갤럭시 시리즈 판매 호조로 연일 급등하자 국내 증권사들은 경쟁적으로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200만원 이상으로 올렸던 것이 생각이 났습니다.
이처럼 칭찬에는 인색하지 않은 국내 애널리스트들은 ‘매도’ 의견을 내는 것은 무척 꺼립니다. 외국계 증권사 리포트처럼 ‘팔아버리라(SELL)’고 표지에 떡하니 적어놓는 국내 증권사 리포트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매도 보고서를 냈다가는 아마 해당 기업에 출입 금지까지 당하는 수모도 각오해야할 겁니다. 또 해당 기업 주식을 갖고 있는 개인이나 기관투자가들로부터 항의에 시달리게 됩니다. 가뜩이나 증권사들이 불황에 허덕이는데 자산운용사 등 고객의 심기를 거스르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이런 이유때문에 애널리스트는 겉은 화려한 직업이지만 증권가에서 사실상 을(乙)의 입장에 놓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국내 애널리스트들도 현재 주가보다 낮은 목표가를 제시하거나, 업황이나 기업 성장에 대한 우려 사항 등을 덧붙이면서 나름대로 매도 사인을 주기도 합니다. 그래서 ‘중립’이란 의견은 사실상 매도로 받아들이기까지 합니다.
물론 ‘팔아라’, ‘실적이 꺾일 것이다’고 돌직구를 날리는 외국계 증권사의 리포트라고 해서 모두 정확하지는 않습니다. 국내 증시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하지만 장밋빛 희망을 잔뜩 심어주는 국내 증권사 리포트에 거품이 있다면 분명 제거돼야 합니다. 그래야 증권사 리포트에 대한 신뢰가 살아나고 애널리스트가 존경받으며 증권사도 차별화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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