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극장가는 그야말로 바보들의 열풍이었다. 천만 관객 대열에 선 ‘7번방의 선물’ 속 용구(류승룡 분)와 700만 돌파를 눈 앞에 둔 ‘은밀하게 위대하게’ 속 동구(김수현 분)가 그 주인공. 그러나 스크린 독과점, 설 자리를 잃은 저예산 작품들 등 문제점 역시 적지 않았다.
# 류승룡-김수현, 믿고 보는 배우가 되다
먼저 류승룡은 ‘7번방의 선물’을 통해 당당히 ‘원톱’ 배우로 올라섰다. 그는 그동안 수많은 작품 속에 주연으로 등극했으나, 늘 상대 배우를 서브해 주는 역할을 담당해 왔다. 그러나 ‘7번방의 선물’은 철저히 류승룡을 위한 영화였고, 그는 명실상부한 연기력으로 극을 이끌었다.
특히 바보 연기가 일품이었다.
7살 지능을 가진 용구로 분한 류승룡은 코믹하면서도 심금을 자극하는 열연을 펼쳤다. 오로지 딸 예승(갈소원 분)만을 바라보며 고군분투하는 모습은 뜨거운 눈물을 자아냈다. 처음으로 ‘바보’ 연기에 도전한 류승룡의 열연이 완벽하다는 평이 지배적이었다.
김수현 역시 바보가 된 북한 최정예 요원으로 변신, 조국과 인간애 사이에서 갈등하는 따뜻함을 선사했다. 원류환을 통해 날카로운 카리스마를, 바보 동구에서는 천진난만한 웃음과 몸을 아끼지 않는 슬랩스틱을 선사하며 팬들의 뜨거운 호응을 이끌어냈다.
전작 ‘해를 품은 달’로 청춘스타로 자리매김한 김수현은 이번 영화를 통해 ‘원톱’ 배우로서의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현재 손을 꼽을 수 없는 작품들의 애정공세로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다.
# 날개 못 편 ‘뜨거운 안녕’, ‘마이 라띠마’, ‘전국 노래자랑’
하지만 두 작품의 흥행이 단순히 기뻐할 만한 일은 아니었다. 스크린 독과점으로 인해 피해를 보는 작품들이 이번에도 여지없이 나타난 것. 특히 이홍기 주연의 ‘뜨거운 안녕’과 ‘마이 라띠마’, 이경규가 제작한 ‘전국 노래자랑’은 시사회 당시 작품성을 인정 받았지만, 관객에게는 외면을 당해야 했다.
지난 5월 30일 개봉한 ‘뜨거운 안녕’은 호스피스 병동 시한부 환자들과 그들 사이에서 진정한 삶의 행복을 찾게 되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그렸다. '삶과 죽음은 무엇인가'라는 철학적인 메시지가 아닌 '지금의 삶에 만족하고 항상 즐겨라'고 외치는 영화로 뻔한 소재를 뻔하지 않게 풀어낸 재주가 돋보이는 영화다.
FT 아일랜드 보컬 이홍기의 주연으로 초반 시선 몰이를 하는 듯 했으나 결과는 참담했다. 특히 ‘은밀하게 위대하게’ 개봉 되자마자 ‘퐁당퐁당’ 상영작으로 전락, 안타까움을 더했다. 한 마디로 좋은 영화가 대형 배급사의 횡포에 처절히 묻혀 버린 것이다.
첫 장편영화 감독 데뷔에 나선 유지태의 ‘마이 라띠마’ 역시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다. 세상에서 외면 받는 두 남녀의 사랑과 배신을 담백하면서도 애틋하게 그려내며 언론의 호평을 받았지만 현저히 적은 상영관 수로 관객들을 끌어 모으지 못했다.
물론 당초 저예산으로 제작된 영화로, 상업영화와는 방향을 달리하지만 유지태의 탄탄한 연출력, 배수빈과 신예 박지수의 열연이 돋보이는 작품이 외면 받는 실정은 안타까움을 자아내기 충분했다.
지난 5월 초 개봉한 ‘전국노래자랑’ 역시 쓴 맛을 봐야 했다. 평범한 사람들의 뻔한 이야기를 현실적으로 풀어내며 쫓기듯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위로를 전하는 작품으로 웃음과 감동을 동시에 선사한다.
그러나 로버트 다우니 주연 ‘아이언맨3’의 스크린 독과점으로 인해 날개를 펴지 못하고 추락해야 했다.
# ‘뫼비우스’, 제한 상영가 등급 논란
김기덕 감독의 신작 ‘뫼비우스’는 영상물등급위원회(이하 영등위)의 제한상영가 등급 판정을 받았다. 이유인 즉슨 영상의 내용 및 표현기법과 주제와 폭력성, 공포, 모방위험 부분에 있어 청소년에게 유해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는 것.
국내에서는 전용 제한상영관이 없기 때문에 개봉이 불가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에 김기덕 감독을 비롯 한국영화감독조합(대표 이준익) 측은 지난 달 17일 제한상영가 등급 판정을 철회하라며 공식입장을 발표하며 대응에 나섰다.
이후 김기덕 감독은 18일 “문제 장면을 삭제하도록 하겠다”며 “국내 개봉판은 영등위의 지적을 받은 장면을 삭제 한 후 재심의를 넣기로 했다”고 밝혔다.
제한상영가 등급에 대한 논란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니었다. 영등위와 영화계의 갈등을 빚어내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고질적인 싸움 중 하나인 제한 상영가 논란이 언제쯤 수그러들지 관심이 모아진다.
양지원 이슈팀기자 /jwon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