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생생뉴스]‘국가정보원 대선·정치개입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건설업자와의 유착 의혹을 받고 있는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을 피의자 신분로 출석시켜 조사하기로 함에 따라 사법처리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5월 중견 건설업체인 황보건설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작으로 본격 수사에 나선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여환섭 부장검사)는 4일 오후 출석하라고 원 전 원장에게 통보했다.

원 전 원장은 ‘국정원 정치·대선 개입’ 사건으로 4월과 5월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윤석열)에 2차례 불려 나와 조사를 받았지만 개인 비리로 소환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특별수사팀이 국정원의 댓글 공작과 관련한 의혹을 파헤치는 동안 특수1부는 황보건설 대표였던 황보연씨가 원 전 원장에게 금품 로비를 한 대가로 각종 관급공사를 수주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수사를 벌여왔다.

검찰은 지난 5월 황보건설의 옛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에서 황씨가 원 전 원장에게 건넨 것으로 보이는 선물리스트를 확보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 리스트에는 순금과 페라가모 남성용 가방, 여성용 핸드백, 고가의 건강식품 등 수천만원 상당의 선물 내용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그러나 검찰에 구속된 황씨는 조사에서 “원 전 원장과 오랫동안 친분 관계를 유지해 왔을 뿐 로비를 하진 않았다”라며 의혹을 완강히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황씨가 입을 굳게 닫는 바람에 난관에 봉착한 검찰 수사는 한달여 동안 별다른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검찰은 결국 지난달 24일 황씨를 재판에 넘길 때에도 공소사실에는 수십억원의 회삿돈 횡령과 사기 대출 혐의만 적시했을 뿐 원 전 원장과의 금품거래 의혹과 관련한 혐의 내용을 포함시키지 못했다.

그러다 최근 검찰 수사의 물꼬가 트였다. 황씨가 검찰의 끈질긴 설득 끝에 심경의 변화를 일으켜 “원 전 원장에게 억대의 현금을 건넸다”고 진술한 것이다.

황씨는 ‘공기업이나 대기업이 발주하는 공사 수주에 도움을 받을 것을 기대하고돈을 건넸다’는 취지로 검찰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원 전 원장에게 건넸다는 돈의 액수는 1억5천여만원가량인 것으로 전해졌다. 원 전 원장이 국정원장에 취임한 2009년 이후 수천만원씩 여러 번에 걸쳐 제공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검찰은 원 전 원장이 황씨의 진술을 부인하면 혐의 입증이 쉽지 않다고 보고 원 전 원장과 그 주변 사람들의 계좌를 추적하는 등 물증 확보 작업도 병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원 전 원장과 황씨 사이에서 연결고리 역할을 한 것으로 의심되는 국정원 직원들이 있는지도 캐고 있다.

황씨와의 돈거래 혐의가 입증되면 원 전 원장에게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나 알선수뢰 혐의가 적용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특가법상 알선수재는 공무원의 직무와 관련한 일을 잘 처리해 주도록 알선해 주고 금품 등을 받았을 때 적용하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리게 돼 있다.

알선수뢰는 공무원이 자신의 지위를 이용하여 다른 공무원의 직무상 부정행위를알선하고 뇌물을 받는 경우에 적용되는데, 수뢰액이 1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징역10년 이상의 중형으로 처벌받는다.

검찰 특수통 출신의 한 변호사는 “황씨의 진술이 확보됐다면 알선수재를 적용하는 게 무리가 없어 보이고 법원에서도 유죄 가능성이 크다”며 “원 전 원장이 다른 공무원의 직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위치에 있는지가 입증된다면 알선수뢰 혐의도적용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검찰 안팎에서는 원 전 원장에 대해 사전 구속영장이 청구될 가능성을 조심스레 점치는 의견들이 있다.

앞서 ‘국정원 댓글’ 사건 당시 수사팀은 원 전 원장을 구속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했다가 공직선거법 적용을 두고 법무부와의 의견 조율에 난항을 겪으면서 시기를 놓쳐 불구속 기소했다.

원 전 원장의 개인 비리 혐의를 잡은 검찰이 이번엔 신병처리를 두고 어떤 결정을 내릴지 세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