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조용직 기자] 증권사 직원이 고객의 증권을 임의로 매매한 경우 해당 증권사까지 함께 처벌하도록 한 양벌규정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위헌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수원지법 안산지원이 대우증권의 신청을 받아들여 구 증권거래법 215조에 대해 제청한 위헌법률심판에서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위헌 결정했다고 3일 밝혔다.

구 증권거래법(현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215조는 증권사 법인의 대리인ㆍ사용인ㆍ기타 대리인이 임의매매 제한규정을 위반한 경우 그 법인도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헌재는 “이 조항은 다른 사람의 범죄에 대하여 그 책임 유무를 묻지 않고 형벌을 부과하는 것이어서 책임주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결정 취지를 밝혔다. 회사 측이 관리·감독상의 주의의무를 다해 아무런 잘못이 없는 경우까지도 직원의 잘못에 대해 법인에 책임을 묻는 것은 지나치다는 것이다.

대우증권은 지난 2008년 직원 조모씨가 고객의 동의 없이 임의로 유가증권을 매매한 사실이 적발돼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고 양벌규정에 의해 법인도 벌금형을 받게 되자 지난해 이 사건에 대해 재심 청구와 위헌법률심판 제청신청을 냈다.

헌재 관계자는 “이번 결정은 과거 양벌규정이 책임주의 원칙에 반한다는 이유로 위헌을 선언한 것과 동일한 맥락으로, 종업원의 임의매매로 벌금형이 확정된 증권사들이 재심을 통해 구제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