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817회> 감추어진 승부 41

“감독님, 산소통 메고 골프 쳐보셨습니까?”

강준호는 느닷없이 산소통을 걸머진 잠수부 흉내를 내며 감독에게 물었다. 이건 또 뭔 소린지… 바다 속에서 골프를 치자는 소리도 아닐 테고.

“머리털 나고 처음 듣는 말입니다. 산소통을 메고 골프를 쳐요?”

“그것 참, 한 번쯤은 쳐보실 만하지요. 여기서 비행기 타고 두어 시간만 가면 운남성, 여강시에 닿게 됩니다. 거기서 북쪽으로 40리만 올라가면 ‘옥룡설산 골프장’이 나오지요. 해발 6,000미터 산 중턱, 그러니까 해발 3,000미터쯤에 그 골프장이 있는데…”

“아하, 무슨 말씀이신지 이제야 알 것 같습니다. 고지대라서 산소가 희박하단 말씀이군요?”

“하! 하나를 말씀드리면 열을 헤아리시는 군요. 역시 감독님은 달라요.”

“그런데, 뭐가 좋아서 공기도 희박한 곳에서 고산증세를 앓아가며 골프를 칩니까? 고산병에 걸리면 코피도 쏟고, 대소변도 지리고 한다던데요.”

“장타! 빨랫줄처럼 뻗어나가는 장타의 맛을 느끼려고 가는 겁니다.”

강준호는 연극배우처럼 손짓 발짓을 해가며 떠들기 시작했다. 신이 난 모양이었다. 어쨌거나 해발 3,000미터에 이르는 옥룡설산 골프장에서 드라이버 샷을 날리면 하염없이 날아간다는 말은 과히 틀린 말은 아닐 터였다.

“그렇겠군요. 공기가 희박하니 공이 빨랫줄처럼 쭈욱 뻗어서 끝없이 날아갈 만도 합니다. 거 참 멋지겠군요.”

“멋지다마다요. 그럼 우리… 여강시로 가는 비행기 표를 끊을까요?”

아무래도 강준호는 흥분하기 시작한 모양이었다. 옥룡설산CC… 세계에서 가장 긴 코스를 품은 골프장으로 떠날 생각을 하니 흥분을 참을 수 없었던 것이다.

옥룡설산CC는 코스 전체의 길이가 8,548야드에 이른다. 일반적인 골프코스가 7,200~7,300야드 정도이니 그보다도 1,200야드 이상이 긴 셈이다. 거의 20% 가깝게 긴 코스를 향해 뻥! 뻥! 장타를 날리는 모습은 생각만 해도 흥분되는 일이긴 하다.

“지금 곧장 그리로 가자고요? 공기도 희박한 곳으로?”

하지만 HY 훌푸드 직원들은 생각이 달랐다. 강준호야 워낙 골프에 일가견이 있는 사람이라 골프 치는 재미에 푹 빠져있겠지만 사실 그들은, 골프에 큰 매력을 느끼지는 못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왜요? 재미있지 않아요?”

“골프 재미야… 뭐, 그게 그거지요.”

“이 세상에 골프보다 더 재미있는 게 있나?”

“우린… 뭐, 이 지경에 이르렀으니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19번째 홀을 더 재미있어 하는 사람들… 이라고 해야 하나, 어쩌나.”

그랬다. HY 훌 푸드 직원들은 마사지숍에 들어가서 제대로 일도 치르지 못한 채 공안에 끌려갔던 일을 아직도 원통히 여기고 있었던 것이다.

“아하! 그거요? 우리가 공안에 끌려가서 이 지경이 되도록 경을 친 게 다 마사지숍 여자들 때문인데… 아직도 여자들과 노는 게 그립습니까?”

“열흘 운 년이 보름은 못 울겠습니까? 어차피 공안에 걸려서 신상이 다 털렸는데, 중국 여자들 데리고 원이나 풀어야 억울하지 않죠. 공기도 희박한 산꼭대기로 가서 산소통 메고 골프 치는 건 좋다, 이겁니다. 그런데 19홀을 돌 때에도 산소통을 멜 수는 없는 노릇이잖아요? 안 그렇습니까?”

HY 훌푸드 직원들의 뜻은 명확했다. ‘이왕 버린 몸’이라 여기고 있었기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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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e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