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양대근 기자] ‘42년 연속 흑자, 올해 신입직원 50명 채용, 증권가 히든챔피언, 벤치마킹 증권사….’
국내 어느 중소형 증권사에 따라 붙는 수식어들입니다. 여의도 증권가가 어느 때보다 깊은 ‘불황의 터널’을 지나는 가운데 유달리 주목받고 있는 회사가 있습니다. 주인공은 바로 신영증권입니다.
신영증권의 자기자본규모는 올해 6월말 기준 9411억원(연결재무제표 기준) 수준입니다. 규모로만 보면 업계 10위권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내실을 들여다보면 1위인 한국투자증권이 결코 부럽지 않습니다.
지난 회계연도 1분기(4월~6일) 실적발표에서 신영증권의 당기순이익은 203억9900만원으로, 한국투자증권(286억5100만원)에 이어 2위를 차지했습니다. 특히 ‘버냉키 쇼크’ 여파로 상당수 증권사들이 큰 손실을 본 상황에서 신영은 전년동기대비 38.4% 가량 순익이 늘었습니다.
국내 62개 증권사의 1분기 총 당기순이익은 119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1.6%나 감소한 상황입니다.
이런 가운데 신영증권은 42년 연속 흑자를 기록하며 불황이란 말을 무색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에도 200억원의 흑자를 낸 바 있습니다. 중소형 증권사를 비롯한 일부 대형 증권사들도 신영증권을 벤치마킹하려 한다는 말도 결코 과장된 얘기가 아닙니다.
신영만의 성공 비결은 바로 보수적인 경영스타일에 있습니다. 1971년 신영증권을 인수한 원국희 현 명예회장은 ‘무리하지 않는다’, ‘아는 사업만 한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고집스러울 정도로 같은 스타일을 유지해 왔습니다. 그래서 호황기에도 지점을 늘리지 않고, 불경기에도 인력 변화를 하지 않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최근 여의도를 휩쓸고 있는 지점 통ㆍ폐합의 바람 속에서도 전국 26개 신영증권 지점은 꿋꿋하게 자리를 지켰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무리하지 않는 것만으로는 성장 동력이 될 수 없습니다. 신영증권의 또다른 선택은 ‘장기투자’와 ‘고객과의 신뢰’ 입니다. 특히 올해 들어 각종 리스크로 인해 국내 대형 펀드들이 힘을 못쓰는 사이, 신영을 대표하는 펀드인 ‘신영밸류고배당펀드’와 ‘신영마라톤펀드’는 상반기 전체 펀드 수익률 1~2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또한 신영은 ‘충성도’ 높은 고객이 많기로도 유명합니다. 지난 4월에는 팀 자산관리서비스를 도입해 큰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이 서비스를 통해 불황에도 불구하고 최근까지 신규계좌가 5000개 이상 늘어났습니다.
원 회장은 “시장 점유율에 신경쓰다 보면 시황이 나쁠 때도 수익을 내기 위해 무리할 수밖에 없고 그러면 고객과의 신뢰가 깨지기 쉽다”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2007년 ‘가치투자의 대가’ 워렌 버핏은 한국을 방문했을 때 “신영증권을 포트폴리오에 담았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버핏은 ‘10년을 보유하지 않을 주식이라면 단 10분도 갖고 있어선 안된다’는 투자철학으로 유명합니다.
지금 증권가는 최첨단 시스템의 도입으로 단 몇 초만에 수십억원이 오가는 ‘초단타매매’가 흔합니다. 거래속도는 더 빨라지고 규모 역시 거대화되고 있습니다. 이런 시대의 변화 속에서 ‘느림의 미학’을 고수한 신영증권의 성공이 업계에 시사하는 바가 결코 작지 않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