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집에서는 잘했는데…”, “괜찮아, 잘했어. 우리 애기, 실망하지마.”

짧은 다리, 긴 허리의 다 자란 웰시 코기(Welsh Corgi), 날씬한 달마시안(Dalmation), 날카로운 눈빛의 알래스칸 맬러뮤트 (Alaskan Malamute), 옹기종기 대가족을 이룬 요크셔테리어(Yorkshire Terrier). 온통 ‘개 천지’다. 애완견을 위해 마련된 아담한 놀이터에서 오디션을 앞둔 개들이 느긋하게 활보하고, 스튜디오의 포토존에선 수많은 개들의 하나씩 출격해 매력 발산의 시간을 갖는다. 본선에서 탈락한 참가자들은 대기를 앞둔 견주(犬主)와 후일담을 전하는 이 곳은 국내 최초로 방영을 앞둔 서바이벌 개쇼 ‘슈퍼독’ 본선 현장이다.

이제는 ‘개 오디션’ 시대가 왔다. KBS 2TV에서 오는 26일부터 첫방송을 앞두고 있는 ‘슈퍼독’은 스타 애견모델을 선발하는 기상천외한 오디션 프로그램이다. 국내에선 다소 생소하지만, 연출을 맡은 이은형 PD는 이 ‘낯선 신선함’에 착안해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영국 I-TV 에서 인기리에 방영된 ‘탑독 모델(TOP DOG MODEL)’을 수입해 포맷 계약을 맺은 뒤 강아지들의 ‘슈퍼스타 K’를 만들어보자는 생각이었다. 언제 돌발상황이 닥칠지 모르는 강아지가 대상인 탓에 쫀쫀한 ‘악마의 편집’이나 긴장감 넘치는 오디션을 만들겠다는 생각은 애초에 접었다.

‘슈퍼독’에는 예선에만 260팀이 참가했고 지난 5~6일 KBS 별관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본선엔 총 80팀이 올라왔다. ‘원조 개아범’을 자처하는 노주현, ‘삼성동 개어멈’으로 불리는 강타와 슈퍼모델 출신 최여진이 심사위원이고 MC는 이휘재다. ‘애견 대통령’으로 불리는 동물과사람 본부장이자 이삭애견훈련소 대표인 이웅종 천안연암대학 교수가 자문위원으로 함께 했다.

천편일률적인 예능 프로그램이 범람하는 때에 애완견을 대상으로 한 오디션 형식은 분명 색다르고 신선해보인다. 1인가구가 증가한 ‘시대의 트렌드’를 읽은 예능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실제로 한국애견협회에 따르면 애완견을 기르는 국내 인구는 무려 1000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20%로 부피가 커졌다. 덕분에 관련 시장도 급성장 추세를 보이며,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말을 애견을 통해 실천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미 시장규모는 2조원대에 접어들었고, 2020년에는 6조원대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는 통계도 나왔다.

특히 최근엔 1인가구와 고령화 추세가 이어지며 애견인구는 점차 급증했고, 과거 ‘부의 상징’으로 인식됐던 것과 달리 이제는 ‘반려동물’의 개념으로 애견문화는 정착돼가고 있는 모습이다.

‘슈퍼독’ 역시 여기에 초점을 맞췄다. 외로운 현대인이 반려동물에 의지하는 것 역시 지금 우리 사회의 단면이라는 것이다. 때문에 이은형 PD는 “예선과 본선, 여러 미션을 거쳐 강아지들의 슈퍼스타를 뽑는 프로그램이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애견과 견주와의 교감이다”고 강조하며 ‘슈퍼독’은 ‘휴머니즘’에 방점을 둔다고 했다. 심사위원 최여진도 “처음에는 ‘슈퍼독’이라고 해서 웃었던 게 사실이다”면서도 "막상 와보니 강아지들을 보는 것만으로 미소가 절로 지어지며 힐링이 됐다”고 말했다. 강아지를 한 인격체로 받아들이며, 위안를 주는 존재로 인식한다는 이야기다.

애완견을 가족처럼 생각하는 시청자의 입장에선 당연히 ‘환영’이지만, 프로그램은 자칫 여러 논란에 휩싸일 우려도 비치고 있다. 이미 진행된 본선 오디션 현장에서는 지나치게 긴 대기시간과 애견에 대한 지식 부족으로 인한 스튜디오 동선과 미끄러운 바닥이 문제점으로 비쳐졌다. 심지어 ‘하다하다 개 오디션’까지 하냐는 ‘동물학대’ 논란도 피할 수만은 없다.

제작진은 이 같은 논란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오디션 현장에는 만약의 사태를 대비한 수의사는 물론, 대형견과 중ㆍ소형견이 따로 뛰어놀수 있는 놀이터와 화장실을 마련했고, “프로그램을 통해 올바른 애견문화를 공부하고 더 많이 배워가고 있다”는 생각을 전했다. 물론 참가자들은 예상되는 논란의 여부와 관계없이 “추억을 만들어주고 싶어서 나왔다”,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었다”고 한결같이 말한다.

프로그램은 일종의 ‘인포테인먼트’ 성격도 띈다. 본선에 선발된 강아지들과 견주는 몇 차례의 미션을 통해 최종 우승자를 가리지만, 그 과정에선 유기견 캠프 등을 통해 반려동물에 대한 상반된 인식을 바로잡기를 바라고 있다.

최여진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동물의 입장에서 배려하고 존중해줘야 한다는 부분이 인지됐으면 좋겠다”고 했으며 노주현은 “동물을 좋아하는 사람은 누구나 애정이 많지만, 막상 애완견을 산 뒤 거추장스럽다고 버리는 사례도 많다. 프로그램을 통해 자기 환경에 맞는 견종을 택하는 방법과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 전환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했다. 이 PD도 “인터넷을 통해 애견 분양이 활발해졌지만 쉽게 구입하는 만큼 쉽게 버리는 경우도 많다”며 “‘슈퍼독’에서는 견주들의 사연을 통해 다양한 정보와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전환의 장을 마련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제작진 역시 “최초의 국내 애견 서바이벌이다 보니 부담감도 적지 않지만, 애견인들의 의견도 잘 반영해 강아지를 싫어하는 분들이 바라볼 때 불필요한 동물학대 논란이 일지 도록 준비 중”이라는 각오다.

고승희 기자/shee@heraldcorp.com

[사진제공=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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