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세대 김남주’로 주목…KBS2‘ 왕가네 식구들’불륜녀役 김윤경
긴 머리 자르고 짙은 화장하고 아내 있는 남자 유혹하는 악녀
데뷔 15년만에 첫 이미지 변신 말투·걸음걸이·자세까지 다 바꿔
“착한 배역땐 항상 답답했는데… 뒤늦게 찾은 존재감…길게 가고파”
“얼마면 돼?” 그 오래 전 ‘가을동화’ 속 원빈의 명대사는 김윤경을 통해 다시 태어났다. 도도하고 거만하기 이를 데 없는 호텔상속녀 은미란(KBS2 ‘왕가네 식구들’). 완전히 다른 사람이다. 청순가련 캔디도, 비련의 여주인공도 아니다. 데뷔 15년 만에 처음으로 시도한 이미지 변신이다. 긴 머리를 싹둑 자른 것도, ‘나쁜 여자’를 연기하는 것도, 화려한 의상과 짙은 화장으로 무장하는 것도 처음이다. 심지어 자꾸만 반말이다.
현재 안방을 통해 방영 중인 ‘왕가네 식구들’엔 주목해야 할 두 여자가 나온다. 시청자들은 보통 이렇게 부른다. ‘미친 여자’ 왕수박(오현경), ‘나쁜 여자’ 은미란(김윤경). 울화통 터지는 이해불가 캐릭터의 대명사가 왕수박이라면 은미란은 조금 다르다. 호텔상속녀이자 왕씨 집안 둘째 왕호박(이태란)의 남편 허세달(오만석)의 불륜녀다. 물론 은미란의 사전에서 “불륜은 ‘연애놀이’요, 놀이공원 나들이는 ‘서민놀이’”다.
김윤경(34)도 어느 새 15년차 배우다. 데뷔 초 일본영화 ‘4월 이야기’의 여주인공 마츠 다카코의 닮은꼴로 불리며 뭇남성들의 ‘첫사랑 아이콘’이던 시절도 있었다. 돌아온 김윤경은 달랐다. 6회부터 등장해 15회 분량으로만 출연할 계획이었던 ‘치고 빠지는 역할’이 한 회 한 회 연장 중이다.
“이미지 변신에 대한 갈망은 있었어요. 그런데 사실 저, 욕심이 없어요. 실패할 도전은 시도하지도 않았어요. 배우로서 고민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뒤늦은 기회에 김윤경은 지금 연기인생 2막을 열었다. 지난해 ‘당신 뿐이야(KBS1)’를 함께 작업했던 진형욱 PD의 제안이었다. 이미지 변신에 대한 욕심은 있었지만 선뜻 응하기엔 갈등도 컸다. 가족드라마에선 가족의 구성원이 돼 브라운관의 한 구석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도 들었다. “가족이 아니라면 위축된다”는 것이었다. 만약 그 생각이 발목을 잡았다면 여전히 신경성 위염약을 달고 다녀야 했다. “착해빠진 역할을 하면 속이 답답해 위장약을 챙겨 다녔다”는 김윤경이다. 지금처럼 “부럽다”거나 “예뻐졌다”는 듣기 좋은 칭찬을 들을 일도 없었다. 물론 식당에 가면 등짝을 맞거나, 경계의 눈빛을 받을 일도 없다. 대신 연기에 재미를 느끼지도 않았으리라는 생각이다.
초반엔 고민도 많았다. 한 번도 해 보지 않았던 캐릭터를 연기해야 하는 부담 때문이었다. “힌트와 요령을 몰라 처음엔 힘들었다”고 한다. 때문에 말투와 걸음걸이, 자세까지 다 바꿨다. 사람들과 대화할 때마다 자신과 상대의 목소리를 녹음해 들었다. 한 문장을 여러 버전으로 말해보며 가장 ‘은미란’에 가까운 톤을 찾았다. 마음만큼 따라주지 않아 화장실에 처박혀 몇 번을 울었는지도 모른다. “캐릭터 변화에 대한 방법을 모르니 자꾸만 기가 죽었다”는 김윤경은 “자신감이 사라지니, 거만한 은미란을 도저히 연기할 수 없었다”고 한다. 선배들을 찾아가 연기지도를 청했고, 데뷔 이후 처음으로 연기도 배우는 중이다.
“잘하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김윤경은 배우로서 뒤늦은 성장통을 겪으며 ‘존재감’을 찾았다. ‘차세대 김남주’가 보인다는 극찬도 듣는다. 물론 50부작의 드라마에 마지막까지 출연하진 않는다. 자기 몫을 다한 뒤엔 미련 없이 떠날 생각이다. 드라마에서 “불륜이 해피엔딩일 수는 없다”는 것도 그의 생각이다. 대신 “배우로 다시 찾아오고 싶다”고 한다.
“어떤 존재로도 사람들에게 기억된다면 감사해요. 연기는 저에게 시험대예요. 고민하면서 해 볼 수 있는 건 다 해 보고 싶어요. 비록 유명하진 않아도 길게 가는 배우라면 좋을 것 같아요.”
고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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