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2008년 이후 실적 들여다보니…

상위그룹 올 자산 80%급증 5~30위권은 소폭 증가 그쳐

대부분 실적부진에 허덕 오너리스크도 양극화 부채질

실적과 재무구조가 양호한 소수의 상위그룹과 그렇지 못한 상당수 하위그룹 간 양극화 현상이 갈수록 심화해 우리 경제에 적지 않은 충격파가 우려된다.

삼성ㆍ현대차 등 극소수 상위 그룹을 제외한 대다수 대기업은 실적부진과 유동성 리스크에 휘말리며 존폐 기로에까지 내몰리고 있다. 특히 2014년에는 건설ㆍ해운 등 경기민감업종의 회사채 만기가 집중돼 있어 큰 고비가 될 전망이다.

12일 공정거래위원회와 하나대투증권에 따르면 지난 5년 동안 상위 4대 그룹(삼성ㆍ현대차ㆍSKㆍLG)과 중하위그룹 간 격차는 계속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상위그룹의 평균 자산총액은 2009년 104조원에서 올해 179조원으로 80% 가까이 급증했지만, 5~30위권 그룹은 그 절반에도 못 미치는 성장에 그쳤다.

부채비율 격차도 심화하는 추세다. 4대 그룹의 평균 부채비율은 5년 전 85.3%에서 해마다 감소해 67%까지 떨어졌지만, 11~30위권 그룹은 140% 수준에서 맴돌고 있다.

중하위그룹의 내년 전망은 더욱 어둡다.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30대 그룹 중 내년도 부채비율이 200%를 넘을 것으로 추정되는 곳은 9개에 달했다. 한진 등 일부 기업의 부채비율은 1000%에 육박할 전망이다.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갚는 이른바 ‘한계기업’이 속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반면 삼성그룹의 내년 부채비율 예상치는 49.41%로 대조를 이뤘다.

오너 리스크도 기업 양극화를 부채질하는 요인이다. 한화그룹을 비롯해 CJㆍKT 등 대기업 총수는 각종 위법 의혹에 휘말리면서 경영공백과 실적악화를 초래하고 있다.

대출시장에서 절대적 영향력을 가진 대형 은행이 부채 부담으로 소극적인 여신을 펼치고 있는 점도 이들을 옥죄고 있다. 김상만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과거에는 30대 그룹에 든다는 사실만으로 자금조달 등 금융시장 접근성에서 유리한 측면이 있었다”면서 “하지만 경기침체 장기화와 금융권의 디레버리징(부채 감축)으로 인해 더이상 ‘대마불사’의 논리가 통하지 않게 됐다”고 지적했다.

대기업의 연쇄 부실을 막기 위한 금융당국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올해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체결한 대기업 6곳 중 동부와 한진 2개 그룹의 재무 개선을 위한 집중관리에 들어가기로 결정했다. 항공기 매각과 경영진 교체 등 강력한 구조조정이 수반될 전망이다.

무엇보다 해당 기업의 실효성 있는 구조조정, 채권단의 시의적절한 관리, 정부의 정책적 지원, 시장참가자의 신뢰가 조화를 이뤄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기업정책실장은 “제2의 동양 사태를 방지하려면 한계기업에 대한 당국의 선제적인 구조조정이 이뤄져야 한다”면서 “대기업 스스로도 혁신과 생존전략 등 자구책을 모색하고 투자자 역시 모든 재벌은 안전하다는 맹신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조언했다.

양대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