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보호법 등 의원발의로 추진…정부 고유권한인 시행령마저 간섭
입법 패러다임이 획기적으로 변하고 있다. 입법 주도권이 정부에서 국회로 이전되고 있는 것. 야당은 물론, 여당 의원들까지 정부안에 이의를 제기하는 등 법안 발의 과정에 적극적이라 정부 정책이 원안대로 가기가 어려워졌다. 의원발의 법안 수도 대폭 늘었다. 정부가 발의한 법안에 거수기 역할을 하던 국회가 입법기관으로서 제 역할을 찾아가고 있다는 평가다.
▶19대 국회, 정부입법 5.3% 불과=당초 우리나라는 정부 주도의 경제개발시대를 지나 복지국가로 이행하면서 중요 법률안은 대부분 정부가 발의했고, 대부분 원안대로 통과됐다. 당정협의 과정에서 법안의 일부가 수정되기는 했지만, 큰 흐름을 바꾸지는 못했다. 국회가 ‘정부의 거수기’로 비판받았던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하지만 지금은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다. 입법 과정에서 국회의 입김이 세지며 정부가 상대적으로 입법 주도권에서 밀리는 모습이다. 이는 단적으로 입법발의건수에서 드러난다.
국회에 상정된 법안 가운데 정부가 발의한 건수는 5년 전만 해도 10%를 웃돌았다. 2009년 정부발의 법안은 총 399건으로 전체 법안(3680건)의 10.8%였다. 2010년에는 406건(13.4%)으로 다소 많아졌지만 2011년 330건(8.8%), 2012년 284건(9.3%)으로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올해는 229건으로 입법 건수가 대폭 줄었고, 전체 법안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5.3%로 급감했다. 5년 전에 비하면 절반 수준에 불과한 것이다.
▶청원 입법에 시행령까지 입김=국회의 입법 권한이 커지다 보니 부처에서는 다양한 양상이 나타난다. 금융위나 국토부, 복지부 등은 긴급한 법안의 경우 의원들에게 입법을 청원한다. 정부입법을 하려면 부처간 협의 등 여러 과정을 거쳐야 하지만 의원입법을 하면 빠르면 3주 내에 본회의 상정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금융위는 올해 정기국회의 중점 법안 5개 중 대부업법 개정안을 제외한 4개 법안을 의원입법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 7월 발표한 금융감독체계 개편 내용을 담은 금융위원회설치법 개정안과 금융소비자보호 제정안 등은 강석훈 새누리당 의원이 대표발의했고,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은 김정훈 새누리당 의원이 총대를 멨다.
국토부 역시 ‘4ㆍ1 부동산대책’의 핵심 내용인 수직증축 리모델링 허용과 주택바우처 제도, 조합원의 현금 청산시기를 연장하는 도정법 개정안 등을 의원입법으로 추진한다. 국토부 법안 중 의원입법 발의 비중은 대략 90% 선이다.
최근에는 국회가 정부의 고유 권한인 시행령 및 시행세칙 개정에 관여하려는 경향까지도 보이고 있다. 일감몰아주기 과세와 관련, 기재부는 중기 부담을 덜어주는 방향으로 시행령을 발표했으나 정치권이 중견기업도 포함하라고 요구했고, 총수 지분율 설정 역시 시행령 사항인데도 여야가 계속 줄다리기를 벌였다. 정부 관계자는 “예전에는 ‘법안 개정은 국회를 통과해야 하니 시행령으로 하라’고 했지만 요즘은 시행령마저도 사실상 국회를 거쳐야 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신소연ㆍ하남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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