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후 2시 SBS 목동 사옥. 난리였다. 요즘 제작발표회에 빠지지 않는 쌀화환이 1층 로비를 빼곡히 채웠고, ‘대세 배우’ 김수현을 기다리는 ‘소녀팬’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별에서 온 그대’의 13층 제작발표회 현장도 장사진이었다. 전지현의 14년 만의 복귀다. 두 사람이 다시 만났다. 김수현은 명실상부 톱스타가 돼 전지현 옆에 섰다.
“‘도둑들’을 찍을 때는 ‘해를 품은 달(MBC)’의 방영 전이었어요. ‘해품달’이 끝나고 ‘도둑들’이 개봉하며 김수현이라는 배우가 구축됐어요. 더 단단해졌고, 우리가 합쳐졌을 땐 부족함이 없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같은 필모그라피를 쌓아가는 이 시점에 누구도 따라오지 못하는 걸 이루고 싶어요.”(전지현)
자신감이 넘쳤다. 일단 시작이 좋다. 동시간대 경쟁작은 MBC ‘미스코리아’와 KBS2 ‘예쁜 남자’. 이연희ㆍ아이유와 맞붙을 ‘로코' 전쟁터지만 우선권은 전지현이 쥐었다. ‘미스코리아’가 이어받은 시청률은 5%대(‘메디컬 탑팀’)고, ‘예쁜 남자’의 현재 상황은 3.1%, 애국가 시청률이다. ‘별그대’에겐 ‘상속자들’이 25%대의 시청률을 남겨줬다. 대망의 격전일은 18일이다.
전지현에겐 딱 맞는 옷이었다. “400년 전 외계에서 불시착한 ‘별에서 온 캐릭터(김수현)’에 집중돼 여자 캐릭터가 할 게 없을까 고민도 됐다”지만 전지현은 “나 같은 역할”이라는 말로 캐릭터에 대한 만족감을 비쳤다. 열여섯에 데뷔해 청춘스타로 부상했고 ‘엽기적인 그녀(2001)’로 꽃피웠던 엉뚱한 ‘여신 캐릭터’가 ‘도둑들(2012)’로 성숙해졌다. 결혼 후 만난 ‘별그대’에선 현실처럼 ‘국민여신’이다. 톱스타 캐릭터인 덕에 도도하지만 허당기가 충만하고, ‘자뻑’ 기질도 보통 이상이다. 술주정도 만만치 않다. 모카커피를 마시다 “모카씨를 발견한 문익점 선생님이 고맙다”는 허세글을 SNS에 전송하는 백치미의 ‘한류스타’다. “나 같다”고 말해놓고도 드라마에선 망가지기 일쑤라 전지현은 자꾸만 피식피식 웃음이 터졌다. 실제로 그는 “조울증이 있거나 모든 행동에 오버하진 않는다”고 한다. 닮은 부분은 또 있다. 장태유 PD는 “아시아의 별, 국민여배우가 진짜 국민여배우를 만났다. 대사 하나 하나가 연기같지 않고 진정성이 있다”고까지 했다.
인상적인 캐릭터는 망가짐을 불사했던 연기였지만, 전지현의 지금은 연기의 폭이 부쩍 넓어졌다. 서른을 넘기고, 결혼을 하니 나이가 주는 사회적 인식에 여유로움이 채워졌고, 일에 더 집중할 수 있는 장점도 생겼다고 한다. “어떤 연기에도 거부감이 없고, 닮아보이는 캐릭터도 상황과 대사로 다르게 전달할 수 있다”는 자신도 있다. 신비주의도 던져버린 선택이 바로 ‘별그대’였다.
“의도적이진 않았지만, 신비주의 이미지는 배우생활을 하는데 벽이었어요. 거부감 없이 자연스럽게 호흡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갈망이 컸죠. 배우 생활은 제게 운명이거든요. 결국 작품이 답이라고 생각합니다. 꾸준히 활동하고, 호응을 얻을 수 있는 작품을 만나는 것만큼 더 좋은 방법은 없겠죠. 작품으로 이야기할게요. 오래도록 함께 할 배우라는 걸.”
고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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