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분기말 상각효과 가능성에

대응 여부·방안 등 관리 강화 주문

당국, 2금융권 가계대출 촘촘히 들여다본다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성북구 지역의 아파트 모습 이상섭 기자

금융당국이 은행권의 가계대출 관리 강화로 ‘풍선 효과’가 우려되는 제2금융권의 대출 현황을 촘촘하게 들여다보기로 했다. 지난달 가계대출 증가세가 한풀 꺾였지만, 분기 말 부실채권 상각에 따른 ‘착시’가 작용했을 가능성을 감안해서다. 자율적으로 대출 규제를 시행 중인 은행권처럼 2금융권에도 관리 강화를 주문할 것으로 보인다.

15일 금융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이날 금융감독원과 보험·저축은행·상호금융·여전업계 및 협회 실무자들을 불러 2금융권 가계부채 점검회의를 연다. 금융위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한 11일에도 은행연합회, 5대 시중은행, 2금융권 협회 등과 가계부채 점검회의를 진행했다.

이번 회의는 은행권 가계대출 관리 강화에 따른 풍선 효과가 2금융권에 나타난 게 맞는지 구체적인 현황과 현장 분위기 등을 확인하기 위해 마련됐다. 지난달 2금융권의 가계대출이 보험사(+4000억원)와 새마을금고(+2000억원)를 제외하고 모두 감소세를 보이며 전반적으로 5000억원 줄어들긴 했지만, 이달 초 흐름과 비교했을 때 추세적으로는 꺾이지 않았다는 의심도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9월에 가계부채가 안정된 것처럼 보인 이유 중 하나는 분기 말 상각이다. 분기 말마다 대차대조표에서 부실채권을 지워버리다 보니, 잔액 규모가 줄어든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특히 상호금융권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때문에 주기적으로 상각하고 있어 수치에 착시가 있을 수 있다”며 “그 상각 규모를 제일 잘 아는 개별 금융회사들에 상각 규모를 제외한 실질적인 주택담보대출 증가세를 확인해보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풍선 효과에 대한 금융회사들의 대응 여부 및 자체적인 대응 방안 등도 점검 대상이다. 은행의 대출정책 강화로 대출수요가 쏠리는 조짐이 보였던 대형 보험사들은 이미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인상하며 대응하고 있다.

생보·손보업계 1위인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8월 말 주담대 금리를 각각 0.2%포인트, 0.49%포인트 상향 조정했고, 생보업계 2위인 한화생명과 3위 교보생명은 이달 초 금리를 각각 최대 0.4%포인트, 0.35%포인트 올렸다. 삼성생명의 경우 은행처럼 유주택자 주담대도 제한하고 있다.

하지만 중소형 보험사나 다른 2금융권은 본격적인 대응에 들어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일부 중소형사는 3%대 주담대·전세대출 금리를 앞세워 대출 수요가 있는 차주들의 관심을 끌고 있기도 하다.

업계 관계자는 “대형 보험사들이 가계대출을 걸어잠그고 있는 사이 중소형사에서 나서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며 “풍선 효과로 대출 수요가 중소형사로 넘어갈 개연성이 있다”고 말했다. 강승연·홍승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