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유정. [SBS '그것이 알고싶다' 방송화면]
살인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유정. [SBS '그것이 알고싶다' 방송화면]

[헤럴드경제=나은정 기자] 과외 앱으로 알게 된 또래 여성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해 유기한 혐의(살인 등)로 재판에 넘겨진 정유정(23)이 벌써 재판부에 13차례 반성문을 제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본인이 쓴 반성문을 판사가 읽어볼지 의심하며 첫 반성문을 제출하던 정유정의 달라진 모습이다. 다만 재판부는 정유정이 제출하는 반성문에 진정성이 있는지 지적하고 나섰다.

부산지법 형사6부 재판장인 김태업 부장판사는 10일 오전 다른 사건의 결심공판에 출석한 피고인 A씨의 잦은 반성문 제출과 정유정 사건을 함께 언급하면서 "정유정도 계속해서 반성문을 써내고 있지만 그게 반성인지 아닌지 헷갈릴 정도"라고 말했다.

김 부장판사는 "본인이 생각하는 걸 표현하는 것까지 좋다"면서도 "반성문은 본인의 처한 상황을 되돌아보고 뭐가 잘못됐는지, 본인의 심정을 차분하게 정리하고 앞으로 어떻게 생활하겠다는 내용들이 들어가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재판부에 그걸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본인을 위해서 그렇게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9월 초 정유정이 구치소에서 한 언론에 보낸 자필편지. [JTBC 보도화면 캡처]
9월 초 정유정이 구치소에서 한 언론에 보낸 자필편지. [JTBC 보도화면 캡처]

정유정은 첫 공판준비기일을 앞둔 지난 7월 7일부터 최근까지 석 달 동안 13차례나 반성문을 제출했다.

첫 반성문을 쓸 땐 '판사가 제대로 읽어볼까' 의심했기도 했다.

그러나 7월 14일 첫 공판준비기일에 재판부로부터 "반성문 페이지마다 본인이 쓴 반성문을 판사가 읽어볼까 의심하며 썼던데, 반성문을 제출하면 판사가 반성문을 구체적으로 다 읽어본다. 본인이 써낼 게 있다면 어떤 것이든지 써내기를 바란다"고 들은 정유정은 이후 꾸준히 반성문을 제출했다.

이를 두고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정유정은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 등 어른들에게 무시당해 인정받고 싶어 하는 욕구가 아주 강력한데 판사가 반성문을 통해 본인의 그런 욕구를 알아봐 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실제로 정유정이 본인의 범행을 반성하고 있을 개연성도 있지만, '경계적 성격장애' 성향도 보이기 때문에 반성하는 모습만 있는 게 아니라는 점도 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래 여성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는 정유정(23)이 검찰로 송치되는 모습. [연합]
또래 여성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는 정유정(23)이 검찰로 송치되는 모습. [연합]

한편 정유정 측은 지난달 18일 부산지법 형사6부(김태업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첫 공판에서 기존 주장을 뒤집고 검찰의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했다. 검찰은 정유정의 동선, 범행대상 물색 방법, 범행 준비·실행 과정 등을 수사한 결과 이번 범행이 단독으로 치밀하게 준비된 계획적 살인이라고 결론 내렸다.

정유정은 오는 16일 두 번째 공판을 앞두고 있다.


betterj@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