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건보료율 7.09%...가입자 추가 부담 없어

박민수 복지2차관 “물가, 금리 어려운 국민경제 여건 고려”

건보 재정건전성 확보는 숙제...“특사경 도입해 재정 누수 막아야”

26일 오후 서울 서초구 국제전자센터에서 열린 제19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박민수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
26일 오후 서울 서초구 국제전자센터에서 열린 제19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박민수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내년 건강보험료가 2017년 이후 7년 만에 ‘동결’됐다.

지난해에만 해도 1.49% 인상되면서 직장가입자의 경우 평균 2069원을 더 내야했지만, 내년에는 올해와 동일한 보험료를 낸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물가, 금리 등으로 어려운 국민경제 여건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돈 낼 사람이 급감하고, 보험 혜택을 받을 사람은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는 탓에 건보 재정건전성 확보 방안은 ‘숙제’로 남았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임직원에 ‘특별사법경찰권’을 부여해 건보재정 누수를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작년 물가 5.1%↑ "동결, 국민경제 고려"

27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날 건강보험 정책 최고의결기구인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를 열고 2024년도 건강보험료율을 올해와 같은 수준으로 유지하기로 의결했다. 이에 따라 내년도 직장가입자 보험료율은 올해와 같은 7.09%다. 지역가입자 보험료 부과점수당 금액도 208.4원으로 올해와 같다. 건보료율이 동결된 건 지난 2017년도 이후 7년 만이며, 2009년을 포함해 역대 3번째다. 건보료율이 1% 상승할 경우 그 해 건보공단 수익금이 7737억원 발생하는 것을 감안한다. 건보 가입자 부담이 그만큼 줄어든 셈이다.

그간 건보료율은 거의 해마다 올랐다. 건보료율은 지난 2017년 동결한 이후 매년 인상됐다. 최근 10년간 평균 보험료 인상률은 1.90%, 최근 5년간 평균 보험료 인상률은 2.7%다. 이 때문에 동결로 결정된 것은 최근 사례를 볼 때 이례적이다. 다만 정부는 지난 7월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발표 당시 내년 건강보험료율 인상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당장 건보 재정상태도 나쁘지 않다. 올해 건보재정은 1조9846억원 흑자를 기록, 누적 적립금은 25조8547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비해 지난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1%로 1998년 이후 최고치이며, 현재 기준금리는 3.5%로 2008년 이후 가장 높다.

건보 재정건전성 확보는 숙제..."특사경 도입해야"

하지만 내년 건보료율 동결로 장기적으로 건보 재정 건전성이 악화할 수 있다는 점은 남겨진 숙제다.

적자로 건보 재정 운영이 빡빡해지면서 보장성이 악화할 수 있다. 실제 건보에 따르면 내년 건보료율이 동결되면 5년 후 1개월 보름 분의 적립금 준비금을 유지하는 것이 어렵다. 올해 하반기 중 발표하는 필수의료 지원 확대 방안을 담은 제2차 건강보험종합계획(2024~2028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다만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은 “건강보험 생태계가 지속가능하도록 차질 없이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필수의료 등 꼭 필요한 곳에 대한 지원을 계속하고, 지난해 2단계 부과체계 개편 이후 지속하고 있는 부담완화책을 유지할 계획이다.

정기석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이 14일 오전 서울 중구 달개비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정기석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이 14일 오전 서울 중구 달개비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이와 동시에 건보재정 누수 방지를 위해 공단에 특별사법경찰관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른바 사무장병원 등 불법개설기관의 불법 요양급여 청구로 하루 7억원에 달하는 건보 재정이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건보공단에 따르면 지난 2009년부터 2021년 12월까지 13년 간 적발돼 환수가 결정된 불법개설기관 1698곳에 대한 환수 결정금액은 모두 3조3764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환수된 금액은 2026억원으로 6.02% 뿐이다. 환수율이 이처럼 낮은 이유는 적발된 불법개설기관이 수사 진행 과정에서 폐업 신고를 해버리는 방식으로 환수를 회피하고 있기 때문이다. 불법개설기관 1698곳 가운데 현재까지 폐업으로 한 기관은 모두 1645곳(96.3%)에 달한다.

이 때문에 건보공단에 불법개설기관을 직접 적발할 수 있도록 ‘특별사법경찰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회에도 관련 입법안이 다수 발의됐다. 복지부와 법무부도 건보공단 특사경 도입에 이견이 없지만, 경찰청과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 대한변호사협회 등의 반대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정기석 건보공단 이사장은 최근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특사경이 없어 연간 2000억원 정도 손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특사경이 있으면 확실한 예방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재차 도입 의지를 밝혔다.


fact0514@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