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청노조 원청 상대 직접교섭 요구

하급심에선 현대중공업 측이 완승

대법 관계자 “아직 전합 회부 안돼”

대법원에서 노란봉투법의 취지를 살린 판결이 나오는 등 친노동 판결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재계에서 주목하고 있는 사건이 하나 있다. 하청 노조가 하청 업체 뿐 아니라 원청을 상대로 교섭을 요구할 수 있는지를 두고 대법원에서 계류 중인 ‘HD현대중공업(구 현대중공업) 사건’이다.

이 사건은 노조법 개정안(노란봉투법) 핵심 조항 중 하나인 제2조와 맞닿아 있다. 해당 조항은 사용자의 범위를 대폭 넓혔다. 직접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더라도,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구체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라면 사용자로 간주한다. 즉, 하청 노조가 원청을 상대로 직접 교섭을 요구할 수 있게 되고, 원청 사업장에서 파업도 벌일 수 있게 된다.

하급심(1·2심)에선 이미 현대중공업 측이 완승했다. 현대중공업 사내하청 근로자들로 이뤄진 금속노조가 “원청인 현대중공업이 근로조건을 결정할 수 있으므로 단체교섭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지만, 기각됐다.

1심은 2018년 4월, “현대중공업은 단체교섭의무를 지는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며 “하청업체가 임금, 근로조건 등에 대한 독자적인 권한을 행사하고 있으므로 원청은 사용자라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2심도 같은 해 11월, 노조 측 항소를 기각했다. 1·2심 재판부는 소송 비용도 노조 측이 부담하도록 했다.

하지만 노조의 상고로 진행된 대법원 재판에선 4년 6개월째 결론이 나오지 않고 있다.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대법원 1부는 진보 성향으로 분류되는 오경미, 김선수, 박정화 대법관 3명과 중도·보수로 분류되는 노태악 대법관으로 구성된다.

대법원장이 재판장을 맡는 전원합의체는 대법관 4명으로 구성된 소부에서 합의가 안 되거나, 기존 판례를 변경할 필요가 있는 경우로 한한다. 22일 대법원에 따르면 이 사건은 아직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회부되지 않았다. 대법원 관계자는 “아직 현대중공업 사건은 전원합의체로 회부되지 않았고, 선고 시점도 정해진 것이 없다”고 밝혔다.

1부 구성원인 박정화 대법관이 조재연 대법관과 함께 다음달 18일 퇴임하는 것도 변수다. 후임으로 임명 제청된 서경환 서울고법 부장판사와 권영준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중도 성향으로 알려져있다. 대법원 재판연구관 출신 법조인은 “대법관 교체 시기에도 소부에서 합의만 되면 선고가 나올 수 있지만 미뤄질 수도 있다”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현대중공업은 재판 대응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재판 중인 사안이기 때문에 어떠한 입장과 설명도 드리기엔 적절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을 아꼈다.

법조계에선 대법원이 하급심 판단을 뒤집고 노조 측 손을 들어줄 경우 산업 현장의 법적 안정성을 해칠 우려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대한전문건설협회 고문 변호사를 맡고있는 윤성철 변호사는 “사업자성을 추상적인 개념을 통해 확장하는 것은 법적 안정성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특히 건설업계에선 산별노조의 활동이 활발하므로 원청에 대한 노조 활동이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원청 입장에선 공사 현장에 있는 모든 하청 근로자들과 교섭해야 하는 부담을 떠안게 될 가능성이 있을 뿐 아니라 전체 공사 수행 일정 등에도 제한이 걸릴 수 있어 우려된다”고 밝혔다.

대기업 법무팀장 경력의 김경훈 변호사도 비슷한 의견이다. “대법원에서 현대중공업이 패소할 경우 노동조합법이 개정되는 것과 유사한 효과가 나올 수 있다”고 밝혔다. 실무적으로 원청이 2차, 3차 하청에 속한 노조와 직접 교섭해야 하는 등 산업 현장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이란 분석이다.

안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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