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 투자로 얽힌 이들…“손실 갚아라” 감금까지
원한범죄 낳는 코인…강남 납치살해도 코인이 발단
[헤럴드경제=박혜원 기자] 코인 투자로 얽힌 이들끼리 손실금을 내놓으라며 다투다 14시간가량 감금까지 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코인사기가 잇따르는 가운데, 올초 강남 납치살해 사건과 마찬가지로 사기피해가 원한범죄로까지 이어지는 사례가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2일 서울 방배경찰서는 강남 소재 한 소규모 금융업체 대표 A씨를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 6일 오후 2시께 자신의 사무실을 찾아온 B씨와 일행 4명에게 “코인거래 지연으로 발생한 손해를 갚아라”며 휴대폰을 빼앗은 뒤, 지불각서 작성을 강요하고 이튿날 새벽까지 감금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모두 코인 투자관계로 얽힌 사이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튿날 새벽 3시30분께 이들 일행 중 먼저 나온 일부의 신고로 출동해, 새벽 4시께 이들을 발견했다. 이들이 A씨 사무실을 방문한 지 14시간 만이다. 경찰 관계자는 “코인투자로 얽혀 채권·채무 관계였던 이들 사이에서 벌어진 일로 구체적인 이해관계와 사건 경위에 대해서는 수사 중”이라고 설명했다.
코인 등 가상자산 사기가 잇따르면서 피해자들의 원한 범죄도 이어지고 있다. 앞서 지난 3월 강남에서 발생한 40대 여성 납치살해 사건 역시 코인 투자실패가 발단이었다. 당시 사건 배후로 지목됐던 유모(51)씨와 황모(49)씨 부부는 2020년 10월 피해자를 통해 미세먼지 관련 P코인에 1억원 상당을 투자했다. 그러나 P코인은 다음달 고점을 찍은 뒤 바로 급락했다. 이에 8000만원을 잃은 이들 부부는 또 다른 투자자였던 이경우(36) 등 3인조에 청부살인을 의뢰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경환 법무법인 민후 변호사는 “납치, 감금까지 가는 사례는 아니더라도 거액의 수익을 보장해주겠다는 투자권유에 속은 피해자들이 관련 업체를 찾아 난동을 피우는 사례는 비일비재하다”고 했다.
가상자산 규제 공백이 코인사기 규모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관련 사기 유형은 수년 새 진화하는 추세다. 특히 최근엔 ‘프라이빗 세일 코인’ 사기가 기승하고 있다. 박지윤 법무법인 담덕 변호사는 “코인사기도 수년에 걸쳐 진화하고 있어, 최근 1~2년 사이 접수되는 사건 대다수는 프라이빗 세일 코인 사기라고 보면 된다”고 했다. 프라이빗 세일 코인이란 특정인을 지정해 비공개로 판매하는 코인을 이른다. 상장이 되지 않은 코인을 판매하는 방식이 다수였던 초기 코인 사기와 달라진 추세다. 해외 거래소에 상장된 코인을 팔지만 정작 락업(일정 기간 거래를 금지하는 것) 기간 후엔 가격이 하락하거나 상장폐지가 되는 사례다.
박 변호사는 “거래소에 상장돼 거래까지 된다며 투자자들을 안심시키지만, 판매 당시엔 가격조작으로 부풀려진 상태였다거나, 돈만 주면 등록할 수 있는 허울 뿐인 거래소에 상장된 경우도 있다”며 “이 경우 처음부터 사기를 목적으로 기획된 코인이라, 상장 여부만으로 안심해선 안 된다”고 당부했다.
오정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는 “한국은 현재 ICO(코인공개)조차 허용되지 않는 등 투자자 보호가 이뤄지지 않아 관련 사기가 더욱 횡행할 수 있는 환경으로, 원한 범죄 역시 앞으로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접수된 코인 등 가상자산 연계 유사수신투자 피해신고는 199건으로 전년(119건) 대비 67.2%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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