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합심사 대상국 8곳 중 7곳 승인

공정위, 방산 수직계열화 검토 중

심사 장기화땐 경영 불확실성 우려

모든 해외 경쟁당국이 한화의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승인한 가운데 한국 공정거래위원회의 심사만 유독 길어지고 있다. 공정위는 석 달이 넘도록 승인 결정 시점조차 언급하지 않고 있다. 공정위의 심사 장기화가 기업 경영의 불확실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업계에 따르면 EU 경쟁당국인 집행위원회가 지난달 31일 한화와 대우조선의 결합을 승인함에 따라 한국 경쟁당국의 판단만을 남기게 됐다. 앞서 지난 2월 튀르키예를 시작으로 일본, 베트남, 중국, 싱가포르가 양사의 결합을 승인했고 영국도 일찌감치 심사를 마쳤다. 지난해 HD현대와 대우조선의 합병에 제동을 걸었던 EU도 승인을 마쳐 심사 대상국 8개국 중 7곳이 합병을 허가했다. 모두 한화와 대우조선의 기업결합이 경쟁을 제한할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특히 EU의 경우 지난해 HD현대와 대우조선의 기업 결합에 대해 LNG(액화천연가스) 운반선 독점 우려를 이유로 승인 불가 결정을 내렸지만 이번에는 당초 심사 결과 통보 시점보다 보름이나 빨리 승인 결정을 내렸다. 당시 HD현대의 인수 건에 대해선 25개월간 검토한 바 있다.

그러나 본국인 우리나라 경쟁당국은 정작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통상 2~3개월 이내에 마무리되는 공정위 승인이 늦어지는 것은 방산 분야 경쟁 제한 가능성에 대한 분석이 늦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한화 방산 부문과 대우조선 함정 부문 간에 수직 결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견해를 수렴해 관련 업계를 대상으로 의견을 듣고 있다. 한화의 대우조선 인수로 군함용 무기·설비에서 함선으로 이어지는 수직계열화가 될 경우 시장 경쟁을 제한할 수 있는지 면밀히 살피고 있다. 일부 업계에서도 이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대우조선 경영 정상화와 저가 수주 개선 등 한국 조선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공정위 심사가 더욱 속도를 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방산업계에선 양사 결합에 따른 경쟁 제한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반론이 나온다. 다른 업종과 달리 방위산업의 경우 방위사업법상 방산업체가 생산하는 무기·설비는 품목별로 1개사가 독점 생산하는 구조로 돼 있어 수직계열화로 인한 경쟁 제한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우조선이 한화에 인수되더라도 임의로 구매처를 변경하거나 기존 거래를 중단하는 것은 사실상 어려운 것으로 파악된다.

공정위는 심사를 최대한 서두르겠다는 입장이지만 결정 시점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공정위는 지난해 12월 한화로부터 기업결합 신고를 받아 심사에 착수했다. 통상 심사 기간은 신고 후 30일 이내지만 120일까지 연장할 수 있다. 심사는 이미 4개월차에 접어들었다. 다만 앞서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대해 공정위가 조건부 승인 결론을 짓기까지 기간은 1년 1개월이었다.

한화는 이달 중 합병 마무리를 목표로 하고 있다. 공정위 승인까지 국내외 인허가 절차가 모두 마무리되면 한화는 2조원을 투입해 대우조선해양 신주를 인수하고 경영권을 위한 지분 49.3%를 확보하게 된다. 2008년 처음 대우조선 인수에 나섰다가 이듬해 포기한 지 14년 만에 대우조선을 품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대우조선으로서도 1999년 대우그룹 해체 이후 계속돼온 새 주인 찾기에 마침표를 찍게 된다.

한화는 인수가 마무리되는 대로 재무구조 개선 등 대우조선의 경영 정상화에 적극 나설 방침이다. 기술인력 확충과 포트폴리오 재편 등을 통한 체질 개선 방안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김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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