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윤미 기자]김영삼 전 대통령이 1964년 30대에 쓴 ‘우리가 기댈 언덕은 없다’가 ‘YS 세계를 보다’(미디어민)란 제목으로 새롭게 출간됐다.

59년 만에 새로 나온 이 책은 대표적 중도 성향의 청년 정치인이자 각종 매체에서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이동수 청년정치크루 대표가 표현과 문장을 다듬고, 당시 사진 자료와 함께 편저자의 해설을 담아 펴냈다.

당시 35세에 이미 3선 국회의원으로 야당의 대변인이던 김영삼 의원은 1964년 미국 국무성의 초청으로 미국과 유럽, 아시아 등을 120여 일간 순방하고 여행에서 얻은 견문을 토대로 이 책을 썼다.

책에는 김영삼의 눈으로 바라본 1960년대 세계의 모습이 잘 묘사돼 있다. 당시는 쿠바 미사일 위기, 미국의 베트남 개입 등 냉전이 고조되던 시기다. 존 F. 케네디 암살 이후 비운의 지도자를 잃어 실의에 빠진 워싱턴 D.C.에선 당시의 정치적 분위기를 읽을 수 있으며, 보수적 근엄함과 ‘비틀스의 파격’이 공존하는 런던 거리에선 1960년대 서구 사회의 역동성을 보여준다.

미국 공항에서 김영삼에게 일본·중국·필리핀·태국 등 국적을 묻다가 한참 뒤에야 한국인이냐고 묻는 에피소드는 당시까지만 해도 저개발국가였던 한국의 국제적 위상을 드러낸다.

김영삼은 당시 미국, 유럽 등을 둘러보고 이념이 아닌 실리가 국제 질서를 주도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렇게 얻은 교훈이 “우리가 기댈 언덕은 없다.”는 것이었다. 김영삼은 그들이 잘 사는 이유는 ‘기적’이 아니라 ‘노력’ 때문이며, 서로 대립하면서도 단결하는 원리가 사회 발전의 원리로 작동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이 여행은 민주주의와 사회 발전에 대한 그의 정치철학을 확고히 하는 계기가 된다.

편저자인 이동수 대표는 만 35세 청년 김영삼이 “깨어있는 인물”이었다고 평가한다. 실제로 당시 김영삼은 프랑스가 중국을 승인한 것과 소련 공산당 서기장 흐루쇼프가 동독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서독과 접점을 확대해나가려는 모습을 보며 이념의 시대는 끝났다고 확신했다. “백 마디 통일을 부르짖는 것보다, 수출을 1달러라도 더 늘리고 외자를 1달러라도 더 유치하는 게 시급하다.”고 주장했는데, ‘최상의 무기는 경제실력’이라고 본 것이다.

이동수 대표는 “국제관계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은 여전히 정치적 틀을 벗어나지 못한다.”며 “요즘 같은 상황일수록 세계를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런 점에서 “1964년 ‘우리가 기댈 언덕은 없다’던 청년 정치인 김영삼의 메시지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말한다.

책에는 이홍구·김부겸 두 전직 국무총리와 김현철 김영삼대통령기념재단 이사장의 추천사도 실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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