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연(정세랑 외 지음, 문학동네)=한국, 일본, 중국, 대만, 태국, 베트남 등 아시아의 젊은 작가 9명의 작가들이 함께 쓴 테마 소설집. 그동안 아시아 작가들의 작품을 모은 소설집은 출간된 적이 있지만 현역 작가들이 동시에 참여한 앤솔러지 출간은 처음이다. 이 다국적 프로젝트는 소설가 정세랑의 기획에서 출발, 일본의 출판사 쇼가쿠칸과 문학동네가 참여해 한국과 일본에서 동시 출간됐다. 주제는 팬데믹과 국제정치 갈등이 초래한 단절의 시대에 ‘절연’이라는 키워드에 자연스레 닿았다. 소설집에는 정세랑 외에 ‘편의점 인간’으로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하며 국내에도 다수의 팬을 보유한 일본의 무라타 사야카, ‘SF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휴고상을 수상한 중국의 하오징팡 등이 참여했다. 무라타 사야카는 혼돈이 가득한 사회를 떠나 ‘無(무)’가 되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그려냈으며, 하오징팡은 부정적인 감정을 품으면 정치 구치소에 수감되는 ‘긍정 도시’의 얘기를 펼쳐낸다. 정세랑은 윤리관의 차이로 절연한 친구들 얘기를, 태국 작가 위왓 럿위왓웡사는 혁명 속에서 만나고 헤어지는 연인들의 사랑을, 홍콩 작가 홍라이추는 우산혁명 이후 붕괴된 정상의 세계를 ‘비밀경찰’이란 작품 속에 담아냈다. 우리 시대 아시아 젊은 작가들이 보여주는 시대의 자화상이라 할 만하다. 한국어판 말미에는 정세랑과 무라타 사야카가 서울에서 만나 ‘절연’이라는 주제와 아시아인이라는 정체성, 수록작에 대해 나눈 대담을 실었다.
▶우리들은 닮았다(릭 퀸 지음,이충 옮김, 바다출판사)=캐나다의 성공한 수의사이자 안과학과 교수인 릭 퀸은 어느날 어지럽혀진 책상을 정리하다 잡지에서 뜯어낸 기사 하나를 발견한다. 아프리카에서 활동하는 ‘고릴라 닥터스’라는 단체를 조명한 기사로, 현장에서 멸종 위기의 마운틴고릴라를 구조하는 일을 하는 수의사들 얘기였다. 평소 야생 동물의 사진찍기를 좋아했던 그는 호기심과 낭만적 생각으로 이 단체에 자신의 안과 전문기술을 전수하고 고릴라들을 만날 계획을 세운다. 그렇게 아프리카로 떠난 그는 이후 7년 동안 르완다, 콩고민주공화국을 비롯한 아프리카 7개국을 돌며 멸종위기에 처한 고릴라, 침팬지, 보노보, 오랑우탄을 만나 생생한 모습을 사진에 담았다. 열대우림의 험난한 환경과 강력범죄의 위험 속에서 힘든 여정을 이어가지만 그 끝에 발견한 대형유인원의 모습은 그에게 경이로움 그 자체였다. 골똘히 깊은 생각에 빠져 있는 어린 침팬지, 서로 씨름하며 노는 개구쟁이 쌍둥이 새끼 서부저지대고릴라, 팔베개를 하고 자면서도 다른 팔로 울타리를 만들어 새끼를 보호하는 어미 마운틴고릴라, 아기를 업고 안고 해먹처럼 흔들며 놀아주는 어미 오랑우탄, 특히 참을성 있게 포즈를 취해준 마운틴고릴라에 그는 푹 빠진다. 그렇게 단순한 호기심에서 시작된 그의 여행은 대형 유인원 보호운동이란 필생의 사명으로 이어진다. 현재 침팬지와 보노보는 멸종위기종이고, 오랑우탄과 고릴라는 심각한 멸종위기종이다. 밀렵과 납치, 살해 등 불법 행위 뿐 아니라 인구 증가에 따른 마을의 확장과 서식지 파괴, 가난한 농민들의 사냥과 살해 등이 이들의 생존을 위협한다. 저자는 죽음의 현장과 평화스런 이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보고한다.
▶가만한 당신(최윤필 지음, 마음산책)=정상성이라는 세상의 기준과 벽을 조금씩 허물어온 보통 영웅들의 이야기. 6년 만에 세 번째 이야기로 돌아온 ‘가만한 당신’에는 페미니즘과 퀴어에 대한 사회적 변화를 보여주는 다양한 인물들의 부고가 있다. 게이들의 생각을 풀어낸 잡지 ‘뒤로’의 창간인 이도진을 비롯, 여성의전화를 이끌었던 이문자, 한국 문인들의 사진을 찍고 기록한 김일주의 삶이 전해진다. 동물의 언어 능력을 연구하기 위한 대상으로 관심을 끌었던 고릴라 코코의 부고도 담았다. 현실 속에서 작은 변화를 만들어온 이들의 삶도 전한다. 19세기 여성 작가 케이트 쇼팽을 다루고 싶다는 마음으로부터 출발해 요르단 내 최초의 페미니즘 강좌를 열고 한 세대의 페미니스트들을 양성한 룰라 콰워스, 다큐멘터리 영화 촬영을 하며 함께 했던 동물들을 차마 버릴 수 없어서 동물원을 연 샤론 머툴라는 “비범한 일을 선택한 평범한 시민들”이다. 그린란드 빙하가 무너지고 있음을 최초로 목격한 과학자 콘라트 슈테펜, 영국 극우 세력의 핵심 인물에서 내부 고발자로 변신한 레이 힐, 멸종위기종을 새롭게 정의한 조지나 메이스 등은 우리 시대 문제를 지나치지 않고 돌파한 이들이다. 저자는 이들의 삶을 치장하지 않고 사실 중심으로 담담하게 전한다. 시대를 함께 해온 이들 다양한 얼굴을 통해 인간다움이란 무엇인지,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이윤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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